yellow

1. 노란, 노란색의 

2. (금기어) 누런둥이(동아시아 국가 사람들을 모욕적으로 가리킬 때 씀)

3. (비격식 못마땅함) 겁이 많은, 겁쟁이 같은 

(출처: 다음 영어사전)

 

노란색만큼 다양하고 상반된 의미를 가진 색이 있을까? 노란색의 사전적 의미는 동아시아 사람들을 모욕하는 의미의 ‘누런둥이’, ‘겁이 많은’, ‘겁쟁이 같은’ 등의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노란색은 사랑.평화.지성.풍요 등을 상징하는 한편, 그리스도를 배신한 유다의 옷 빛깔에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하는 색이기도 하며, 겁.비겁.정신의 퇴폐 등을 연상케 한다고 한다. 

 

정치에서 노란색은 민주화를 상징한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상징색이 노란색이었으며, 이탈리아의 좌파정당 이탈리아 연합 역시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럼 정치에서 노란색이 처음 사용되었던 건 언제일까?

 

처음으로 정치에서 노란색을 상징으로 사용했던 사람은 필리핀의 대통령이었던 코라손 아키노다. 그녀는 1986년 20년에 걸친 마르코스의 독재를 무너뜨려 민주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아키노는 노란색이 강렬한 이미지를 준다는 점을 깨닫고 늘 노란색 의상을 갖춰 입었고, 그러면서 노란색 의상을 입고 아키노의 유세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노란색은 필리핀에서 자유의 상징이 되었고 결국 ‘노란색 혁명’이라는 표현이 탄생했다. 한국에서는 당시 김대중, 김영삼 민추협 공동의장 역시 노란색 옷을 입고 거리 시위를 하면서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알파독

제임스 하딩 | 이순희 옮김

부키 2010.05.07

이재영 기자 (ypajy1013@gmail.com)





5000억의 빚을 단숨에 갚은 남자



2000년, 일본 유수의 카메라 업체 니콘은 프랑스의 유명 안경회사 에실로와 합작하여 ‘㈜니콘에실로’라는 이름으로 일본 안경업계에 진출했다. 카메라 렌즈 업게예서 승승장구해온 니콘의 명성과 노하우가 안경업계에서도 통하리라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니콘에실로는 500억엔의 적자를 끌어안게 된다. 500억엔이라고 하면 우리 돈으로 5천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채무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사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사람이 있다. 니콘에실로뿐만 아니라 켈로그재팬, 바리락스재팬 등 여러 기업에서 대표를 맡고, 경영 컨설턴트로 활약하며 2천개 적자회사를 회생시킨 하세가와 가즈히로가 바로 그 사람이다. 하세가와 사장을 만나면서, ㈜니콘에실로는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고, 2년 만에  모든 빚을 청산했다.

하세가와 사장은 27세부터 일을 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 언제 어디서든 뭔가 깨달은 것이 있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를 해 왔다. 그리하여 그 수가 200여권에 이른다. 이론이 아닌 실제 기업의 제일선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온 하세가와 사장, 그 노트에 적힌 실전 노하우를 소개한다.

 

① 3개월 만에 만성적자를 흑자로 

     - 위기는 단기간에 탈출하라. 이것이 흑자전환 기술의 비결이다


나는 2005년에 니콘에실로과 같은 그룹에 속하는 기업인 니콘아이웨어의 대표이사를 겸임했었다. 만성 적자가 이어져 회사의 존속이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던 니콘아이웨어의 경영을 맡았을 때,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선언했다.

“3개월 후에 반드시 흑자로 돌려놓겠다.”

주위에서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사실 몇 년에 걸쳐 적자를 해소하는 것보다는 단기간에 개혁을 하는 쪽이 훨씬 더 흑자로 돌리기 쉽다.

수지를 흑자로 돌리려면 매우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공장의 공정에서부터 영업 사원의 경비까지 모든 것을 정밀하게 조사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이 작업을 하다 보면,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지 뭐”라는 태만이 넘치게 된다. 그럴 경우 골에 다가가는 속도는 더욱 늦어지고 의욕도 점차 떨어진다.

따라서 힘든 문제일수록 단번에 해결하는 것이 일을 처리하는 비결이다.

 

② 5천원=15만원? 적자를 없애는 조삼모사 효과 

     - 경비 절감의 키워드는 ‘총량규제’와 ‘제로베이스예산관리’다

 

내가 500억 원의 적자를 끌어안고 있던 니콘에실로에서 실행한 경비절감 수법은 ‘총량규제’와 ‘제로베이스 예산관리’였다.

‘총량규제’는 제조비를 삭감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사람은 묘한 존재여서, “점심식사는 5천 원 한도 내에서 해결하라”고 말하는 것보다 “한 달에 15만 원을 기준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하라”고 말하는 쪽을 훨씬 더 기분 좋게 생각한다.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항목의 양을 묻지 않고 총량을 웃돌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이 ‘총량규제’다. 현장의 재량에 맡기는 쪽이 틀에 박힌 메뉴를 강요하는 것보다 의욕을 더 높일 수 있다.

‘제로베이스 예산관리’는 전 미국 대통령인 카터가 고안한 수법으로, 전년도를 기준으로 예산안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해의 상황에 맞게 예산을 할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다음 해에 더 많은 예산을 받아내기 위한 쓸데없는 낭비가 줄어들고, 필요한 곳에만 확실하게 예산을 책정하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이다.

니콘에실로에서는 이러한 2가지 방법으로 제조부문에서 20%, 영업과 일반부문에서 30%의 경비절감 효과를 거두었다.

 

③ 할인전쟁과의 정면승부 

     - 라이벌 회사의 계획이 빗나갔을 때일수록 왕도를 걸어라.

 

니콘에실로의 회생 작업을 했을 때의 일이다. 안경업계에서는 극단적인 가격경쟁이 시작되었다. 특히 업게 1위인 A사가 이 경쟁에 참여하여 가격경쟁을 시작했다는 정보에 중역 이하 모든 사원들이 잔뜩 긴장했다. 그러나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사원들의 반대를 무릅쓰며 일부러 고부가가치, 높은 가격의 상품을 시장에 투입했다. 그 결과, 그 상품은 커다란 히트를 치면서 실적을 단번에 회복시켜 주었다. 다른 회사는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나의 터무니없는 대책이 운이 좋아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나는 비즈니스의 왕도를 걸었을 뿐이다. 가격이 비싼 상품은 이익률이 높기 때문에 가격이 낮은 상품과 똑 같은 매출을 올리는 경우 더 큰 이익을 안겨준다. 이 원칙을 잊고 가격경쟁에 뛰어드는 것이야말로 내가 볼 때에는 터무니없는 대책이다.

 

④ 30분 안에 행동개시하라 

     - 아무리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리더라도 그 자리에서 결단을 내리는 습관을 가져라

 

니콘에실로의 사장이었던 시절, 프랑스 에실로 본사에서 개최되는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로 건너갔을 때의 이야기다. 회의 전날, 한밤중 3시쯤에 도쿄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도매상이 파산했습니다.”

이런 내용이었다. 이대로 있으면 매매대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유통이 중단되어 상품을 소매점으로 내려 보낼 수 없게 된다.

나는 동행했던 간부사원 전원을 깨워 대응책을 마련했다. 그리고 새벽 3시 30분에 그 내용을 도쿄에 전달하고, 동행한 간부들 중에서 두 명을 아침 첫 비행기로 귀국시켜 진두지휘를 담당하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의 결단이 정답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는 없다. 그러나 30분 만에 결단을 내리고 행동을 개시했던 것만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최악의 경우, 10일 동안 중지될 수 있는 소매점으로의 배송을 하루도 정지되는 일 없이 끝마쳤기 때문이다.

결단을 내리는 동안에도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것이 비즈니스다. 따라서 결단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소 부족한 대책이라도 일단 재빨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⑤ '중역출근'은 10시? 개념을 바꿔라 

     - 불황일수록 상사는 부하 직원보다 더 많이 일해야 한다.

 

나는 55세부터 67세까지 대표이사를 역임한 발리락스(Balilax)나 니콘에실로에서 결근이나 지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마지막 시기에는 한 달의 3분의 2는 해외출장이었는데, 출장을 마치고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면 그 길로 사무실로 직행해서 일을 처리했다. 사장 자신이 열성을 보임으로써 사원들이 의욕을 느끼고 열심히 움직여준다면 그 모습을 보고 나 또한 더 강렬한 의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솔선수범이라는 말은 간단하지만 두뇌뿐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라는 입장에 놓이면 부하 직원의 인원수만큼 고통을 짊어진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반대로, 부하 직원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고 느껴진다면 당신이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따라서 자신의 일처리에 문제가 없는지 체크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부하 직원이 일의 방향성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그들의 일을 자신이 처리한다는 생각으로 세밀하게 분석해 보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⑥ 복도 한가운데를 걸어라 

     - 패배의 연쇄고리에서 빠져나오려면 복도 한가운데를 걸어보라.

 

내가 니콘에실로의 재건에 성공을 거두었을 무렵, 같은 빌딩에서 근무하며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자회사 사원들은 복도 가장자리를 걷고 있었다. 니콘에실로의 사원들은 흑자로 전환이 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지만, 자회사 사원들은 ‘노력해도 소용없다’고 포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패배의 연쇄고리를 끊는 가장 좋은 약은 성공체험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시대에는 작은 성공을 거두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럴 때는 마음을 굳게 먹고 성공한 사람이나 실적이 좋은 회사의 흉내를 내보는 것이 좋다. 눈치를 보며 힘없이 복도 가장자리를 걷는 행동은 당장 집어치우고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을 해본다. 그것만으로도 전향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일단 기분을 전환시키면 일에 대한 사고방식도 바뀌고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노력을 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일수록,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도 상관없으니까 당당하게 말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도록 신경을 쓴다. 그것이 사태를 호전시키는 열쇠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사장의 노트

하세가와 가즈히로 | 이정환 옮김

서울문화사 2010.01.29

조애리 기자 (joari80@gmail.com)





조기 유학이 영어실력을 망친다.

 


강남지역의 조기유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 조기유학 붐을 선도하던 강남에서 먼저 유학생 수가 줄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입시 정책의 변화 및 강남 중산층의 소득이 줄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조기유학 붐이 일었던 2006년 유학을 다녀 온 아이들의 영어실력에 학부모들이 만족하지 못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어째서, 현지에서 원어민과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일까? 15년 경력의 베테랑 영어교사 송봉숙은 그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폼이 안 나서' 입 닫는 아이들

조기유학을 간 사춘기 학생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한국에서의 준비 기간이 길든 짧든 유학을 간 학교에서 한동안 말을 아낀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청소년기 학생들은 또래 집단 사이에서 쓰는 언어로 대화한다. 재치 있는 말이나 농담이 인기를 얻고 또 굉장히 빠른 속도로 말을 주고 받는다.

그러나 유학생들이 이런 환경에 쉽게 적응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상황에 맞게 대꾸하는 건 고사하고 오가는 대화를 알아듣기도 힘들다. 익숙하지도 않은 악센트까지 넣어 가며 천천히 말하는 영어를 또래 외국인 학생들이 참을성 있게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는 부질없다. 결국 한동안 소외되는 건 당연하고 적응기간도 필요한 것이다.


물론, 성격에 따라 혹은 알아듣는 정도에 따라 적응기간이 단축되기도 하고 길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항상 쿨한 모습으로 있고 싶은 사춘기 학생들의 욕망과 떠듬거리며 한국어 악센트로 느릿느릿 영어를 구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상충되는 것이다. 


유학에 맞는 성격, 따로 있다.

성격은 영어를 빠르고 쉽게 배우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조기 유학을 가는 모든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기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 

1995년 트루잇(truitt)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어 회화 수업 중에 긴장하는 강도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 결과를 보면 한국인은 영어로 말할 때 터키인에 비해 훨씬 더 긴장한다고 한다. 긴장 강도가 클수록 영어 습득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긴장도가 높다는 말은 바로 자신감의 부족을 의미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모호한 상황을 잘 참을 줄 알아야 빠른 시간에 영어 실력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외국어로 하는 의사소통은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다. 모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 비해 명확함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참아내지 못하고 답답해서 그만두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상황으로 생기는 스트레스는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외국어로 시원스럽게 의사소통을 하기는 쉽지 않다.


즉, 긴장하지 않고 자신감이 충만하며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모험을 즐기는 외향적인 성격, 또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조적이며 타인과 공감력이 뛰어나고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 모호한 상황을 참을성 있게 견디는 성격을 지니고 있어야만 외국어를 습득하기 쉽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한국에서 유학 준비를 잘 해서 몇 개월 만에 적응했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사례가 그대로 내 아이에게도 통용될 것이라 믿어야 할 지 의문이다. 유학처럼 큰 일을 준비하는 중이라면, 남들이 어땠나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개성은 어떤지, 성격은 어떤지를 먼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레드카드, 대한민국 영어공부

송봉숙

부키 2010.03.17

조애리 기자 (joaeri80@gmail.com)





아우슈비츠가 세계문화유산? ‘악의 문화’도 문화다


아우슈비츠. 나치 독일의 악명높은 강제수용소다. 독일의 철학자 아도르노는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교육에서 가장 먼저 제기되어야 할 요구는 다시는 아우슈비츠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우슈비츠는 어떤 곳이었을까? 그곳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도르노는 독일인의 모든 교육이 아우슈비츠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많은 독일인이 그 말에 공감하고 있는 것일까?

아우슈비츠가 독일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아우슈비츠는 폴란드 남서부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폴란드 사람들에게서는 오슈비엥침(Oświęcim)이라고 불린다. 별다른 특징 없는 이 작은 도시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나치 독일이 이곳에 세운 강제수용소들 때문이다. 흔히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부르는 나치 강제수용소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나가 아니었다. 주 수용소 역할을 하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제1수용소)와 악명높은 가스실이 있는 살인공장으로 가동되었던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제2수용소), 그리고 강제노역의 본거지였던 아우슈비츠-모노비츠 수용소(제3수용소)가 모두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통칭되고 있다. 

원래 아우슈비츠는 폴란드 남부에서 작센 독일 지방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어서, 이미 1916년부터 추수철이 되면 작센 지방으로 일하러 가는 폴란드 농업노동자들을 위한 수용소가 있던 곳이었다. 이런 교통의 이점에 주목한 나치 독일은 1939년 폴란드 침공 직후 체포한 유대인들을 이 수용소에 임시로 수용했다. 이듬해인 1940년, 나치 독일은 이곳의 시설을 확장하여 폴란드의 저항운동 가담자들을 수용하는 정치범 수용소로 만들었다. 그게 제1수용소이다. 제1수용소에는 나치 친위대(SS)건물과 살인실험을 위한 연구동이 있었다. 

유대인 절멸정책을 수립한 이후, 나치 독일은 다시 아우슈비츠 시에서 북서쪽으로 3km쯤 떨어진 작은 마을 비케르나우에 네 개의 가스실을 갖춘 절멸수용소를 세웠다. 폭증하는 시체를 감당하기 위한 화장장도 차례차례 증설되어 6개까지 세워졌다. 시체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가스실과 화장장 사이를 엘리베이터로 연결하는 일체형 처리시설도 마련되었다. 이 같은 시설을 통해, 아우슈비츠-비케르나우에 도착한 수감자들이 살해당해 한 줌의 재로 변하기까지 길어야 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학자들은 살인의 문명화, 절멸의 기계화라는 말로 이를 표현하기도 한다.

가까운 모노비츠에는 수감자들의 노동력을 헐값에 활용하기 위해 제3수용소가 세워졌다. 모노비츠에는 합성고무를 생산하는 이 게 파르벤(I.G.Farben) 공장을 비롯해 수많은 군소공업 시설이 자리잡고 있었다. 제3수용소 외곽에는 다시 40여개의 소규모 수용소가 있어 탄광, 철공소, 공장 노동에 필요한 사람들을 수용했다. 

이렇듯 아우슈비츠는 격리수용, 생산, 절멸의 기능이 어우러진 복합수용소였다. 나치스가 유럽 전역에 세운 수천 개 수용소의 축약판이라고 할 수 있다. 나치 독일이 점령한 유럽 전역에서 모두 130만 명이 아우슈비츠로 끌려왔으며, 이들 가운데 20만 명만이 목숨을 부지했다. 110만 명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이들 가운데 90만 명은 도착하자마자 가스실로 직행하거나 총살되었고 나머지 20만 명은 질병과 영양실조,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한 대우, 생체실험으로 희생되었다. 110만 명의 희생자 대부분은 나치 독일이 절멸의 대상으로 선언한 유대인이었고, 집시와 슬라브인, 동성애자, 여호와의 증인, 정치범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폴란드 정부는 이 살인의 현장에 국립박물관을 세웠으며, 매년 70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2007년 6월 27일, 아우슈비츠에 설치된 세 개 수용소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근대 서구 문명의 문제점을 이곳보다 더 잘 설명해줄 역사적 장소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아우슈비츠라는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기억의 처소로서 남아있다. 아우슈비츠는 선조들의 범죄, 선량한 사람들의 희생, 인간악의 무한함에 대한 부담스러운 기억 위에, 그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많은 이들이 기울여온 엄청난 노력에 대한 기억까지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이진의 기자 (lifeinbook@gmail.com)





커피 한잔에 10원? 커피가 만들어낸 빈곤

한국인의 커피 소비량은 세계 11위라고 한다. 국내에서만 하루 수십만이 커피전문점을 이용한다. 커피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이 브랜드에 따라서는 4000원이나 그 이상의 가격이 붙기도 한다.

아메리카노 커피는 커피콩과 물만을 원료로 하는 제품이다. 그러면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 가격에서 원료 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들으면 놀랄 사람이 많을 것이다. 브랜드와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커피콩의 가치는 1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 자유무역시장의 커피 생두 기준가격은 평균적으로 kg당 1500원~2500원 정도다. 원두 1kg에서 커피 200잔 정도가 나온다고 할 때, 한 잔에 7원~13원 안팎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바다 건너 소비자들은 커피 한 잔에 그 400배나 되는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는데, 그 돈이 커피 농가에는 거의 도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커피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인 중남미 과테말라나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등의 가난한 나라에서 재배되며, 많은 농민들이 커피 농원에서 일하거나 아주 작은 밭에서 커피를 재배해 생활하고 있다. 커피 시세가 낮아질 경우 생산자는 최종 가격 중 많아야 7%밖에 얻지 못하며, 너무 가난해 커피콩을 가공할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수확한 붉은 열매 그대로 팔 수밖에 없는 농가는 이익을 1%밖에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커피로 얻는 대부분의 이익은 중개인이나 선진국의 무역회사, 가공업자, 소매업자에게 돌아간다. 


개발도상국에는 ‘보이지않는 손’이 없다

왜 커피 생산자의 몫이 이렇게 적은 걸까? 그것은 무역의 구조가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가 배운 애덤 스미스의 학설에 따르면 자유 시장경제하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국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게 돼 있다. 만약 작물의 가격이 내려가면 생산자는 다른 작물로 전환하거나 전직을 해, 그 작물의 가격과 생산량이 최적 상태로 안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사람들은 그것 말고는 달리 생활할 길이 없다. 저축해 둔 것이 없어 다른 작물로 전환할 여유조차 없고 전직하려고 해도 일자리가 없다. 커피 재배에만 의존해 먹고살 양식을 얻고 있는 것이다. 만일 흉년이 들거나 작물 가격이 폭락하기라도 하면 그대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단일작물 재배’는 개발도상국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농업 형태다. 커피만이 아니라 선진국을 위해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되는 많은 작물이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 가운데 하나로 공정무역이 있다. 공정무역은 생산비용과 생산자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격’과, 생산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장기 거래’를 보증하고 있다. 국제 커피 시세가 폭락해도 반드시 일정 금액 이상을 지불하고, 싼 가격을 찾아 거래처를 바꾸거나 하지 않는다. 이 방식은 기존에 생산자가 전적으로 부담해온 리스크를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이전시킨다. 과거 기업이나 중개업자가 차지하던 이익도 상당 부분이 생산자에게 돌아가, 이 경우 생산자의 이익은 11% 정도가 된다.
또 생산자에게 재배기술을 가르쳐주고, 융자나 선불거래 등 경영상의 지원을 하고, 가격이나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중개인이나 수출업자 대신 생산자들이 조직한 조합이 콩의 집하나 수출을 주관하므로 이를 통한 이익도 상당 부분 생산자에게 돌아간다. 조합은 이익의 일부로 창고와 정제소를 짓거나 조합원들을 위한 진료소, 학교를 운영하기도 한다. 


쇼핑은 돈을 통한 투표다 – 어떤 기업에 투표할 것인가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공정무역이 널리 퍼지고 있다. 영국인에서는 어느 슈퍼마켓에 가더라도 공정무역 커피나 바나나, 초콜릿, 홍차 등을 살 수 있으며, 스위스인이 먹는 바나나의 절반이 공정무역 제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름다운가게, YMCA, 두레생협, 여성환경연대 등을 중심으로 커피, 설탕, 초콜릿, 올리브유, 수공예품을 비롯한 공정무역 물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일부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업체도 공정무역 커피 판매에 나서고 있다. 아름다운가게의 ‘아름다운커피’ 상품 중 하나인 ‘히말라야의 선물’의 경우, 세계 공정무역 제시 가격인 kg당 2.78달러보다 25%가량 높은 kg당 3.45달러의 가격으로 네팔 유기농 농가들과 거래하고 있으며, 판매수익금도 다시 제3세계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일본의 NGO활동가 기타자와 코는 이렇게 말한다.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지속가능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날마다 그 ‘선택’이 한목소리로 모아져 기업이나 정치가들에게 전달되면, 결국엔 기업이나 정치라는 큰 덩치를 움직이게 됩니다. 쇼핑은 ‘돈’을 통한 투표입니다. 어떤 미래에 투표할까, 그것은 여러분이 어떤 제품을 골라 사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굿머니(착한돈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다나카 유 | 김해창 옮김

착한책가게 2010.02.26


이진의 기자 (lifeinbook@gmail.com)





200년 전 조선의 건달, 무뢰배의 진화사

도둑떼에서 친일파 앞잡이까지… 전횡∙방탕으로 천민자본주의의 그늘 드리워

밤은 두려움의 공간이다. 사람은 원래 어두운 곳을 무서워하지만, 도시의 밤거리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이와는 또 다르다. 밤의 골목길을 걷는 사람들은 어둠 그 자체나 귀신 같은 것이 아니라 사람을 두려워한다. 퍽치기 강도, 깡패, 양아치, 건달, 불량배, 치한과 같은 이들,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을 조선 시대에는 ‘무뢰배’라고 불렀다.

무뢰배(無賴輩)를 글자 뜻 그대로 풀면 기댈 곳, 또는 의지할 사람이 없는 무리가 된다.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오히려 불쌍히 여기고 돌보아주어야 하는 존재처럼 느껴지는데, 어째서 불량배나 우범자들을 이렇게 불렀을까? 이것은 일과 근면을 중요시했던 유교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맹자는 항산(恒産), 즉 일정한 생업이 없는 사람에게는 항심(恒心), 한결같고 성실한 마음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농사지을 땅이나 일정한 직업과 같이 기대어 생활할 근거가 없는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긴 것이다.

조선 초기에 무뢰배로 지칭된 자들은 주로 중이나 백정, 도망노비, 산간이나 절간에 숨어든 도둑떼 등이었다. 호패제가 시행된 뒤에는 여기에 ‘호적에서 누락된 자’가 추가되었다. 생계를 지탱할 직업이 없고, 신분증명도 없으니 이들이야말로 명실상부한 무뢰배였다.

그러나 조선시대 전체에 걸쳐, 무뢰배로 지칭되는 사람들의 범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넓어진다. 조선 중엽 계급의 벽이 두터워지면서부터는 사대부의 세계 밖으로 밀려난 서자, 기술직 관리, 양반은 양반이되 글을 익히지 않은 무인 계층인 무반(武班)이 차례로 무뢰배 취급을 받게 되었다.

연산군과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도 후대 식자들에 의해 무뢰배의 전형으로 지목되었다. 연산군은 미모의 젊은 여성들에게 흥청(興淸)이라는 벼슬을 주고 궁으로 불러들여 방탕한 유흥을 즐겼다. 흥청망청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이렇게 자신의 누이나 딸을 흥청으로 바치고 별감 자리를 얻은 자들이 꽤 있었다. 이렇다 할 자격이 있어 별감이 된 것도 아니고, 하는 일이라고는 흥청이 된 누이나 딸을 배경 삼아 뇌물을 챙기거나 공갈협박으로 남의 재산을 갈취하는 짓뿐이었으니, 무뢰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이 연산군을 몰아내고 중종을 옹립한 무인 무리들도 후일 조광조에 의해서 가차없이 무뢰배 딱지가 붙었다는 것이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이제 무뢰배라는 말은 특정한 신분적∙사회적 위치에 있는 자를 지칭하는 말보다는 점차 성격이나 심성, 지식에 하자가 있는 자를 지칭하는 말로 더 자주 쓰이기 시작했다. 이미 무뢰배라는 이름의 고유한 의미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요행을 바라고 세력 있는 사람에게 빌붙는 자들, 그래서 충심보다 사심을 앞세우는 자들은 모두 무뢰배였다. 몰래 담벼락에 익명으로 벽서를 써 붙이는 자는 물론, 권세 있는 자를 대신하여 상소질하는 성균관 유생이나 시골 선비들도 무뢰배였고, 변변한 학식도 없이 과거 시험장에 몰려와 난장판을 만드는 응시자들도 무뢰배였다. 조선 후기 당파 간 다툼이 심해지면서는 반대당파에 속한 자는 모두 무뢰배 또는 무뢰배와 어울리는 자로 지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세상이 다 아는 대관이나 종친을 자기 당파가 아니라고 해서 바로 무뢰배라 부르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대신 욕을 먹은 것이 그 대가집의 하인이나 가신 노릇을 하는 겸인(傔人)들이었다. 

겸인이란 방문객 응대, 문서 수발, 행차 호종, 재산 관리 등의 일을 하면서 대가집에 머무는 사용인들을 말한다. 그중에는 노비도 있었지만 문서나 계산에 관련된 일을 하는 평민이나 선비 출신 겸인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나라가 아닌 일개 사인(사인)에 의탁하는 만큼 무뢰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상전의 행차를 호위하면서 위세를 돋우었고, 상전에게 갖가지 오락거리를 제공하면서 비위를 맞추어 심복이 되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라면 납치, 강간과 같은 일도 서슴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충성심을 인정받으면 별감이나 찰방 같은 벼슬자리를 얻을 수도 있었으며, 거기까지는 못 되더라도 주인이 지방에 내려가면 그 수행 역할인 비장이 되어 나름대로 거드름을 피울 수도 있었다.


조선 말의 별감. 조선에는 종친이나 대관에게 아부하는 겸인들이 별감직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시정의 왈짜, 무뢰배의 두령급은 거의가 이자들이었다.


조선 후기에는 땅 외에도 상업에서 얻는 이익이 늘어나면서, 겸인 무리들이 활개칠 곳이 더 늘어났다. 궁방이나 세도가에서는 염전∙어장∙유통권 등을 봉록으로 받거나 사들여서 부를 축적하는 데 몰두했고, 이런 일에는 세상 물정에 밝고 장부를 능숙하게 쓸 줄 아는 겸인들이 적격이었다. 연줄을 얻으려는 사람들과 능력 있는 수하를 두려는 세가∙궁방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영조 연간에는 시전 상인들을 겸인으로 삼는 것이 관례가 되었으며, 이 관례는 조선왕조, 대한제국이 망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한말 친일파 송병준의 겸인 노릇을 한 예종석의 회고에 따르면, 육의전 한 집마다 상인이 2~3인 있었는데 이 중 한둘은 고관 집에서 겸인으로 일했다고 회고했다. 고관들은 시전 상인의 상업적 지식을 활용하여 재산을 늘릴 수 있어 좋았고, 상인들은 든든한 배후를 두게 되어 좋았으니 이런 일이 관행화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오늘날의 조직폭력배들이 형님, 아우라는 호칭을 버리고 새로 사장이니 상무니 하는 호칭을 얻게 된 것처럼 조선 후기의 무뢰배들도 치부책에 정력을 쏟게 된 것이다.

그런데 겸인이 상인이 되었다고 해서 무뢰배 기질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본래부터 국법을 우습게 알고 사적 권력을 배경으로 못된 짓을 하던 자들이었으니, 그들의 상업 활동이란 것도 대체로 무뢰배의 행태를 답습하는 것이었다. 남의 영업권을 빼앗거나 힘없는 상인들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다반사였으며, 이렇게 뜯어낸 돈으로 저자에서 왈짜짓을 하며 방탕하게 놀아댔다. 

이렇게 조선 후기 도시 상업 발전 과정에서 형성된 자본에는 무뢰배 자본의 성격이 짙게 배어 있었다. 무뢰배 자본가들은 국가에 대한 도리와 책임은 면피하고 상전의 잇속만 챙기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상전이 몰락하면 재빨리 다른 주인을 찾아 나섰다. 이들은 이른바 한국적 천민자본주의의 원조였다. 본래 대가집 하인에 가까운 존재들이었으니 무슨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것도 있을 턱이 없었다.

개항 후에도 서울 상인들의 무뢰배 성격은 지속되었다. 한말 서울의 거상으로 지목되던 사람들 상당수가 종친이나 대관 집의 겸인 출신이었다. 친일파 매국노 송병준 역시 겸인 출신이었다. 충성을 바쳐야 할 공적 의무의 대상인 국가가 사라진 일제 강점기에 자본의 무뢰배적 성격, 천민성은 한층 더 증폭되었고, 지금까지도 서울 문화의 한 귀퉁이를 점거하고 있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서울은 깊다

전우용

돌베개 2008.05.06

이진의 기자 (lifeinbook@gmail.com)





‘주고도 욕 먹을까 두려워…’ 선물도 능력이다

예의상 주고받기를 중시하는 것은 동양 사회의 오랜 전통이다. 선물은 우리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전통 중 하나다. 명절, 결혼, 생일, 이사, 승진 등에 축하 혹은 감사하는 뜻으로 성의를 표시할 때 선물이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선물을 해야 상대방이 기뻐하고 나를 기억할까?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아주 흔하고 현실적인 문제다.

개인뿐만이 아니라 기업도 비슷한 것을 고민한다. 어떤 방법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직원들이 더 기뻐하고 열심히 일할까? 선물도 투자다. 제대로 선택하고 제대로 주는 방법을 알아보자. 


용 꼬리보다 닭 머리를 주라
- 비싸지만 시시한 선물, 작지만 최고의 선물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시는 중국에 다녀와서 친구 A와 B에게 각각 8만원짜리 캐시미어 목도리와 10만원짜리 울 재킷을 선물했다. 그러자 A는 친구가 자신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고 최고급 목도리를 샀다고 기뻐하고, B는 친구가 인색하게 싸구려를 선물했다고 실망했다. 실제로는 목도리가 재킷보다 싸다.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선물을 하는 사람은 여러 상품을 비교하여 그 중 좋은 것을 고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받는 사람은 자기가 받는 물건 하나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에, 목도리와 재킷을 비교하지 않는다. 목도리를 받은 사람은 다른 목도리와 비교해서, 재킷을 받은 사람은 다른 재킷과 비교해서 얼마나 좋은 물건인지를 생각한다.
선물을 할 때 그것이 얼마짜리인가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그 물건이 같은 종류의 상품들 사이에서 얼마나 고급품인가가 더 중요하다.


평소 못 하던 사치를 누릴 기회를 주라
- 생활 필수품엔 감동이 없다

장 사장은 설을 맞이하여,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할 방법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하나는 현금으로 30만원을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30만원 상당의 W호텔 식사권을 주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 선물일까?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현금 30만원을 선택할 것이다. 경제학 논리로 보면 확실히 현금 30만원이 더 유용하다.
그러나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위와 같은 내용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다른 선택의 기회 없이 30만원짜리 최고급 호텔 식사권을 받은 직원은 그냥 현금 30만원을 받은 직원보다 기뻐하는 정도가 컸다. 한 번도 최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해본 적 없는 직원은 특별한 경험을 한 것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현금 30만원은 지갑속으로 들어간 후에는 어디에다 썼는지 행방이 묘연해진다. 사람들에게 딱히 의미를 남기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사람들은 평소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꼭 필요한 것’에만 돈과 시간을 쓰며 살아가곤 한다. 내심 원하고 있지만 제약에 묶여서 갖지 못하던 물건이나 경험을 선물받을 경우,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적 만족감은 경제학적 효용을 훨씬 넘어선다.

이를 가장 확실히 응용한 예로 미국의 내셔널 풋볼 리그를 들 수 있겠다. 내셔널 풋볼 리그는 매년 슈퍼볼이 끝나고 일주일 후 마지막 행사로 올스타전을 개최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아무리 많은 상금을 걸어도, 이미 100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슈퍼스타급 선수들은 좀처럼 참여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주최측은 기발한 방법을 써서 최고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주최측은 먼저 올스타전 개최지를 하와이로 옮겼다. 그리고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여자 친구와 함께 올 수 있도록 왕복 항공권 두 장과 하와이 호텔 숙박권을 제공했다. 물론 연봉 100억대 슈퍼스타들에게 하와이까지의 여행경비는 푼돈에 불과하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의 여유다. 이들은 거의 매일 강도 높은 훈련을 해야 하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많은 경기에 참가해야 한다. 따라서 여자 친구와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요, 그녀와 하와이로 놀러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 올스타전 참가 명목으로 휴가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상대로 스타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올스타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 방법은 비용 측면에서는 상금이나 출전비를 주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훨씬 더 큰 효과를 발휘했다.


비교할 여지를 없애라
- 고를수록 아쉽다

선물을 할 때는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는 편이 좋다. 사람들은 선택 기회가 있으면 더 효율적인 선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선물을 받는 사람의 기쁨은 별로 크지 않다.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포기한 다른 하나에 대한 미련이 기쁨을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선물을 받더라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 쉽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받는 선물을 공개하는 것도 좋지 않다. 다른 사람보다 못한 것을 받았다고 느낄 때의 불만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남과 똑같은 것을 받았을 때에도 상대에게 특별한 성의표시를 받았다는 기쁨이 사라진다. 보통 회사에서 직원의 보너스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주변 사람들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직장에 더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한 자기가 다른 동료들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고 믿으며 만족해서 일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질 경우, 모두가 불만에 차서 보너스 인상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선물은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직원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며,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을 키운다. 하지만 잘못 고르면 자칫 돈 낭비로 끝나는 일도 많다. 선물을 할 때 단순하게 현실적 효용가치만 생각했다가는 상대방은 이익을 얻을지는 몰라도 정작 선물을 한 당신은 온데간데 없어지기 쉽다. 선물을 주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상대방과 나의 관계를 위한 것이다. 익명의 기부천사 역할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기쁨을 주고 마음을 공략하는 선물로 내 인상을 남기는 쪽이 좋지 않을까.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하여 뉴스인북 편집단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이코노믹 액션

크리스토퍼 시 | 양성희 옮김

북돋움(오토북스) 2008.02.25

이진의 기자 (lifeinbook@gmail.com)





장기투자, 왜 못할까? 피해갈 수 없는 자기과신의 함정!

장기 투자는 주식의 기본이다. 등락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오래 갖고 있다보면 이익은 나게 마련이라고들 한다. 미국 주식시장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매횟수가 많을수록 손실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거래는 언제나 빈번하다. 장기투자가 좋다는 것을 다들 알면서도 사고 팔고를 반복한다. '사지 말걸...' 하고서 또 사고, '팔지 말걸...' 하고서 또 판다. 수수료도 감당이 안 될 만큼 지나치게 자주 매매하는 사람까지 있다. 

어째서일까? 답은 단순하다. 장기투자가 이익이라는 것은 알지만, 자신은 장기투자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나친 자기과신 탓이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자기 정보와 판단력이라면 어떤 주식이 오르고 내릴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꾸 거래를 시도하고 결과적으로 더 큰 손실을 본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자기과신 표현 정도가 심하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남성들은 시장의 모든 변화와 기회를 정확히 포착하여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는? 예측한 그대로다. 남성이 여성보다 거래 빈도가 높았고 그만큼 손실도 컸다. 2001년 바버, 오딘 교수가 제시한 데이터에 따르면 남성 계좌 개설자의 연평균 환수율은 여성보다 1.5배 높고, 연평균 수익률은 여성보다 0.94% 낮았다. 


자기과신,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들은 남과 자신을 비교할 때 대부분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자 스벤슨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운전기술을 평가해 보도록 한 결과 조사 대상자 90%가 자신의 운전기술이 평균 이상이라고 답했고 평균 이하라고 대답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결국 실제로는 평균 이하인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믿고 있다는 뜻이다.

어떤 연구자는 부부를 대상으로 각각 집안 일을 몇%나 하고 있는지 물어 보았다. 조사 결과 남편과 아내의 답을 합해 보니 130%가 넘고 말았다. 개인뿐 아니라 단체도 똑같이 어처구니 없는 착각을 한다. 한국의 종교 인구는 각 교단의 발표를 합치면 7000만 명에 가깝다. 알다시피 한국의 인구는 4800만 명이다.
변호사, 전문경영인, 경제 분석가처럼 경험이 풍부한 전문직 종사자도 자기과신은 피해가지 못한다. 한 조사 결과 민사소송을 맡는 변호사 중 68%가 자신이 변호하고 있는 의뢰인이 승소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50%는 소송에서 질 수밖에 없다.


계획오류 : 항상 일정은 계획보다 지연된다

자기과신이 일으키는 손해는 주식 투자에만 그치지 않는다. 누구나 다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가 반도 이루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거나, 계획한 일정에 맞추지 못해 몇 번씩 마감을 미루며 허둥지둥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반개인은 물론이고 아주 치밀한 분석을 통해 수립된 정부기관의 사업도 계획보다 훨씬 늦어질 때가 많다.

심리학자 뷸러, 그리핀, 로스는 이에 관련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심리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문 한 편을 완성하는데 예상되는 시간을 최대한 정확히 계산하도록 했다. 조사에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와 일반적인 경우, 모든 단계에서 문제가 생겨 지체될 경우 세 가지 상황에 따라 각각 예상시간을 적도록 했다. 조사 결과 학생들은 최소 27.4일, 일반적인 경우 33.9일, 최악의 경우라도 48.6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논문 한 편을 쓰는 데 걸린 시간은 어느 정도였을까? 무려 55.5일이었다. 모든 학생이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생겼다고 가정하더라도 예상과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즉 학생들 대부분이 자기과신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 대한 판단은 서툴기 그지없다. 무엇이 우리의 눈을 흐리는 것일까?


1. 상대적 통찰력의 부족 : 벤처사업 거품의 교훈

90년대 미국에서 벤처사업 붐이 일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패기만만하게 회사를 차렸다. 10년 후 조사해보니, 평균 실패확률은 무려 80%에 달했다. 창업 후 5년을 넘기지 못한 회사가 61%, 10년을 넘기지 못한 회사가 79%였다. 창업자들은 스스로가 경쟁률과 경쟁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고, 자기 회사에 이를 극복할 차별화된 장점이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장점만 생각하고 자신의 경쟁상대 역시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바른 판단을 하려면 내 능력과 정보의 상대적 한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 정확한 정보이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 정보인지, 어떤 것이 최신 정보인지도 두루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기 패만 보고 함부로 확신을 갖는다. 승부를 예측하려면 상대방이 무엇을 쥐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토너먼트 운동경기에서 선수들은 매회 자신감이 커진다. 때문에 선수들은 매회 경기가 진행되면서 상대 선수의 수준이 그 전에 상대한 선수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결과적으로 외부적 요인에 대한 조사와 준비가 허술해지기 쉽고, 이는 실패로 직결된다.

2. 자아긍정 편향 : 사람은 나쁜 점괘를 무시한다.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도 자기과신이 강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사람은 다양한 정보들 사이에서 자기 관점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관심을 가지고 이에 반하는 정보는 중요하지 않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자아긍정 편향이라고 한다. 상반되는 정보들이 뒤섞인 복잡한 상황에서는 판단하고 행동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한쪽 정보를 무시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런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긍정적인 정보뿐 아니라 부정적인 정보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3. 생리적 원인 : 자만을 부르는 아드레날린

성공을 거두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기쁨과 흥분에 빠져 판단력을 잃기 쉽다. 아드레날린은 집중력을 높여 주지만, 동시에 시야를 좁아지게 만들어 사람을 쉽게 자기과신에 빠뜨린다. 당신이 광고 기획자라고 가정해 보자. 갑자기 아주 참신한 광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너무 기뻐 춤이라도 추고 싶어진다. 당장 이 아이디어를 상사에게 보고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러나 조급해 해서는 안된다. 흥분한 상태로는 새 아이디어의 현실성이나 원가비용등 다양한 조건들에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냉정을 되찾고 차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략을 세울 때는 적을 가볍게 생각하고 전술을 펼칠 때는 적을 가벼이 보지 마라.” - 마오쩌뚱

자기과신 심리에도 장점은 있다. 자기과신은 자신의 객관적 상태와 상관없이 기쁨과 자신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은 적극적인 실행으로 이어지고, 실제로도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많은 책들은 사람들에게 보다 더 자신감을 가지라고 촉구하기도 한다. 문제는 자기과신이 합리적인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이다. 노력과 끈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자신감이 클수록 좋겠지만,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 자신감이 오히려 방해 요인이 되기 일쑤이다. 자신감이 없으면 자신을 발전시키기 힘들고 자신감이 과하면 큰일을 망칠 수 있으니 어떻게 해야 좋을까? 우선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자기과신에 빠지는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눈앞의 업무가 끈기와 투지가 필요한 일인지,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한 일인지에 따라 스스로를 다스릴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이코노믹 액션

크리스토퍼 시 | 양성희 옮김

북돋움(오토북스) 2008.02.25


이진의 기자 (
lifeinbook@gmail.com)





하루 9시간 자야 서울대 간다.
 

3당4락이라는 말이 있다. 3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다. 90년대만 해도 4당5락이었는데 어느새 또 한 시간이 줄어 3당4락이 되었다. 잠을 적게 자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한국에만 있는 한자숙어. 

정말 맞을까??

잠은 인간의 생리현상이므로 의사들이 제시하는 기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10대 후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할 때, 미국 의사들은 평균 9.3시간, 한국의 의사들은 9시간을 적정 수면시간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 말은 아홉 시간을 자면 좋다는 뜻이 아니라 10대 청소년들은 그 나이때에  아홉 시간은 자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즉 집에서 일곱 시간만 잔 아이들은 학교에서 부족한 두 시간 분을 보충하게 되어 있고, 다섯 시간만 잔 아이들은 나머지 네 시간을 어떤 형태로든 자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같은 수면이라면 조바심에 시달리며 꼬박꼬박 졸기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두뇌가 활동하기 가장 좋은 조건을 만드는 것은 수면 시간에 달려있다. 9시간 잔 학생이 한 시간 동안 공부할 양을 4시간 잔 학생은 2시간 이상 공부해야 그 양을 채울 수 있다. 적게 자면 그 만큼 두뇌 효율을 반으로 떨어 뜨리는 것이다. 무조건 책상 앞에 앉는 시간만 늘리려고 진짜 효율적인 휴식 시간을 깎아내기보다는, 자고 싶은 만큼 푹 자는 것이 정말 ‘경제적’ 수면이다.

의학적으로 사람이 일주일 동안 잠을 자지 않으면 죽는다고 한다. 밥을 먹지 않고는 20일, 30일도 살 수 있지만 잠을 자지 않고는 일주일을 넘기기 어렵다고 하니 잠은 인체에 그만큼 치명적이고 중요한 문제다. 인간은 어떤 형태로든 잠을 자게 되어 있다. 누워서 자지 못하면 앉아서 자고 앉아서 자지 못하면 서서라도 잔다. 스스로 불면증이 있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실은 무의식중에 짬짬이 졸고 있으면서 자기는 자지 않는다고 믿는 것뿐이라고 한다.

하루 서너 시간만 자면서 공부한다는 사람이 있지만, 실상 대부분은 네 시간은 누워서 자고 나머지 네 시간은 일과중에 짬짬이 나눠 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교에도 그런 아이들이 많다. 밤늦게까지 학원 다니고 새벽에 잠이 덜 깬 상태로 학교에 와서 아침에 졸고 밥 먹고 나서 졸고 종일 그렇게 비몽사몽 자다 깨다를 반복하거나, 심한 경우 아예 학교에서는 엎드려 자고 공부는 학원이나 한밤중의 자습으로 해결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 대부분이 자기가 열심히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몸이 천근만근이었으니 죽도록 노력한 것은 맞다. 그렇지만 기대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잠을 안 자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잠을 비효율적으로 자기 때문에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고 힘은 힘대로 들면서 성적은 오르지 않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평소에 늘 잠이 부족한 아이들은 여러 가지 병도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툭하면 감기에 걸리고 한번 걸리면 오랫동안 낫지도 않아서 여러 날을 까먹는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으니 집중력도 떨어진다. 이래저래 손해가 많다.

충분한 수면은 아이의 건강과 공부의 효율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 성적 향상과도 직결되어 있다. 중요한 시합을 앞둔 운동선수나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나 똑같다. 원정 경기의 시차 때문에 제 컨디션이 아닌 선수들에게 정신력 운운하는 것이 가당치 않은 주문인 것처럼, 평소 수면부족으로 피곤해하는 학생에게 정신력으로 성과를 내라는 것도 당치 않은 일이다. 

정신력이란 말은 한국인에게 무척 익숙한 말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해서 안 될 일이 어디 있을까. 그렇지만 졸려도 잠을 자지 않고 공부하는 것이 '정신력 발휘'라고 믿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하여 뉴스인북 편집단에서 작성하였습니다.>

공부갈증

이화득|이미경

서울문화사 2010.04.15

이진의 기자 (lifeinbook@gmail.com)





아홉 살 소년, 자유투 2,057개로 세상을 바꾸다
HIV와 싸우는 긍정적 전염, ‘희망의 링’


“네가 좋아하는 게 뭐니?” 한 소년과 수많은 고아들의 인생을 바꾼 최고의 질문

2004년, 미국에 사는 아홉 살 소년 오스틴은 아프리카의 에이즈 고아들의 처지를 전하는 월드비전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돕기 위해 무언가 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고작 아홉 살의 어린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계속하던 중 오스틴과 전화 통화를 하던 월드비전 직원이 물었다.
“오스틴, 좋아하는 게 뭐니?”
“운동을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농구요.”
“그럼 농구로 세상을 바꿔 보는 게 어떨까?”
이 한 통의 전화가, 17개국에서 수만 명이 동참하여 십억 이상의 돈을 모금하고 잠비아에 학교와 진료소를 건립한 <희망의 링(Hoop of Hope)> 운동의 시작이었다.
 처음 시작은 아주 작았다. 오스틴은 세계 에이즈의 날인 12월 1일에 학교 체육관에서 기부 모임을 열고, 자유투 한 개를 던질 때마다 1달러씩 기부를 받기로 했다. 홈페이지를 열고 친척과 아는 사람들에게 메일로 기부를 부탁했다. 2004년 12월 1일, 오스틴은 팔에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2,057개의 자유투를 던졌고 이렇게 모은 돈으로 8명의 고아에게 후원을 했다. 

이 이야기는 지역 방송국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다음 해 세계 에이즈의 날에는 애리조나뿐만 아니라 애틀랜타, 워싱턴, 캘리포니아 등 여섯 개 지역에서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오스틴과 함께 자유투를 던졌다. 그날 하루 모금한 금액은 3만 8천달러에 달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동참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났다. 70대 노인이나 자폐증에 걸린 소년, 심지어 18개월 어린아이까지 유아용 농구대로 참여했다. 기부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작년 한 해 동안에만 60만 달러(한화 약 75억) 이상을 모금했다. 기부금은 고아들에 대한 직접 후원을 비롯하여 고아들을 위한 학교, 지역 주민들이 바로 에이즈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진료소 건립 등에 쓰였으며, 두 번째 진료소가 2010년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오스틴 구트와인(우측)


절망의 전염 HIV, 희망의 전염 "Hoop of Hope"

지구상에는 많은 전염성 질병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것은 에이즈라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몸의 면역체계가 질병과 싸우는 능력을 잃기 때문에 흔하고 가벼운 질병이나 감염에도 목숨을 잃기 쉽다.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전염성이 아주 강하며 성관계나 혈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 에이즈에 걸릴 임산부가 낳은 아이는 에이즈가 전염될 확률이 15~30퍼센트나 되며, 완벽한 치료약은 아직 없다.

에이즈는 당사자의 삶을 파괴할 뿐 아니라, 그 전염성 때문에 순식간에 주변까지 황폐화시킨다. 가난 때문에 진단과 예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아프리카에서는 한 사람이 에이즈에 걸리면 배우자도 바로 감염되고, 아이들은 순식간에 고아가 된다. 에이즈로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되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 나머지 에이즈 고아라는 신어가 사전에 등재될 정도이다. 2009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는 1,500만 명의 에이즈 고아들이 있으며, 이중 3/4에 가까운 1,200명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지금도 하루에 6,000명, 14초에 한 명꼴로 고아가 늘어나고 있다. 초등학교의 평균 학생 수가 600명이라고 했을 때 매일 열 군데의 초등학교가 에이즈 고아로 가득 차는 셈이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에이즈의 전염성도 막강하지만, 오스틴과 <희망의 링> 이야기는 서로 돕고 나누는 행위에도 강한 전염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스틴과 그 가족에게는 큰 돈도 스마트한 전략도 없었다. 차고에 만든 사무실과 노트북 몇 대가 전부인 평범한 가족과 아이들에 불과했다. 4분짜리 홍보 동영상을 본 아홉 살 어린이 한 명의 움직임이 세계적인 구호 단체의 설립까지 이어졌다.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이 가진 전염성의 힘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2007년 12월 19일 워싱턴의 한 스타벅스 드라이브인 매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한 손님이 자기 커피 값뿐 아니라 뒤에 있는 사람의 커피 값까지 계산했어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는 즉흥적인 행동이었지요. 뜻밖의 친절에 놀란 뒷사람은 자기 뒤에 있는 차의 커피 값을 계산했습니다. 한 사람의 즉흥적인 친절로 일어난 일이 1,112명까지 이어졌어요. 이처럼 세상을 바꾸는 일에는 전염성이 있는 것 같아요. 자기 커피만 받고 가버린 1,113번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할지도 모르겠지만 요점은 그게 아닙니다.

전염이란 보통 직접 혹은 간접적인 접촉을 통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가 전달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을 발견하고 열정을 찾아서 비전을 추구하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따라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일에는 전염성이 있습니다." -<나는 희망을 던진다> 중에서, 오스틴 구트와인.

오스틴과 오스틴에게 전염된 사람들은 지금도 희망의 바이러스를 세상에 퍼뜨리고 있다. 오스틴 구트와인이 직접 쓴 <나는 희망을 던진다(Take Your Best Shot, 뜨인돌)>에 자세한 이야기가 실려 있으며, <희망의 링> 공식 사이트
http://www.hoopsofhope.org/ 에서는 항상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나는 희망을 던진다

오스틴 구트와인 | 장택수 옮김

뜨인돌 2010.05.25


이진의 기자 (
lifeinboo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