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는 '쉐프', 와인에는 '소물리에' 그렇다면 향수에는? 

<향수를 뿌리고 있는 모습>

 
샤넬 No. 5, 불가리 블루, 디올의 쁘아종 등은 사용해보지 않았더라도 다들 한 번쯤 들어 봤을 만한 향수들이다. 한때는 특별한 사치품 취급을 받았던 향수지만, 이제는 보편적인 물건이 되었다. 최근에는 특별한 모임이나 중요한 자리에 갈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자신만의 향을 내기 위해 향수를 뿌리는 사람도 많이 늘어났다. 그런데 향수는 누가 어떻게 만들까?공장에서 찍어내듯 나오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향수를 만드는 사람을 조향사라고 부른다. 조향은 예리한 감각과 섬세한 창의성이 요구되는 매우 까다로운 기술이며, 특정 향들을 섞어 완벽한 조합을 이루어내는 과정이다. 조향사는 원료가 되는 향을 파악하고 그것을 섞어 새로운 향을 만드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간혹이다. 대부분의 향수는 30가지에서 몇백 가지의 원료가 합쳐진 것이다. 수백 가지에 이르는 향을 익히고 구분하는 데에는 보통 몇 년이 걸린다.

프랑스의 그라스(Grasse)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조향사 양성기관들이 몰려있다. 최근까지도 견습 조향사들이 이 업계의 일을 배우는 데에는 10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훈련 기간이 3년으로 단축되었고 많은 기관이 문을 닫았다. 가장 유명한 기관 가운데 하나인 지보당 루르(Givaudan Rour) 연구소 역시 그라스에 위치하고 있다.


 

 
                                                                  <그라스에 위치한 지보당 루르>
 


훈련생들이 거쳐야 할 첫 번째 단계는 광범위한 조향 용어들을 암기하는 것이다.
이는 조향사들이 연상의 과정을 통해 평생에 걸쳐 연마하고 완성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파출리(patchouli) 향을 맡으면 호숫가의 젖은 나뭇잎을 떠올리고 파인 에센스와 해변에서 보내는 휴일의 이미지를 결합시키는 식이다. 훈련생들은 각자 연상 노트를 가지고 연습을 거듭한다.
 
향수 연구소에서 학생들은 조향의 기본 원칙과 화학적 작용에 대해 배운다.
일단 공식을 익히면 실제 훈련을 위해 제조 과정에 투입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조향 계획안을 작성해본다. 가장 까다로운 테스트는 기존의 향수를 똑같이 만들어보는 것이다. 졸업 시험은 주어진 향을 맡고 그 향을 재현해내는 것이며, 결과물을 받은 수석 조향사가 원래의 향과 학생의 작품을 구분하지 못하면 그 학생은 주니어 조향사가 되는 자격을 얻게 된다.
 
조향사들은 여러 향이 합쳐지면서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향을 가라앉히거나 뚜렷하게 만드는 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또한 한 가지 향이 다른 향을 억누르지 못하도록 모든 향의 강도를 고르게 만드는 법은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탑 노트[향수를 뿌린 직후부터 알콜이 날아간 10분 전후의 향], 미들 노트[30분~1시간후의 안정된 상태의 향], 베이스 노트[2~3시간 후부터 향이 전부 사라지기까지의 향]을 얻어내는 법을 배우고, 그것이 잘 지속되도록 최종적으로 향을 고정시키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향수가 탄생하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이와 더불어 조향사는 숙련된 화학자여야 한다. 고도로 훈련된 후각을 가진 조향사들은 자신의 작품, 즉 향 혼합물에 압지를 담갔다 꺼내어 말리면서 그 작품을 테스트 한다. 그러나 후각 신경이 금세 무뎌지기 때문에 이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최적의 향이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기간은 무려 3년에 이르기도 한다

 


                                                <프랑수아 코티의 레망 / 겔랑의 샹따롬 / 까롱의 엥피니> 

 
프랑수아 코티의 레망(L'aimant by Coty)은 연구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만들어졌고, 겔랑의 샹따롬(Chant d’Arômes)과 까롱의 엥피니(infini by Caron)는 각각 7년, 15년의 제작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우연한 사건을 통해 향수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샬리마(Shalimar)'는 자크 겔랑이 바닐라 에센스를 우연히 '지키(Jicky)'라는 화장수 안에 쏟아서 만들어졌다. 지키는 자연원료와 합성원료를 결합시킨 최초의 향이기도 했다.
 

<겔랑의 샬리마>


사람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향수. 긴 연구 끝에 혹은, 우연에 의해 만들어 지기도 한다. 그러나 향수를 제작하기 위해, 수많은 조향사들은 끊임없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지상의 향수 천상의 향기

셀리아 리틀턴 | 도희진 옮김

뮤진트리 2009.11.17


조애리 기자(
joaeri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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