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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연출가 리더십
당신은 어떤 타입
 

허정무 감독은 공을 차지 않는다. 하지만 승리의 영광도 패배의 책임도 그에게 가장 많이 돌아간다. 단체 스포츠, 영화제작, 오케스트라 연주, 회사 운영까지, 여럿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움직일 때는 항상 전체를 조율하고 감독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국가대표팀 감독과 주식회사 CEO, 영화감독의 업무는 차이가 크지만, 본질적인 공통점이 있다. 리더와 구성원 개개인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개인은 자기 한 사람의 역할을 걱정하지만 리더는 전체를 걱정한다.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리더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는 차이가 나기 쉽다. 리더는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고, 개인에게는 이것이 불쾌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구성원과 리더 사이의 관계맺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위화감과 스트레스가 조직 전체를 지배하고 만다.

 

세계적 연극 비평가 케네스 M. 카메론은, 연출자가 배우들과 관계맺는 방식을 타입별로 분류했다. 이 분류는 비단 연극뿐 아니라 어떤 조직에도 적용할 수 있다.

 

꽉 막힌 부모같은 연출가 : “내가 하라는 대로 해!”

권위주의적인 연출가는 공연 전체를 강력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낸다.

단점 : 창조적인 배우를 억압하고 소외시킬 우려가 있다. 종종 끝없이 강의를 해대는 교수같이 굴기도 한다.

 

종교 지도자같은 연출가 : “내 방식대로 따라와 준다면, 우리는 영적으로 공명하게 될 거야.”

정신적인 면을 강조하는 연출가는 공연에 대한 비전뿐만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으며, 배우를 같은 목적을 가진 영적 공동체의 일원으로 만든다. 종종 뜻깊고 헌신적인 추종자들이 뭉쳐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단점 : 추종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그냥 어이없게 보인다. 그 사람이 주역일 경우엔 문제가 심각하다.

 

상담사같은 연출가 : “날 믿어. 뭐가 문제니? 나한테 다 얘기해 봐.”

배우의 내면에 깊게 간섭하는 연출가들도 있다. 인물의 깊은 내면 심리를 다루는 연극에서, 특히 배우의 자아와 주인공의 자아가 꼭 들어맞을 때 이런 스타일이 효과가 있다. 배우는 마치 심리치료사와 같은 연출가의 인도에 따라 차근차근 자신의 내면-사실은 주인공의 내면에 도달한다.

단점 : 여간 오지랖이 넓지 않으면 이런 연출가가 될 수 없다. 이 방법이 안 통하는 배우도 있다.

 

유혹하는 연출가 : “그레이트! 판타스틱! 넌 최고야! 이건 금세기 최고의 작품이 될 거야!”

정서적, 혹은 성적 매혹은 딱히 연출의 기술은 아니지만, 다들 본능적으로 이를 활용한다. (우리는 연기지도를 하다가 여배우와 결혼해버린 영화감독을 여럿 안다.) 연출가에게 애정과 의존심을 품은 배우는 작품에 충성과 헌신을 바친다.

단점 : 종종 서로에게 맹목적이 되어 자기들만 좋은 작품을 만든다. 비판이 사라지면 소통도 사라지고, 창조성도 사라진다.

 

한탄하는 연출가 :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군! 이걸 다 내가 해야 돼?”

연출가는 많은 고통을 겪는다. 공연에 대한 부담, 리허설의 스트레스, 스텝들간의 조율, 각 장면에 대한 고민, 고민, 고민연출가는 불평하고 애걸하고 때로는 감언이설로 부추기면서 동정심 많은 배우들에게서 열성을 이끌어낸다.

단점 : 연출가의 권위는 포기해야 한다.

 

활동적인 연출가 : “다같이 이 쇼를 즐기자!”

명랑하고 젊은 활동가는 모든 것을 즐겁고 재미있고 근사하고 감동적인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 방법은 어린이들, 초보자들, 아마추어들에게 영감과 정열을 불어넣을 수 있다.

단점 : 연극은 저마다 성질이 다르다. 진지한 배우들에게는 너무 일방적이다.

 

농부 같은 연출가 : “이 장면은 더 좋아질 수 있어. 난 알아.”

이 타입의 연출가는 완전히 유기적이고 덧붙여 좀 막연한 형태로 배우와 스텝들이 성장하기를기다린다. 재능이나 경험을 갖춘 배우와 함께라면 더없이 창조적인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단점 : 연출가의 대책없는 태도가, 혹은 대책 그 자체가 많은 배우들에게 좌절과 분노의 원천이 된다.

 

그냥 얼간이 : “잘해봐 좀.”

대개 리허설 홀에 내내 주저앉아 있다. 그리고 무대 감독에게 불평한다. 연출은 너무 모호해서 배우들은 좌절한다. “왼쪽으로 약간 움직여.” “애증섞인 표정을 지어봐.” 이 비슷한 지시를 내린다. 잘 모르더라도 그대로 따라 하는 게 낫다.

 

 

어떤 방식이든 문제가 있다. 카메론은, 좋은 연출가는 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얼간이가 될 필요까지 있는 모양이다.) 조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관계가 한 가지 방식으로 제한되는 순간 누군가는 반드시 반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생산적인 관계의 기초는 리허설 전에 연출가가 기반 작업을 어떻게 해 두었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인다. 다양한 소통방식도 좋지만, 준비된 모습과 유능함, 성실함이 기본으로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구성원은 어떤 형태로든 리더에게 의존한다. 리더가 좀더 정확하고 확실할 수 있다면 더 좋다. 그리고 정확성과 확실성은 준비에서 태어난다.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연극의 즐거움

케네스M.카메론 | 이상우 옮김

예문 2006.08.16


이진의 기자 (life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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