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여행갈 땐 시계를 두 개 챙겨라? 

태양과 함께 하는 문화, 에티오피안 타임

<105일의 아프리카> 저자인 황윤하 씨는 에티오피아를 여행하다가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체크아웃이 3시라고 해서 마음 놓고 늦잠을 자고 있는데 호텔 직원이 문을 쾅쾅 두드린다.
“체크아웃 타임이 지났어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아직 10시인데요?”
“에티오피안 타임이 있고 유러피안 타임이 있죠. 3시가 지났다고요. 하루 더 묵을 거에요?”

이야기인즉슨, 에티오피아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GMT 기준의 시간이 아니라 그들 고유의 에티오피안 타임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기준으로는 자정이 0시, 하루의 시작이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에서는 해 뜨는 시각인 새벽 6시를 하루의 시작으로 보고 0시로 친다. 즉 윤하 씨의 시계는 10시를 가리키고 있지만, 이들의 시계는 4시를 가리키고 있다는 뜻이다. 체크아웃 타임이 3시라는 말은 사실 우리 기준으로는 9시라는 거였다. 이후로 윤하 씨는 어딜 가서 시간을 물어볼 때 항상 한 마디 덧붙이는 버릇이 생겼다. “에티오피안 타임이에요, 유러피안 타임이에요?”

다른 것은 또 있다. 에티오피아의 버스에는 시간표가 없다. 버스가 몇 시에 출발하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버스가 정해진 시간에 떠난다는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의 버스는 대부분 만차가 되면 아무 때나 출발하고, 버스가 간 다음에는 또 다른 차가 기다린다. 버스에 올라탄 뒤에도 출발할 때까지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일이 흔하다.

아디스 아바바에서 아와사로 가는 버스를 탔을 때 일이다. 버스에 탄 현지인들에게 아와사까지 얼마냐 걸리느냐고 물어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을 하지 않는데, 어디선가 2시간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맞아 맞아, 2시간. 그 정도 걸렸던 것 같아.”
그 한 마디에 사람들은 모두 2시간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버스는 6시간을 내내 달리고 나서야 아와사에 도착했다. 윤하 씨에게 시간을 알려 준 사람들은 모두 시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옛날에는 우리도 24시간 1,440분을 따지며 살지 않았다. 12간지를 따라 하루를 열둘로 크게 나누고, 해의 움직임을 보고 대강의 시간만 어림했다. 해가 없는 술시부터 인시까지의 아홉 시간가량은 더 크게 다섯 경으로 나누어 헤아렸다. 그 시절에도 각이니 점이니 하는 보다 세분화된 시간 단위가 있었지만, 실생활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해방 후 한동안 시간 약속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는다는 의미로 코리안 타임이란 말이 유행했던 것도 외국인들과 시간 감각이 달랐던 탓이다.
이제는 코리안 타임이란 단어도 과거의 유물이 되었고, 오늘날 우리는 누구보다도 분초를 다투며 살고 있다. 서울 도심에는 5분에서 10분 간격으로 버스가 오지만, 우리는 그 짧은 시간도 기다리기 초조해서 핸드폰으로 버스도착시간을 검색한다.
시간을 알고 싶을 때 시계 대신 해가 뜬 하늘을 바라보고, 버스가 언제 출발할지 조바심내는 대신 옆 사람과 느긋하게 대화와 웃음을 나누는 에티오피아 사람들.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에서 잃어버린 우리 옛 모습을 본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하여 뉴스인북 편집단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이진의 기자 (life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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