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정신병원에 갇힐 수 있다

종교 문제로 갈등하던 남편에 의해 정신병원에 71일 동안 강제 입원 당했던 정백향 씨는 ‘정피모(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http://cafe.naver.com/jpmjpm.cafe)’을 이끌고 있다. 정 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했고, 마침내 담당 의사를 ‘감금죄’로 처벌한다는 법원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멀쩡한 사람이 가족에 의해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 당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관계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정백향 씨의 경우가 처음이었다.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다.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자 정신병원에 끌려간 주부도 있고, 재산 다툼의 결과가 정신병원 입원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멀쩡한 사람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 당하는 사실상의 ‘감금’이 가능한 것은 법률에 그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정신보건법’ 제 24조이다. “정신 의료 기관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가 동의가 있는 때에는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경우에 한하여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으며……” 뒤에 따르는 조항은, 입원을 위해서는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하는 서류가 있어야 한다는 것뿐이다.

강제 입원의 필요조건은 가족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다. 가족은 앞서의 경우처럼 종교 갈등이나 이혼 등의 불화, 재산 다툼 등의 필요 때문에, 그리고 정신과 전문의는 매출 증대 때문에 강제 입원을 감행하고 있다. 사설 응급 업체에 약간의 돈만 쥐어 주면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일은 식은 죽 먹기라는 것이 피해자들의 한결 같은 증언이다.

<2008년까지의 국내 정신병원 입원현황. 환자의 동의 없이 가족, 정신과의사 등의 의사에 따라 행해진 비자의 입원이 자의 입원의 최소 6배 이상이다.> 

강제 입원이 많은 탓에 정신 보건 시설에서 생활하는 정신질환자(또는 정신질환자로 몰린 사람)의 수도 많다 2005년 말 기준으로 6만 8,991명이다. 미신고 시설까지 합하면 7만 명이 훌쩍 넘는다는 것만 확실할 뿐 정확한 통계도 없다. 정신병원, 정신 요양 시설 등의 정신병상 수는 7만 3천 개다. 국민 1천 명당 1.51개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탈리아의 0.1개는 물론이고, 영국의 0.69개나 독일의 0.7개보다도 2배가 넘는다.

정신 보건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많은 사람 중에 자의(自意)입원은 8.9퍼센트에 지나지 않고, 91.1퍼센트는 강제입원(2005년 기준)이다. 가족에 의한 강제 입원이 76.8퍼센트, 지방자치 단체장에 의한 것이 13.3퍼센트이다. 유럽의 강제 입원율(영국 13.5%, 프랑스 12.5%, 네덜란드 13.2%)에 비하면 6배나 높다.

입원 일수만 봐도 실태를 알 수 있다. 국립 정신병원 101일, 사립 정신병원 266일, 정신 요양 시설 2,485일이다. 시설 보호 대상자의 경우엔 국가에서 생활비와 치료비 일체가 지급되니 많은 사람을 수용할수록 매출이 뜬다는 장삿속의 결과이다. 대학 병원의 입원 일수는 20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국립 정신병원 입원 일수도 이탈리아에 비해 7.8배, 독일에 비해 4배나 된다. 한마디로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오랜 기간 동안 강제로 갇혀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은 국민당 정신병상 수, 정신병원 강제 입원율, 평균 입원 일수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위가 넘보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1위이다.

이전에는 아예 법률적 근거도 없었는데 1997년 정신보건법이 만들어져서 그나마 좀 나아졌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게 좀 나아진 것인지, 아니면 합법적으로 강제 입원이 양산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인지는 가늠할 데이터조차 없어 알지 못하는 형편이다.

정신병원에 갇히면 멀쩡한 사람도 정신질환자가 된다.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되어 감금 상태로 지내야 하고, 상태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강제 투약을 당해야 한다.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독서나 텔레비전 시청을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고, 하루 종일 종이가방 접기 등 강제 노역을 시키는 경우도 너무 많다. 보통의 일과는 밥 먹기, 약 먹기, 잠자기와 단순한 작업하기가 전부이다. 아무리 봐도 범죄자들을 가두는 감옥이 훨씬 낫다. 감금과 비인간적인 처우에 조금이라도 저항하면 당장 결박을 당하고 집단 구타가 쏟아진다.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 법 개정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부도덕한 의사들과 병원, 시설의 로비는 훨씬 막강하다. 주무부서인 보건복지가족부는 인권 사각지대인 정신병원에 대한 감시와 통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 정도가 겨우 관심을 갖고 있는 실정이지만, 그것도 겨우 정신과 의사들의 도덕성 회복을 촉구하는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이 기사는 (주)도서출판 삼인과 협의를 거쳐 아래 책에서 발췌 작성하였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오창익

삼인 2008.05.06


정다운 기자 (
dawn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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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숫처녀와 100퍼센트 결혼 성사" "처녀와 결혼-완전 후불제" "베트남 처녀 결혼-초혼∙재혼∙장애인 환영" "100퍼센트 사후 보증" "베트남 처녀는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65세까지 완전 성사" "북한 아가씨와 결혼합시다"

국제결혼 알선 업체들이 몇 년 전부터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변에 내건 현수막 문구들이다. 이 현수막에 큼지막하게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훨씬 더 자극적이고 기가막힌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남편에게 헌신적이다. 남편 말을 무조건 따른다. 혈통이 우리와 비슷하다. 몸 냄새가 아주 좋다. 몸매가 세계 최고다. 섹시하다. 때려도 도망가지 않는다. 정조관념이 투철하다. 사치를 모르고 검소하다. 생활력이 강하다. 자기희생적이며 부지런하다. 어른을 공경한다……."

              


"2006년 '차별적 국제결혼 광고대응을 위한 공동행동' 온라인 캠페인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신고를 받은 국제결혼 광고물들."

분명 우리 주변에 있을 누군가들이 이런 말들을 생산하고 소비한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너무나 수치스럽고 절망을 느낀다. 명목은 결혼 알선이지만, 사실 노예 거래와 하등 다를 바 없다. 이 따위의 부끄럽고 반인권적인 문구를 앞세워 홍보를 하는 업자들도 문제지만, 저런 천박한 광고에 눈길을 주는 일반적인 한국 남성들의 의식은 더 큰 문제다. 여전히 많은 한국 남성에게 여성은 그저 섹스 상대가 되어 주고, 애 낳아 주고, 시집 어른들 잘 모시고, 부지런히 살림도 잘하고, 남편 말에 군소리 없이 순종하고, 때려도 도망가지 않는 존재여야 하나 보다. 꼭 농촌에 사는 총각들만이 독특하게 인권 침해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농촌이라 해서 다를 건 하나도 없다. 그저 한국 남성의 평균이 그 어디쯤에 있는 것일 뿐이다.
해서 나는 같은 남성으로 더욱 끔찍하다. 평생의 반려라는 짝을 마치 노예를 고르는 기준처럼 돈을 주고 고르는 현실이 끔찍하다. 노예를 데리고 사는 노예주는 인생의 행복을 만끽할지 모르지만, 노예로 사는 '사람'의 삶은 비참, 그 자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광고를 부착하지 못하도록 '옥외 광고물 등 관리법'을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성이나 인종 차별적인 표현으로 인권 침해 소지가 클 경우 현수막과 간판, 벽보 등의 사용을 금지"하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의 법률만으로도 흉측한 문구의 현수막들을 얼마든지 단속할 수 있지만,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떨쳐 낸다는 생각으로 이런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때려도 도망가지 않는 베트남 숫처녀와 결혼하라'는 광고가 버젓이 길거리에 나붙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지방자치 단체 공무원과 경찰관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현재의 법률에 따라서도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잔인하게 표현하는 것', '음란 또는 퇴폐적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청소년의 보호∙선도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 '기타 법령의 규정에 위반되는 것' 등은 내다 걸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러한 행위 역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지방자치 단체와 경찰이 몇 군데만 확실하게 대응한다면 그 효과는 당장에 나타날 것이다. 고액의 벌금과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수막을 내다 걸 용기를 지닌 국제결혼 알선 업자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반인권적인 의식이다. 저도 사람이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처럼, 그저 노동력이나 성을 제공하는 존재로 여길 수 있는지가 더 큰 문제다. 광고도 문제지만, 그런 광고가 통하는 현실이 더 문제다.
이런 광고를 본 베트남, 북한,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을 생각해 보면 절로 몸서리가 쳐진다. 그냥 단순하게 입장만 바꿔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미국이나 유럽, 일본을 여행하는데, 한국 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을 읽게 된다면, 한국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까?

"대한민국 숫처녀와 100퍼센트 결혼 성사" "대한민국 처녀와 결혼-완전 후불제" "대한민국 처녀 결혼-초혼∙재혼∙장애인 환영" "100퍼센트 사후 보증" "대한민국 처녀는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65세까지 완전 성사" "대한민국 아가씨와 결혼합시다"
 


지은이 오창익
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인권 운동가로 활발한 인권 교육 활동을 해왔다.
《한겨레신문》과 《시사인》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글을 썼고, 성공회대 겸임교수로 대학원 강의도 한다.



<이 기사는 (주)도서출판 삼인과 협의를 거쳐 아래 책에서 발췌 작성하였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오창익

삼인 2008.05.06


정다운 기자 (
dawn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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