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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다 가진 남자가 말하는 ‘전원의 쾌락’
농부 에세이스트 다마무라 도요오, 3500평 농원과 창작열, 일상의 행복까지 다 가진 비결 

삭막한 회사 생활에 시달리면서, 사람들은 늘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꿈꾼다.
“전원에 가서 농사나 짓고 살았으면…”
“예쁜 카페테리아 하나 냈으면… 와인 같은 것도 팔고.”
“내가 옛날엔 그림도 좀 그렸는데. 지금이라도 다시...”
“나도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내고 싶다. 글 써서 먹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다들 한번쯤은 생각해 보지만 멀기만 한 꿈이다. 하루하루 일상에 치이다 나이만 든다.
그런데 이 꿈을 전부 한꺼번에 이룬 사람이 있다면?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일본의 농부 에세이스트 다마무라 도요오(玉村豊男)가 바로 그 사람이다. 
 

                                <빌라 데스트의 리빙룸에서 부인과 함께 포즈를 취한 다마무라 씨. ⓒ뮤진트리>

나가노의 전망 좋은 산중턱에 자리잡은 다마무라 씨의 전원주택 빌라 데스트. 그 아래로는 3,500평의 농원이 그림같이 깔려있다. 1991년부터, 다마무라 씨는 이 땅에서 매 해 직접 채소, 허브, 와인용 포도 등을 재배한다. 농사일 틈틈이 글을 써 잡지에 연재하고, 농한기에는 그림도 그린다. 매년 개인전과 전시회를 열고 화집도 다섯 권이나 낸 어엿한 화가다. 2003년에는 주조 면허를 따 ‘빌라데스트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직접 주조하기 시작했고, 2004년부터는 농원에서 수확한 채소와 허브를 메인으로 한 식사를 내놓는 카페테리아도 열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남들이 은퇴 걱정을 시작할 45세부터 시작해 이뤄낸 성과라는 것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정력적인 삶이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다마무라 씨의 저서 <전원의 쾌락(뮤진트리)>에서, 이런 활력의 비결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에는 다마무라 부부가 나가노에 정착하고 3년, 한창 농사에 맛 들일 무렵의 삶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농번기에는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밭에 나가고, 낮에는 글도 쓰고 낮잠도 잔다. 해가 기울면 다시 밭으로 나가 일하고 저녁에는 밭에서 난 채소며 허브로 요리를 한다. 농한기에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정리하며 다음 해를 준비한다. 먹고, 자고, 일하는, 단순명쾌하고 건강한 생활. 자연과 함께 일하고 자연과 함께 충전하는 시간 속에서, 부부는 일상을 계속하면서도 또다시 새로운 것을 추구할 힘을 기르고 있는 것 같다.
 
다마무라 씨와 부인이 처음부터 이런 ‘진짜 농사꾼’의 삶을 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도심을 벗어난 별장지에서, 원고를 써서 팩스로 도쿄로 보내고, 적당히 산책이나 하면서 자연을 즐기자는 것이 이들 부부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활을 한지 3년, 다마무라 씨가 심각한 간염에 걸렸다. 그후 꼬박 2년을 투병 생활로 보내면서, 부부의 마음 속에 있는 노후 생활에 대한 그림이 조금씩 변했다. 다마무라 씨가 투병하는 사이 부인이 원예 농장에 다니면서 종종 야생화, 채소, 허브 등을 가져왔는데, 두 사람은 이를 접하면서 생명이 나고 자라는 시골 생활을 동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음에 꼭 드는 부지를 찾아다니는 데 2년, 설계와 건축을 하는 데 2년이 걸렸다. 시공 회사를 끼지 않고 업자 선정에서 건축자재 조달까지, 부부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직접 다 했다. 제대로 모르고 시공한 벽난로 때문에 온 집안을 연기로 채우기도 하고, 공사 일정이 밀려버리는 바람에 예전 집을 비운 다음 잘 곳이 없어 허둥지둥 방 한칸만 먼저 단장해서 지내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다. 고생한 만큼 아늑하고 든든하게 완성된 집은, 그 후 20년 가까이 되는 동안 부부의 보금자리와 손님맞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많은 직업을 갖고 있는 다마무라 씨지만, 생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역시 농사다. 돕는 사람도 몇 있지만, 밭 갈기부터 수확까지 전부 부부가 직접 나선다. 재배하는 작물은 주로 채소, 허브, 와인용 포도인데, 채소가 가장 많다. “도대체 재배하는 채소 종류가 얼마나 됩니까?” 하는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을 정도다. 토마토만 해도 품종별로 10종쯤 재배하고 있고, 호박만 해도 7종, 피망도 10종이 넘는다. 오이, 당근, 양상추, 감자, 가지, 콩, 옥수수, 시금치는 물론이고 블루베리, 라즈베리, 블랙 커런트 같은 과실류에다 집 옆 숲에서는 버섯까지 키운다.
이 중에서 다마무라 씨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고추다.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라는 하바네로, 콜럼버스가 발견한 야생종 고추에 가장 가깝다는 테핑, 상큼한 향이 매력적인 할라피뇨 등 15종이 넘는 품종을 갖추었다고 한다.
  

                     <다마무라 씨에게 글이 일이라면 그림은 놀이다. 전시회 작품을 준비하는 다마무라 씨. ⓒ뮤진트리>

허브도 만만치 않다. 약 800평의 밭에서 자라는 허브가 수십 종은 된다. 손도 많이 가고 전문지식도 필요한 일이다. 허브 재배에 대해 다마무라 씨는 <전원의 쾌락> 한 자락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허브 재배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주 로맨틱한 일로 생각하는데,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이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여름, 캐모마일이 만개해 꽃을 딸 시기가 되면 놀러온 사람에게까지 도움을 청할 때가 있다. 그런 부탁을 하면 특히 여자 손님들은 무척이나 기뻐하며 다들 손에 앙증맞은 바구니를 들고 레이스 달린 밀짚모자를 쓰고(적당히 홀려서 일을 시키기 위해서 이 정도 소도구는 마련해놓았다) 발걸음도 가볍게 허브가든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조그만 국화처럼 생긴 꽃의 머리를 하나씩 똑똑 따는 것쯤이야 간단하지만, 아무리 따도 줄어들지 않는 고랑. 조그만 바구니를 가득 채우려면 두세 시간은 족히 걸린다. 땀은 나고 목은 마르고, 이때쯤이면 ‘허브 꽃을 따는 여인’이라는 낭만적 환상에 젖어 있던 여인들은 ‘이게 폼이 아니라 진짜 노동이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허브도 만만치 않다. 약 800평의 밭에서 자라는 허브가 수십 종은 된다. 손도 많이 가고 전문지식도 필요한 일이다. 허브 재배에 대해 다마무라 씨는 <전원의 쾌락> 한 자락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허브 재배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주 로맨틱한 일로 생각하는데,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이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여름, 캐모마일이 만개해 꽃을 딸 시기가 되면 놀러온 사람에게까지 도움을 청할 때가 있다. 그런 부탁을 하면 특히 여자 손님들은 무척이나 기뻐하며 다들 손에 앙증맞은 바구니를 들고 레이스 달린 밀짚모자를 쓰고(적당히 홀려서 일을 시키기 위해서 이 정도 소도구는 마련해놓았다) 발걸음도 가볍게 허브가든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조그만 국화처럼 생긴 꽃의 머리를 하나씩 똑똑 따는 것쯤이야 간단하지만, 아무리 따도 줄어들지 않는 고랑. 조그만 바구니를 가득 채우려면 두세 시간은 족히 걸린다. 땀은 나고 목은 마르고, 이때쯤이면 ‘허브 꽃을 따는 여인’이라는 낭만적 환상에 젖어 있던 여인들은 ‘이게 폼이 아니라 진짜 노동이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농사가 다 순조롭기만 한 것도 아니다. 1994년에는 프랑스 요리에 많이 쓰이는 뿌리 셀러리와 이탈리아 요리 재료인 회향 모종을 잔뜩 준비했는데 심각한 물 부족으로 결국 하나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한다. 잘 된다고 쉬운 것도 아니다. 이렇게 많은 작물들을 때를 놓치지 않고 키우고 수확하려면 들어가는 노력은 보통이 아니다.

                                                            <수확한 토마토를 들어 보이는 다마무라 씨. 
                              빌라 데스트의 농원에서는 10종도 넘는 다양한 품종의 토마토를 재배한다. ⓒ뮤진트리>


하지만 부지런히 일한 만큼 수확의 즐거움과 휴식의 기쁨도 크다. 저녁이면 석양이 한 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주방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로 요리한 음식과 직접 담근 와인을 맛본다. 마음 가는 대로 블렌딩한 허브티나, 밭에서 잘라낸 허브 가지를 삶은 물로 즐기는 로즈메리 탕도 빼놓을 수 없다. 농사가 끝난 겨울 문턱 숲에 들어가 작은 모닥불을 피우고 요리를 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것도 별미 중의 별미다.

이런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다마무라 씨는 생활 전체를 가능한
한 단순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일하고, 먹고, 웃고, 쉬고, 삶을 즐긴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열심히 일하다가 석양과 함께 휴식을 취한다. 해가 지고 나면 푹 잠든다. 흙이 움직이는 동안은 부지런히 일하고, 땅이 얼어 잠드는 겨울에는 마음 놓고 쉰다. 자연과 어우러질 때, 사람은 성실하게 살면서도 여유를 지니게 되는 모양이다. ‘항상 바쁘고 초조하지만 게으른’ 도시인들로선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장식을 만들 찔레 덩굴를 모으고 있는 다마무라 부부. ⓒ뮤진트리>

“밤마다 항상 '오늘도 계획했던 일의 반도 못 마쳤구나...' 하고 반성하지만, 그런 날도 열 번쯤 계속되다 보면 열흘 치의 성과는 남을 것이다. 모르는 사이에 싹이 난 풀이 열흘 후면 열흘 치만큼 성장해 있는 것처럼.”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전원의 쾌락

다마무라 도요오 | 박승애 옮김

뮤진트리 2010.07.22


이진의 기자 (
life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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