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 왜 못할까? 피해갈 수 없는 자기과신의 함정!

장기 투자는 주식의 기본이다. 등락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오래 갖고 있다보면 이익은 나게 마련이라고들 한다. 미국 주식시장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매횟수가 많을수록 손실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거래는 언제나 빈번하다. 장기투자가 좋다는 것을 다들 알면서도 사고 팔고를 반복한다. '사지 말걸...' 하고서 또 사고, '팔지 말걸...' 하고서 또 판다. 수수료도 감당이 안 될 만큼 지나치게 자주 매매하는 사람까지 있다. 

어째서일까? 답은 단순하다. 장기투자가 이익이라는 것은 알지만, 자신은 장기투자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나친 자기과신 탓이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자기 정보와 판단력이라면 어떤 주식이 오르고 내릴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꾸 거래를 시도하고 결과적으로 더 큰 손실을 본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자기과신 표현 정도가 심하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남성들은 시장의 모든 변화와 기회를 정확히 포착하여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는? 예측한 그대로다. 남성이 여성보다 거래 빈도가 높았고 그만큼 손실도 컸다. 2001년 바버, 오딘 교수가 제시한 데이터에 따르면 남성 계좌 개설자의 연평균 환수율은 여성보다 1.5배 높고, 연평균 수익률은 여성보다 0.94% 낮았다. 


자기과신,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들은 남과 자신을 비교할 때 대부분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자 스벤슨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운전기술을 평가해 보도록 한 결과 조사 대상자 90%가 자신의 운전기술이 평균 이상이라고 답했고 평균 이하라고 대답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결국 실제로는 평균 이하인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믿고 있다는 뜻이다.

어떤 연구자는 부부를 대상으로 각각 집안 일을 몇%나 하고 있는지 물어 보았다. 조사 결과 남편과 아내의 답을 합해 보니 130%가 넘고 말았다. 개인뿐 아니라 단체도 똑같이 어처구니 없는 착각을 한다. 한국의 종교 인구는 각 교단의 발표를 합치면 7000만 명에 가깝다. 알다시피 한국의 인구는 4800만 명이다.
변호사, 전문경영인, 경제 분석가처럼 경험이 풍부한 전문직 종사자도 자기과신은 피해가지 못한다. 한 조사 결과 민사소송을 맡는 변호사 중 68%가 자신이 변호하고 있는 의뢰인이 승소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50%는 소송에서 질 수밖에 없다.


계획오류 : 항상 일정은 계획보다 지연된다

자기과신이 일으키는 손해는 주식 투자에만 그치지 않는다. 누구나 다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가 반도 이루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거나, 계획한 일정에 맞추지 못해 몇 번씩 마감을 미루며 허둥지둥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반개인은 물론이고 아주 치밀한 분석을 통해 수립된 정부기관의 사업도 계획보다 훨씬 늦어질 때가 많다.

심리학자 뷸러, 그리핀, 로스는 이에 관련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심리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문 한 편을 완성하는데 예상되는 시간을 최대한 정확히 계산하도록 했다. 조사에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와 일반적인 경우, 모든 단계에서 문제가 생겨 지체될 경우 세 가지 상황에 따라 각각 예상시간을 적도록 했다. 조사 결과 학생들은 최소 27.4일, 일반적인 경우 33.9일, 최악의 경우라도 48.6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논문 한 편을 쓰는 데 걸린 시간은 어느 정도였을까? 무려 55.5일이었다. 모든 학생이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생겼다고 가정하더라도 예상과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즉 학생들 대부분이 자기과신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 대한 판단은 서툴기 그지없다. 무엇이 우리의 눈을 흐리는 것일까?


1. 상대적 통찰력의 부족 : 벤처사업 거품의 교훈

90년대 미국에서 벤처사업 붐이 일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패기만만하게 회사를 차렸다. 10년 후 조사해보니, 평균 실패확률은 무려 80%에 달했다. 창업 후 5년을 넘기지 못한 회사가 61%, 10년을 넘기지 못한 회사가 79%였다. 창업자들은 스스로가 경쟁률과 경쟁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고, 자기 회사에 이를 극복할 차별화된 장점이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장점만 생각하고 자신의 경쟁상대 역시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바른 판단을 하려면 내 능력과 정보의 상대적 한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 정확한 정보이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 정보인지, 어떤 것이 최신 정보인지도 두루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기 패만 보고 함부로 확신을 갖는다. 승부를 예측하려면 상대방이 무엇을 쥐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토너먼트 운동경기에서 선수들은 매회 자신감이 커진다. 때문에 선수들은 매회 경기가 진행되면서 상대 선수의 수준이 그 전에 상대한 선수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결과적으로 외부적 요인에 대한 조사와 준비가 허술해지기 쉽고, 이는 실패로 직결된다.

2. 자아긍정 편향 : 사람은 나쁜 점괘를 무시한다.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도 자기과신이 강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사람은 다양한 정보들 사이에서 자기 관점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관심을 가지고 이에 반하는 정보는 중요하지 않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자아긍정 편향이라고 한다. 상반되는 정보들이 뒤섞인 복잡한 상황에서는 판단하고 행동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한쪽 정보를 무시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런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긍정적인 정보뿐 아니라 부정적인 정보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3. 생리적 원인 : 자만을 부르는 아드레날린

성공을 거두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기쁨과 흥분에 빠져 판단력을 잃기 쉽다. 아드레날린은 집중력을 높여 주지만, 동시에 시야를 좁아지게 만들어 사람을 쉽게 자기과신에 빠뜨린다. 당신이 광고 기획자라고 가정해 보자. 갑자기 아주 참신한 광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너무 기뻐 춤이라도 추고 싶어진다. 당장 이 아이디어를 상사에게 보고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러나 조급해 해서는 안된다. 흥분한 상태로는 새 아이디어의 현실성이나 원가비용등 다양한 조건들에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냉정을 되찾고 차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략을 세울 때는 적을 가볍게 생각하고 전술을 펼칠 때는 적을 가벼이 보지 마라.” - 마오쩌뚱

자기과신 심리에도 장점은 있다. 자기과신은 자신의 객관적 상태와 상관없이 기쁨과 자신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은 적극적인 실행으로 이어지고, 실제로도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많은 책들은 사람들에게 보다 더 자신감을 가지라고 촉구하기도 한다. 문제는 자기과신이 합리적인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이다. 노력과 끈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자신감이 클수록 좋겠지만,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 자신감이 오히려 방해 요인이 되기 일쑤이다. 자신감이 없으면 자신을 발전시키기 힘들고 자신감이 과하면 큰일을 망칠 수 있으니 어떻게 해야 좋을까? 우선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자기과신에 빠지는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눈앞의 업무가 끈기와 투지가 필요한 일인지,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한 일인지에 따라 스스로를 다스릴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이코노믹 액션

크리스토퍼 시 | 양성희 옮김

북돋움(오토북스) 2008.02.25


이진의 기자 (
life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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