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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7 [정치/사회l인권] "베트남 처녀는 때려도 도망가지 않습니다."


"베트남 숫처녀와 100퍼센트 결혼 성사" "처녀와 결혼-완전 후불제" "베트남 처녀 결혼-초혼∙재혼∙장애인 환영" "100퍼센트 사후 보증" "베트남 처녀는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65세까지 완전 성사" "북한 아가씨와 결혼합시다"

국제결혼 알선 업체들이 몇 년 전부터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변에 내건 현수막 문구들이다. 이 현수막에 큼지막하게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훨씬 더 자극적이고 기가막힌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남편에게 헌신적이다. 남편 말을 무조건 따른다. 혈통이 우리와 비슷하다. 몸 냄새가 아주 좋다. 몸매가 세계 최고다. 섹시하다. 때려도 도망가지 않는다. 정조관념이 투철하다. 사치를 모르고 검소하다. 생활력이 강하다. 자기희생적이며 부지런하다. 어른을 공경한다……."

              


"2006년 '차별적 국제결혼 광고대응을 위한 공동행동' 온라인 캠페인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신고를 받은 국제결혼 광고물들."

분명 우리 주변에 있을 누군가들이 이런 말들을 생산하고 소비한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너무나 수치스럽고 절망을 느낀다. 명목은 결혼 알선이지만, 사실 노예 거래와 하등 다를 바 없다. 이 따위의 부끄럽고 반인권적인 문구를 앞세워 홍보를 하는 업자들도 문제지만, 저런 천박한 광고에 눈길을 주는 일반적인 한국 남성들의 의식은 더 큰 문제다. 여전히 많은 한국 남성에게 여성은 그저 섹스 상대가 되어 주고, 애 낳아 주고, 시집 어른들 잘 모시고, 부지런히 살림도 잘하고, 남편 말에 군소리 없이 순종하고, 때려도 도망가지 않는 존재여야 하나 보다. 꼭 농촌에 사는 총각들만이 독특하게 인권 침해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농촌이라 해서 다를 건 하나도 없다. 그저 한국 남성의 평균이 그 어디쯤에 있는 것일 뿐이다.
해서 나는 같은 남성으로 더욱 끔찍하다. 평생의 반려라는 짝을 마치 노예를 고르는 기준처럼 돈을 주고 고르는 현실이 끔찍하다. 노예를 데리고 사는 노예주는 인생의 행복을 만끽할지 모르지만, 노예로 사는 '사람'의 삶은 비참, 그 자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광고를 부착하지 못하도록 '옥외 광고물 등 관리법'을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성이나 인종 차별적인 표현으로 인권 침해 소지가 클 경우 현수막과 간판, 벽보 등의 사용을 금지"하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의 법률만으로도 흉측한 문구의 현수막들을 얼마든지 단속할 수 있지만,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떨쳐 낸다는 생각으로 이런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때려도 도망가지 않는 베트남 숫처녀와 결혼하라'는 광고가 버젓이 길거리에 나붙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지방자치 단체 공무원과 경찰관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현재의 법률에 따라서도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잔인하게 표현하는 것', '음란 또는 퇴폐적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청소년의 보호∙선도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 '기타 법령의 규정에 위반되는 것' 등은 내다 걸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러한 행위 역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지방자치 단체와 경찰이 몇 군데만 확실하게 대응한다면 그 효과는 당장에 나타날 것이다. 고액의 벌금과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수막을 내다 걸 용기를 지닌 국제결혼 알선 업자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반인권적인 의식이다. 저도 사람이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처럼, 그저 노동력이나 성을 제공하는 존재로 여길 수 있는지가 더 큰 문제다. 광고도 문제지만, 그런 광고가 통하는 현실이 더 문제다.
이런 광고를 본 베트남, 북한,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을 생각해 보면 절로 몸서리가 쳐진다. 그냥 단순하게 입장만 바꿔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미국이나 유럽, 일본을 여행하는데, 한국 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을 알선하는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을 읽게 된다면, 한국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까?

"대한민국 숫처녀와 100퍼센트 결혼 성사" "대한민국 처녀와 결혼-완전 후불제" "대한민국 처녀 결혼-초혼∙재혼∙장애인 환영" "100퍼센트 사후 보증" "대한민국 처녀는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65세까지 완전 성사" "대한민국 아가씨와 결혼합시다"
 


지은이 오창익
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인권 운동가로 활발한 인권 교육 활동을 해왔다.
《한겨레신문》과 《시사인》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글을 썼고, 성공회대 겸임교수로 대학원 강의도 한다.



<이 기사는 (주)도서출판 삼인과 협의를 거쳐 아래 책에서 발췌 작성하였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오창익

삼인 2008.05.06


정다운 기자 (
dawn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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