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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3 [생활/문화l종교] 성경 속 선악과, 정말 사과였을까?

성경 속 선악과, 정말 사과였을까?

에덴동산의 ‘생명나무’, 그 정체는 종려수

아무리 종교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에덴동산의 선악과와 생명나무 이야기는 안다. 서구의 수많은 문학과 미술 작품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서에 따르면, 에덴 동산 한가운데에는 선악나무와 생명나무가 있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선악과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명했지만, 인간은 뱀의 유혹에 넘어가 그 열매를 먹고 만다. 이에 하나님은 인간을 에덴동산에서 추방하고, 인간은 이제 생명나무에 가까이 가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되었다.(창세기 2:4-3:24)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아담과 이브.

선악과는 사과였을까?
유럽의 기독교 회화 전통에서는 대개 선악과를 사과나무로 그려왔다. 라틴어로 사과가 선악의 악과 같은 단어(malus)였기 때문에 그런 연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라틴 이전, 구약 성서의 시대에는 어땠을까?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사과를 먹었을까?

성경 속에는 히브리어로 타푸아흐(아가 2:5, 요엘 1:12 외)라는 과일이 등장한다. 유럽 사람들은 이 단어를 전통적으로 사과라고 번역해 왔다. 하지만 어떤 연구자들은 성서 시대의 팔레스타인에서 사과가 재배되고 있었을지 의문을 품기도 했다. 이들은 이 단어를 살구나 귤 종류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미 기원전 13세기의 이집트 파피루스에는 열매 달린 사과나무가 울창한 과수원이 그러져 있다. 사과가 기원전 4000년경 터키 지방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집트로 전해졌다고 하는 식물학자도 있다. 지금도 시나이 반도 내륙부에는 포도, 석류, 무화과 등과 함께 사과를 재배하는 곳이 있다. 선악과가 사과였다는 문헌상의 증거는 없지만, 고대 이스라엘인들이 창세기를 묘사하면서 사과 모양의 선악과를 상상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는 셈이다.


생명나무는 종려나무였을까?
이번에는 생명나무 쪽을 보자. 열매를 먹는 것 만으로 영생을 누리게 해준다는 나무, 생명나무를 이야기할 때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어떤 나무를 연상했을까?
삼림이 거의 없었던 팔레스타인에 살았던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솟아오른 초록의 레바논 삼나무, 자양분이 풍부한 열매를 맺는 올리브나무, 삶의 기쁨을 상징하는 포도나무 등은 생명력의 상징이었음에 틀림없다.(호세아 14:6-8 참고) 이스라엘인들 뿐만 아니라, 고대 이집트들인도 무화과나 포도, 석류 등을 생명의 신이 살고 있는 성스러운 나무로 그렸다. 한편, 메소포타미아나 시리아에서는 예부터 종려나무가 생명력을 상징하는 성스러운 나무였다. 똑바로 솟아 양옆으로 커다란 잎사귀를 펼친 종려나무는 그 모습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송이 모양의 열매가 익으면 참으로 달고 영양이 풍부한 과일이 된다. 구약성서에서도 종려나무는 여성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유되기도 하고(아가7:8), 그 열매는 중요한 영양분 공급원으로 여겨졌다.(사무엘하 6:19 참고)

 
종려나무(windmill palm tree)

고대 서아시아 사람들은 이러한 종려나무를 도상으로 즐겨 사용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한복판에 종려나무를, 그 양옆에 동물이나 사람, 신령스러운 동물을 배치한 형태를 일반적으로 '생명나무 도상'이라 한다. 메소포타미아가 기원인 이 무늬는 기원전 2000년대 중엽부터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에도 전해졌다.

팔레스타인의 유적에서는 이스라엘 이전 시대 층에서 '생명나무'를 새겨 넣은 문양 토기나 인장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이스라엘 시대에도 예루살렘 신전 본전의 벽이나 기둥에 종려나무가 조각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열왕기상 6:29 이하) 메소포타미아의 신전이나 궁전이 그랬던 것처럼 예루살렘 신전에도 종려나무가 실제로 심어져 있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시편 92:13-14)

또한 사마리아의 궁전 터에서 출토된 상아의 부조에는 신령스러운 동물(케루빔)이 지키고 있는 모습을 한 종려나무를 볼 수 있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은 종려나무 서식지
'생명나무 도상'은 단순한 장식 그림이 아니다. 신령스러운 동물이 나무를 지키고, 나무에서 흘러내리는 과즙을 동물들이 받아먹는 형태의 종려나무 그림에는 분명한 종교적•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양쪽에 배치된 동물들은 이 나무에서 생명력을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종려나무는 생명을 기르는 성스러운 힘의 상징이었다. 이러한 배경에 비추어보면, 에덴동산에 심어져 있었다는 생명나무는 원래 종려나무가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토기에 그려진 생명나무(므깃도, 후기 청동기 시대)(좌측)
생명나무 인장 문양(텔제롤, 철기시대)(우측)

덧붙여 말하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들어간 이스라엘 사람들이 최초로 정복했다는 여리고는 다른 이름으로 '종려나무가 무성한 마을'이었다.(신명기 34:3) 예부터 종려나무의 재배가 활발한 지역이었던 것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의 '꿀'은 종려나무 열매에서 받아낸 당밀을 가리킨다고 여겨진다.

신화는 문화를 반영하고, 문화는 지역의 자연 환경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신화가 처음 전래될 때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수 천 년이 흐른 지금 종교나 신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무엇을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눈으로 보는 성서의 시대

츠키모토 아키오 | 양현혜 옮김

홍성사 2010.06.30

이진의 기자 (life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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