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운전자들이 여성 운전자들의 운전 실력을 비웃을 때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아줌마는 집에서 밥이나 하지!"
덕택에 한때 인터넷엔 재미있는 사진이 떠돌았다. 어느 여성 운전자의 차 뒤에 붙어 있는 초보운전을 알리는 글귀였다.
"밥하고 나왔습니다."
애교 넘치는 표현이지만 남자들의 편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남성의 교통사고 발생건수 여성의 5배... 누가 정말 운전 못 하나
남자들은 여성 운전자들이 남성에 비해 순발력과 공간인지능력이 떨어지고 반응속도가 느려 원활한 차량흐름을 방해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렇게 운전을 잘한다는 남자들의 교통사고율은 어떨까? 아시아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교통안전공단이 최근 2년간 발생한 교통사고 42만 7484건을 비교 분석한 결과 남성이 34만 8389건, 여성이 6만 6025건의 교통사고를 각각 일으켰다고 한다. 여성보다 남성의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5배 많은 것이다. 운전면허소지자 100명당 교통사고 발생건수로 비교해도, 남성은 1.13건, 여성은 0.34건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약 3.3배 교통사고 발생빈도가 높았다.

이 정도라면 남자들은 여성 운전자에게 아무런 할 말이 없다.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교통사고는 많은 경우 남자들이 일으켰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왜 현실에서 운전을 잘하지도 못하면서 '내가 더 잘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일까? 

낙관적 편견의 함정

한국 남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에서 다수 운전자를 상대로 자신이 ‘평균적인 운전자’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절대다수가 '자신은 평균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모두가 평균 이상일 수는 없다. 누군가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갖고 있다면, 비슷한 만큼 평균 이하의 운전자도 있어야 한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심리학자들은 이 같은 인간의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 현상을 ‘낙관적 편견’이라고 부른다.

이런 현상은, 최소한 운전자에게는 우려할만한 일이다. 심리적 편견에 빠져 자신이 과속하거나 운전을 제대로 못 한다는 것을 모르는 운전자는 운전자 자신과 도로 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큰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교통법규 위반의 주범은 자기과신?
인간은 언제나, 그리고 특히 위기의 순간에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심리학자들은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경우 낙관적 편견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같은 차에 탑승한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교통사고에 휘말릴 가능성을 설문한 결과 동승자보다 운전자가 훨씬 더 낙관적으로 대답했다고 한다. 모두들 자신이 남보다 운전을 잘하고, 따라서 사고도 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부가 안전벨트나 휴대전화 사용금지 같은 새로운 교통안전 규칙을 도입할 때마다 운전자들이 저항하고, 은근슬쩍 법규를 어기는 것이다. 

문제는 운전자가 그같은 법규 위반(예를 들어 운전 중에 휴대폰 통화를 한다든가)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과대평가하면서 정작 자신의 안전에 미칠 위험은 과소평가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사회 안전을 위해 다른 사람의 행동은 규제해야 하지만 자신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자신은 늘 예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사회가 발전해도 교통법규 준수 수준이 형편없는 것이다.

실력을 믿는 사람일수록 사실은 운전을 못한다
운전자가 자기 운전 실력을 과대평가하는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 바로 운전 실력을 정확히 평가할 실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콘웰대학 심리학자 저스틴 크루거와 데이비드 더닝에 따르면, 대부분의 운전자에게는 자신에게 부족한 능력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이 부족하다. 영문법을 잘 모르면 어법에 안 맞는 말을 하고도 어디가 틀렸는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차의 꽁무니를 바짝 쫓아갈 때의 위험성이나 교통법규를 잘 모르는 운전자는 다른 운전자의 운전 실력에 비해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또한 그러한 행동을 함으로써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얼마나 큰지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미국의 운전행동 모니터링과 안전운전 교육 서비스 회사인 드라이브캠(DriveCam)사의 부사장 델 리스크는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자신은 눈에 띄는 사고를 낸 적이 없으니 모범 운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사고와 직결되는 위험한 운전 습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도로에서는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이 이제까지 별 일 없었으니 앞으로도 지금처럼 평균 이상으로 운전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차를 몰고 있다. 그리고 ‘나는 잘하는데 남들이 문제다’ 라고 생각하는 자아도취 운전자들이 늘어날수록, 타협과 협력이 꼭 필요한 복잡한 도로는 점점 더 불쾌하고 난폭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트래픽

톰 밴더빌트 | 김민주 옮김

김영사 2009.10.30


이진의 기자 (
life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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