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도 욕 먹을까 두려워…’ 선물도 능력이다

예의상 주고받기를 중시하는 것은 동양 사회의 오랜 전통이다. 선물은 우리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전통 중 하나다. 명절, 결혼, 생일, 이사, 승진 등에 축하 혹은 감사하는 뜻으로 성의를 표시할 때 선물이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선물을 해야 상대방이 기뻐하고 나를 기억할까?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아주 흔하고 현실적인 문제다.

개인뿐만이 아니라 기업도 비슷한 것을 고민한다. 어떤 방법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직원들이 더 기뻐하고 열심히 일할까? 선물도 투자다. 제대로 선택하고 제대로 주는 방법을 알아보자. 


용 꼬리보다 닭 머리를 주라
- 비싸지만 시시한 선물, 작지만 최고의 선물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시는 중국에 다녀와서 친구 A와 B에게 각각 8만원짜리 캐시미어 목도리와 10만원짜리 울 재킷을 선물했다. 그러자 A는 친구가 자신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고 최고급 목도리를 샀다고 기뻐하고, B는 친구가 인색하게 싸구려를 선물했다고 실망했다. 실제로는 목도리가 재킷보다 싸다.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선물을 하는 사람은 여러 상품을 비교하여 그 중 좋은 것을 고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받는 사람은 자기가 받는 물건 하나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에, 목도리와 재킷을 비교하지 않는다. 목도리를 받은 사람은 다른 목도리와 비교해서, 재킷을 받은 사람은 다른 재킷과 비교해서 얼마나 좋은 물건인지를 생각한다.
선물을 할 때 그것이 얼마짜리인가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그 물건이 같은 종류의 상품들 사이에서 얼마나 고급품인가가 더 중요하다.


평소 못 하던 사치를 누릴 기회를 주라
- 생활 필수품엔 감동이 없다

장 사장은 설을 맞이하여,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할 방법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하나는 현금으로 30만원을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30만원 상당의 W호텔 식사권을 주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 선물일까?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현금 30만원을 선택할 것이다. 경제학 논리로 보면 확실히 현금 30만원이 더 유용하다.
그러나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위와 같은 내용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다른 선택의 기회 없이 30만원짜리 최고급 호텔 식사권을 받은 직원은 그냥 현금 30만원을 받은 직원보다 기뻐하는 정도가 컸다. 한 번도 최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해본 적 없는 직원은 특별한 경험을 한 것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현금 30만원은 지갑속으로 들어간 후에는 어디에다 썼는지 행방이 묘연해진다. 사람들에게 딱히 의미를 남기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사람들은 평소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꼭 필요한 것’에만 돈과 시간을 쓰며 살아가곤 한다. 내심 원하고 있지만 제약에 묶여서 갖지 못하던 물건이나 경험을 선물받을 경우,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적 만족감은 경제학적 효용을 훨씬 넘어선다.

이를 가장 확실히 응용한 예로 미국의 내셔널 풋볼 리그를 들 수 있겠다. 내셔널 풋볼 리그는 매년 슈퍼볼이 끝나고 일주일 후 마지막 행사로 올스타전을 개최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아무리 많은 상금을 걸어도, 이미 100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슈퍼스타급 선수들은 좀처럼 참여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주최측은 기발한 방법을 써서 최고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주최측은 먼저 올스타전 개최지를 하와이로 옮겼다. 그리고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여자 친구와 함께 올 수 있도록 왕복 항공권 두 장과 하와이 호텔 숙박권을 제공했다. 물론 연봉 100억대 슈퍼스타들에게 하와이까지의 여행경비는 푼돈에 불과하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의 여유다. 이들은 거의 매일 강도 높은 훈련을 해야 하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많은 경기에 참가해야 한다. 따라서 여자 친구와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요, 그녀와 하와이로 놀러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 올스타전 참가 명목으로 휴가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상대로 스타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올스타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 방법은 비용 측면에서는 상금이나 출전비를 주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훨씬 더 큰 효과를 발휘했다.


비교할 여지를 없애라
- 고를수록 아쉽다

선물을 할 때는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는 편이 좋다. 사람들은 선택 기회가 있으면 더 효율적인 선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선물을 받는 사람의 기쁨은 별로 크지 않다.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포기한 다른 하나에 대한 미련이 기쁨을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선물을 받더라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 쉽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받는 선물을 공개하는 것도 좋지 않다. 다른 사람보다 못한 것을 받았다고 느낄 때의 불만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남과 똑같은 것을 받았을 때에도 상대에게 특별한 성의표시를 받았다는 기쁨이 사라진다. 보통 회사에서 직원의 보너스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주변 사람들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직장에 더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한 자기가 다른 동료들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고 믿으며 만족해서 일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질 경우, 모두가 불만에 차서 보너스 인상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선물은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직원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며,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을 키운다. 하지만 잘못 고르면 자칫 돈 낭비로 끝나는 일도 많다. 선물을 할 때 단순하게 현실적 효용가치만 생각했다가는 상대방은 이익을 얻을지는 몰라도 정작 선물을 한 당신은 온데간데 없어지기 쉽다. 선물을 주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상대방과 나의 관계를 위한 것이다. 익명의 기부천사 역할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기쁨을 주고 마음을 공략하는 선물로 내 인상을 남기는 쪽이 좋지 않을까.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하여 뉴스인북 편집단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이코노믹 액션

크리스토퍼 시 | 양성희 옮김

북돋움(오토북스) 2008.02.25

이진의 기자 (lifeinbook@gmail.com)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