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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 스펙을 타고 가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8.05 [지식l인문일반] 인문대생, 더 이상 취업 약자가 아니다.

2010년 7월 14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고용 동향을 살펴보면, 한국 총 실업률은 3.5%이지만, 청년 실업률은 그 2배 이상인 8.3%에 달한다. 88만원 세대, 낙바생(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어렵게 취업하는 졸업예정자),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등의 신조어에서도 이러한 청년층의 취업한파가 그대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청년층 중에서도 취업 한파를 더욱 심하게 느끼는 계층이 있다. 바로 “순수 인문”을 전공한 학생들이다.
 



                           <취업 포털 사이트 ‘잡 코리아’에 올라온 4년제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모집 공고들>

취업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모집공고들을 보면, ‘상경계열 전공자’를 뽑는다는 글은 있어도 ‘인문계열 전공자’를 뽑는다는 글은 거의 볼 수 없다.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인문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역사학 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박사과정 졸업 후 취업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길은 물론 교수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교수직이 충분히 많지 않으므로 결국 일부는 다른 직종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기 전문 분야를 살리면서 취직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 

공학 분야 같은 경우 굳이 대학이 아니라도 연구소나 일반 기업에 들어가서 자신의 전공을 살리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인문학 전공자들은 40대 중반이 되도록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느라 고생하며 모멸을 감내하는 경우도 있다. 

취업시장에서 ‘인문대생’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다른 전공자들에 비해서 훨씬 더 낮다. 그러나 정말 '인문학’ 전공이 취업에 불리하기만 할까? 대기업 임원, 방송국 PD, 금융권 임원들 중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인문학’을 전공한 것, ‘인문대’를 졸업한 것이 실무에 더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현 코오롱 신사업기획팀의 이수영 상무에게 ‘인문대생의 강점’에 대해 물었다.

 
Q: 인문대생이 회사에서 가지는 강점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A: 인문대생이 가지는 강점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인문'이라는 게 인간에 대해서 공부하는 거잖아요. 저도 그런 의미에서 책을 많이 읽고 세미나를 하고 그랬던 것 같구요. 그래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 사고의 깊이와 폭, 이런 것들이 인문대를 다녀서 더 많이 훈련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Problem Solving이라고 하죠? 매일매일 해결해야 하는 어떤 문제들이 있습니다.
특히나 회사는 매일매일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때 정확하게 큰 그림으로 보고 그다음에 깊이 있게, 정확하게 근본적인 핵심 이슈에 대해서 빨리 파악해서 해결하는 능력이 굉장히 많이 요구되죠. 그런 사고 능력,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문학이 아주 많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더 그런 것 같아요. CEO들에게 "어떤 책을 읽느냐"고 물으면 경영학 책을 읽는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하고 역사책, 철학책, 소설책 이런 것들을 읽는다고 하죠.
 
Q: 딱 원하는 인문학 전공자의 상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A: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사람이에요.

경영에서 요구하는 능력은 리더십하고 창조적 사고 능력이에요. 왜냐하면 나 혼자는 일을 못하거든요. 여러 사람들이 같이 해야만 되는 것이고, 나 혼자 하면 천년만년이 돼도 못합니다. 조직, 즉 여러 사람이 같이 일하는 조직에서 여러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끌어주는 능력, 그게 리더십입니다.
 
매일매일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이것은 이런 규정이 있어서 안 됩니다"라고 얘기를 하면 그건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겠죠.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이렇게 보면 이렇게 해결할 수 있잖아요"라고 이야기를 해줘야죠.
 
그게 바로 창의성입니다. 회사에서 원하는 인간상은 리더십하고 창의성인데 그게 있어야 문제가 해결되고, 문제가 해결이 되면 사업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이것은 안 돼"라고 하는 것이 '되도록' 만드는 게 사업이라는 거죠.
 
리더십과 창의성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이 안다는 것을 뜻합니다. 나 혼자 일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일하게끔 하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 나갈 수 있는 인문학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 와서 그런 부분들을 잘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회사에서 가장 원하는 사람이죠.


즉 기술적 능력만이 아니라 인문학적 능력도 충분히 회사에서 쓰임새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문학적 능력은 토익점수나 자격증같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문학적 능력은 어떻게 길러질까?

인문대 출신(불어불문학 전공)으로서 금융계에 진출, 외환은행 부행장과 해외사업본부장까지 지낸 노찬 이수화학㈜ 상임고문은 사회 진출을 생각하는 인문대생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사회가 원하는 인문대생, 갖추어야 할 자질이 있다
 
우선 대학시절에는 전공에 충실해야 한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전공에 올인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에 나가서 쓸모가 있을지 없을지를 미리 속단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인생은 지금 20대의 여러분이 상상하는 대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공에 충실하지 않은 인문대생은 그 가치가 떨어진다
어느 회사에서 독일 현지법인에 파견할 직원을 뽑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독문과 출신의 직원이 응모를 했는데 "독일어 시 하나를 암송해보시오"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런데 그 직원은 단 한 편의 시도 암송하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여러분이라면 어떤 인상을 받았겠는가? 연이어 물어보니 단지 독문과를 졸업했을 뿐이지 독일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독일의 문화를 잘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무늬만 독문과 출신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독문과 출신을 보낼 필요 없이 경영대 출신 중에서 독일어를 조금 할 수 있는 직원을 보내면 되는 것이다.
 
둘째, 외국어 서적을 최소 1만 페이지는 읽어야 한다. 

 
1만 페이지라고 하면 언뜻 그 분량이 잘 와 닿지 않을지 모르나, 300페이지짜리 책 33권으로 대학 4년 동안 1년에 8권 정도 읽는 셈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문대 졸업생 중에는 1만 페이지는커녕 1,000페이지도 읽지 않고 졸업하는 학생이 상당수 있으며 심지어는 500페이지도 채 읽지 않고 졸업하는 학생을 본 적도 있다. 이런 학생들은 인문대를 졸업했다고 하더라도 인문대 출신이라는 장점을 포기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는 최소한의 권고량이다.       

                 
                   <다양한 분야의 외서들>
 

셋째, 목표를 정하고 일정한 금액의 돈을 모아보기를 권한다.
인문대생은 공부하는 분야의 특성상 돈, 경제, 경영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돈을 주제로 이야기하기를 썩 즐기지 않는다.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뭔가 통속적이고 저급한 주제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인문대생도 경제, 경영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결국은 경제활동을 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문대생이 경제나 경영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돈을 모아보는 것이다.

물론 "나는 등록금도 내가 벌어서 학교도 간신히 다니는데 무슨 돈을 모아 보란 말이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당신 같은 경우야말로 돈을 모아보아야 한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의 부유하지 않은 환경에서 벗어나려면 돈과 정면승부를 해야 하며 대학시절의 경험은 그것이 실패의 경험이라고 하더라도 평생 재산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실용만을 강조하고 있다. 대학조차도 취업률로 평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순수 인문’을 전공한 대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문대’만의 장점을 살려 취업을 준비한다면, 바늘구멍 같다는 취업문도 좁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인문의 스펙을 타고 가라

이동진|주경철|표민수|이수영|노찬

사회평론 2010.05.12


조애리 기자 (
joaeri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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