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천사를 넘어 전략적 비즈니스로- 이제 사회에 투자하는 시대!


한국의 기부문화도 지금에 와서는 많이 바뀌었다. 한쪽에서는 문근영과 김장훈 같은 스타들이 기부천사 그룹의 선두에 섰고, 이에 질세라 기업의 자선문화에도 새 바람이 분 지 오래다.


구세대 자선가들에게 '사업'과 '자선사업'은 분리된 것이었다. 자선이란, 단순히 '남는 돈'을 어려운 이들에게 나눠 주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기업들에게 있어 자선사업은 비즈니스 그 자체다. 이 '사회 투자자들'은 비즈니스 세계의 전략을 이용해, 기부를 일회적 쾌척으로 끝내지 않고 사회 변혁의 흐름으로 이어간다. 그 선두에 있는 한국의 3개 기업에 대해 알아본다.



돈이 있어 기부하는 게 아니라 기부하기 위해 돈을 번다-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


1998년 영국으로 가족여행을 떠났을 때 백경학 이사의 부인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었다. 하지만 영국과 독일에서의 인간적인 의료재활시스템으로 그들 가족은 다시 일상의 행복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귀국한 백 이사는 재활치료를 위한 사회간접자본이나 의료시스템의 부족을 절실히 느꼈다. 개인이 모든 것을 부담해야 하는 병원비부터 많은 환자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며 겪어야 하는 인격적인 문제까지, 우리나라의 재활 현실은 너무 낙후되어 있었다. 2005년 그는 재활전문병원 설립을 목표로 푸르메재단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국내 최초로 하우스맥주 전문점 옥토버훼스트를 출범시켰다.

재활전문병원 설립과 호프집 창업? 어째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이다. 어째서 호프집인지, 그 이유를 백 이사에게 들어보자. 


"무엇보다 재단을 설립할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병원 설립의 전 단계로 비영리 재단 설립을 구상했고, 이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목적사업을 감안해 최소한 10억원 이상의 기본자산이 필요했었죠. 맥주 사업이라면 이 돈을 벌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독일식 고급 프리미엄 맥주는 블루오션이라고 여겨졌거든요."


하지만 당시 한 사람의 직장인에 불과했던 백 이사에게는 맥주 사업을 시작할 자금도 부족했다. 그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것이 이 부분이다. 그는 지인 59명에게서 5,000만원씩 총 28억원을 투자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옥토버훼스트 지분을 재단의 기본자산으로 내놓았다. 그 후 옥토버훼스트는 종로, 신촌, 마포, 서초동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현재 푸르메재단은 옥토버훼스트를 최대주주로 정기적인 배당을 받으면서 다양한 의료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의 동참과 지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단순히 기부자들에게 손만 벌리는 자선기관이 아니라 자립적이고 지속가능한 기부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한 명의 희망이 다른 사람의 희망을 낳는다.- 아모레퍼시픽 희망가게


'건강한 여성들이 많아질수록 아모레퍼시픽도 발전할 수 있다' 아모레 퍼시픽의 사회공헌 활동은 이러한 기업철학에서부터 나온다. 이 말은 그들의 자선사업이 단순한 선의나 의무감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 전략과도 맞닿아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은 여성암 환자들의 외모 가꾸기를 도와 자신감과 재활의지를 북돋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유방암 예방사업의 일환으로 마라톤 대회를 열어 참가비 전액을 한국유방건강재단에 전달하는 사업이다. 또 우리나라 여성 과학자상으로는 가장 상금 규모가 큰 '아모레퍼시픽 여성과학자상'은 현재 4회에 걸쳐 수상자를 배출하고 그들의 연구를 지원해왔다.


아모레퍼시픽의 자선사업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동은 희망가게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 부모 여성가장에게 최대 2000만원까지 소액대출하여 자신의 힘으로 희망가게를 창업할 수 있도록 돕고, 그 희망가게에서 얻은 수익금의 일부를 이자 (연 2%)로 받아 다시 대출자금으로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희망가게는 사업 시작 4년 만인 2007년에 선순환 궤도에 올랐다. 아름다운 재단에 따르면, 그동안 창업지원을 받은 23개 가게들이 매달 조금씩 반환해 모아진 자금으로 24호점이 개점한 데 이어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부산에서 25호점이 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50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해피빈이 기부문화를 바꾼다. -네이버 해피빈

 

'기부를 하라는 단체를 어떻게 믿고 기부를 하느냐?'

네이버(NHN)사회공헌실의 권혁일 실장은 '왜 기부를 안 하느냐'고 주변에 물으면 이렇게 반문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네이버에서는 자신이 기부한 돈이 어떤 단체에 어떻게 쓰이고, 또 그로 인한 성과가 얼마나 되는지를 쉽고 편하게 피드백 받을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것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피빈 서비스'이다.


해피빈 서비스는 2005년 국내 최초로 기부를 모토로 한 포털서비스로 출범했다. 그 후 지금까지 86개 기업 파트너와 500만명의 네티즌이 기부에 동참했고, 기부금은 190억 원이 넘었다. 이렇게 빠르게 해피빈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쉽고 편하며 사용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기부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 "해피빈을 통해 이용자들은 온라인에서 클릭 한 번으로 쉽고 편리하게 다양한 기부활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제 화폐 대신에 온라인 기부 아이템 '해피빈콩'을 기부하는 시스템으로, 이용자들이 실제 기부액의 크고 작음보다 기부 활동 그 자체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른 온라인 기부 프로그램과 달리 해피빈 서비스가 계속 지속되며 확장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네이버가 자신들과 같은 포털서비스만이 가능한 사회공헌 모델을 만들고, 그것이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줄 수 있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그것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하여 뉴스인북 편집단에서 작성하였습니다. >

박애 자본주의

매튜 비숍|마이클 그린 | 안진환 옮김

사월의책 2010.07.10

민혜영 기자 (mumu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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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프랭클린의 유일한 오산, 200년짜리 투자실패
 

당신이 천만원을 기부하려고 마음먹는다면, 돈을 기금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바로 필요한 사람들한테 나누어 줄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천만원을 소년 소녀 가장 돕기에 사용한다면 많은 사람들을 일시에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이자를 받거나 주식 투자를 해서 돈의 가치를 불린다면 더 많은 액수의 기부를 할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일까? 벤저민 프랭클린과  줄리어스 로젠월드의 예를 비교해 보자. 


실패로 돌아간 '투자 기부 프로젝트'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의 위대한 지성으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정치가, 외교관, 저술가, 과학자, 언론인 등 수많은 영역에서 눈부신 업적을 남겼고, 그의 어록은 한 마디 한 마디가 금언으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그가 사용한 노트법까지도 '프랭클린 다이어리'와 같은 친숙한 형태로 오늘날까지도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있으니, 이만한 팔방미인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인간인지라, 실수를 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실패가 드러난 것은 그가 죽고 200년이 흐른 뒤였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특이한 형태의 기부를 했다. 그의 자산 9000달러를 4500달러씩 나누어서 투자를 했다가, 200년이 지난 후 그 이익금을 각각 보스턴과 필라델피아 시민의 미래를 위해 사용하라는 유언을 남긴 것이다. 요즘도 기부를 하라고 하면 '돕고 싶긴 한데, 지금은 넉넉지 않으니 있는 돈을 불려서 나중에 더 많이 기부하겠다'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벤저민 프랭클린이 이런 발상의 선구자였던 셈이다. 

그러면 그의 '투자를 통한 장기적 기부 계획'은 실제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200년이 지나면 그가 남긴 선물이 각각 900만 달러 가치에 이를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1990년, 투자 기간이 만기되었을 때 보스턴 시민들이 받게 된 금액은 500만 달러였으며, 필라델피아의 경우에는 겨우 225만 달러에 불과했다. 기대수익에 600만 달러나 못 미치는 액수다. 만약 요즘같은 시절에 펀드 매니저가 이런 투자를 했다면 틀림없이 감봉이나 해고 위협에 시달렸을 것이다. 프랭클린도 그동안 그의 자산을 관리한 사람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투덜거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사 그가 원했던 목표가 성취되었더라도, 과연 오늘날 좋은 일에 사용하는 900만 달러로 얻은 혜택이 그가 1790년에 4500달러로 할 수 있었던 일들을 능가할까?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고려하더라도 1790년에는 똑같은 4500달러로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먼 미래의 큰 돈보다 당장의 작은 돈이 더 효율적이다

"장기적 기증은 즉각적인 필요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을 감소시킨다.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해 힘쓰기에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필요는 너무나도 긴급하고 또 간단하다." 미국 시어스백화점의 사장이며, 줄리어스 로젠월드 기금의 설립자이기도 한 줄리어스 로젠월드의 말이다. 20세기 초반, 그의 재단은 미국 남부에 거주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로젠월드가 시어스를 통해 벌어들인 자산의 상당 부분을 지출했다. 로젠월드는 좋은 일에 사용되는 돈은 영구적으로 구속되기보다 가능한 한 빨리 써야 한다고 주장했고, 따라서 로젠월드 기금은 그가 사망한 지 16년만에 그가 남긴 기부금을 한푼도 남김없이 나눠주었다. 

주식투자는 장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그렇게 모두들 말하는데도, 사람들은 번번이 단타매매에 올인하다가 손해를 본다. 그런 사람들이 유독 나눔과 기부는 장기적으로 하려고 하니 이상한 일이다. 지금 나누는 것과 나중에 나누는 것, 어느쪽이 더 효율적인지 답은 이미 나와있다. '하고 싶긴 한데, 나중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나중에 당신이 빌 게이츠같은 부자가 된다고 해도, 지금 당신이 작은 돈으로 도울 수 있는 인연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사랑도 그렇고, 이별도 그렇고, 세상의 중요한 일이 거의 모두 그렇듯이,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에서 작성하였습니다.>

박애 자본주의

매튜 비숍|마이클 그린 | 안진환 옮김

사월의책 2010.07.10

민혜영 기자 (mumu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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