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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16 [지식l인문일반] 인류 최초의 신데렐라는 중국인이다

우리 전래동화 ‘콩쥐팥쥐’와 외국동화 ‘신데렐라’. 지구 반대편에서 각각 전래되어온 이야기지만, 깜짝 놀랄 만큼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계모의 구박을 받던 착한 소녀가 선녀나 요정의 도움으로 예쁜 옷을 입고 잔치에 가는 부분, 떨어뜨린 신발을 매개로 신분상승을 하게 되는 부분을 보고는, “어느 쪽이 표절한 거야?” 하고 묻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신데렐라와 비슷한 유형의 이야기는, 한국과 프랑스뿐 아니라 중국, 포르투갈, 인도네시아, 뉴기니 등 세계 각지에 다양한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 주오대학 교수 나카자와 신이치의 말에 따르면, 전 세계의 신데렐라 이야기는 현재 문자로 기록되어 있는 것만도 45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어느 쪽이 ‘원조’가 아니라, 인류가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원형 신화’인 셈이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데렐라 이야기는 어느 것일까? 9세기 중국 당나라의 <유양잡조(酉陽雜俎)에 실린 ‘섭한 이야기’이다. 유럽에서 최초로 <고양이 신데렐라>가 문자로 기록된 것이 1630년이니, 무려 800년이 앞선 셈이다.

대표적인 ‘원형 신화’ 신데렐라의 중국 버전, 섭한 이야기를 전문 소개한다.



중국에도 신데렐라가 있다? 인류 최초의 신데렐라, 섭한 이야기

진∙한(秦∙漢) 시대보다 더 옛날, 동(洞)이라는 지역에 오씨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아내가 둘 있었다. 첫 번째 아내는 딸 하나를 낳고 죽었는데 딸의 이름은 섭한이라 하고 어려서부터 총명해서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다. 아버지가 죽자, 계모와 의붓동생은 섭한을 학대했다. 항상 험한 산에서 나무를 하게 하고 깊은 곳에서 물을 긷게 했다.
어느 날 섭한이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았는데, 길이 두 치 정도의 빨간 지느러미에 눈은 금빛이었다. 섭한은 물고기를 죽이지 않고 몰래 그릇에 키웠다. 물고기는 나날이 자라 그릇보다 훨씬 커져서, 섭한은 집 뒤에 있는 연못 속에 물고기를 놓아주고 먹을 것이 남으면 바로 연못에 가서 물고기에게 주었다. 물고기는 섭한이 연못가에 가면 머리를 내밀고 물가로 나왔지만, 다른 사람이 가면 절대 나오지 않았다.

계모가 이 사실을 알고, 새 옷을 지어서 섭한에게 주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기특해서 너를 위해 새 옷을 지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새 옷으로 갈아입고 다른 동네 샘으로 가서 물을 길어오라고 했다. 섭한이 몇백 리나 떨어진 다른 동네 샘에 간 사이, 계모는 섭한의 옷을 입고 소매에 칼을 넣고 연못에 가서 물고기를 불렀다. 물고기가 섭한의 옷을 보고 머리를 내밀자, 계모는 물고기를 칼로 찔러 죽여서는 맛있게 요리해서 먹어버리고 뼈를 퇴비 아래 숨겼다.
해가 저물어 섭한이 돌아와 연못에 갔지만 물고기는 나타나지 않았다. 물고기가 없어진 것을 안 섭한이 들에 가서 엉엉 울고있는데, 머리를 풀어헤치고 남루한 옷을 입은 사람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울지 말아라. 네 어머니가 네 물고기를 죽였단다. 물고기 뼈는 똥 밑에 있으니까, 돌아가서 뼈를 잘 추려 방에 숨겨두렴. 그리고 원하는 것이 있거든 그 뼈에 빌면 뭐든지 그대로 이루어질 거야.”
섭한이 그 말대로 해보니 보석이든 옷이든 먹을 것이든 원하기만 하면 뭐든지 생겼다.
동 지역에 축제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어머니는 축제에 가면서 섭한에게는 마당의 과일을 지키라고 했다. 섭한은 어머니가 나가는 걸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가, 물고기 뼈에 부탁해서 청록색 윗옷을 입고 금으로 된 신발을 신고 축제에 나갔다. 계모가 낳은 딸이 그 모습을 보고 어머니에게 언니하고 무척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계모가 수상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고, 섭한은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갔는데 그러다 신발 한 짝을 두고 갔다. 계모가 집에 돌아와보니 섭한은 마당의 나무를 안고 잠들어 있었다. 계모는 다시는 섭한을 의심하지 않았다.
섭한이 떨어뜨린 신발을, 동 지역의 어떤 사람이 주워다가 타한이라는 섬나라 왕에게 팔았다. 신발은 털처럼 가볍고 돌을 밟아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타한 왕은 그 신발을 사람들에게 신어보게 했지만 나라 안의 모든 부인들이 신어보아도 맞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신발을 판 동 지역 사람이 훔치거나 강도질을 해서 신발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해서 붙잡아 두고 혼을 냈지만, 결국 신발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는데 한 집에서 나머지 신발 한 짝이 나왔다. 이를 수상히 여긴 타한 왕이 곧바로 그 집을 뒤져 섭한을 찾아내서 신을 신겨보니 딱 맞았다. 섭한이 청록색 옷을 입고 구두를 신고 앞으로 나오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같았다. 섭한이 자초지종을 왕에게 이야기하자, 왕은 물고기 뼈와 섭한을 태우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계모와 의붓자매는 그 직후 돌에 맞아 죽었다. 이들을 불쌍히 여긴 동 지역 사람이 돌 구덩이에 묻어 주고 오녀총(懊女塚)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아이를 갖고 싶을 때면 이 무덤에 제사를 지냈는데, 딸을 원하면 반드시 들어주었다.
왕은 타한으로 돌아오자 섭한을 왕비로 삼았다. 왕은 욕심을 부려 물고기 뼈에 수없이 소원을 빌어 산같이 보석을 얻었는데, 1년이 지나자 더 이상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왕은 만약을 대비해 물고기 뼈와 구슬 백 석을 해안에 묻어 두었는데, 어느 날 저녁 바다의 조류에 쓸려가버렸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하여 뉴스인북 편집단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나카자와 신이치 | 김옥희 옮김

동아시아 2008.05.01

이진의 기자 (life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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