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천사를 넘어 전략적 비즈니스로- 이제 사회에 투자하는 시대!


한국의 기부문화도 지금에 와서는 많이 바뀌었다. 한쪽에서는 문근영과 김장훈 같은 스타들이 기부천사 그룹의 선두에 섰고, 이에 질세라 기업의 자선문화에도 새 바람이 분 지 오래다.


구세대 자선가들에게 '사업'과 '자선사업'은 분리된 것이었다. 자선이란, 단순히 '남는 돈'을 어려운 이들에게 나눠 주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기업들에게 있어 자선사업은 비즈니스 그 자체다. 이 '사회 투자자들'은 비즈니스 세계의 전략을 이용해, 기부를 일회적 쾌척으로 끝내지 않고 사회 변혁의 흐름으로 이어간다. 그 선두에 있는 한국의 3개 기업에 대해 알아본다.



돈이 있어 기부하는 게 아니라 기부하기 위해 돈을 번다-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


1998년 영국으로 가족여행을 떠났을 때 백경학 이사의 부인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었다. 하지만 영국과 독일에서의 인간적인 의료재활시스템으로 그들 가족은 다시 일상의 행복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귀국한 백 이사는 재활치료를 위한 사회간접자본이나 의료시스템의 부족을 절실히 느꼈다. 개인이 모든 것을 부담해야 하는 병원비부터 많은 환자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며 겪어야 하는 인격적인 문제까지, 우리나라의 재활 현실은 너무 낙후되어 있었다. 2005년 그는 재활전문병원 설립을 목표로 푸르메재단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국내 최초로 하우스맥주 전문점 옥토버훼스트를 출범시켰다.

재활전문병원 설립과 호프집 창업? 어째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이다. 어째서 호프집인지, 그 이유를 백 이사에게 들어보자. 


"무엇보다 재단을 설립할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병원 설립의 전 단계로 비영리 재단 설립을 구상했고, 이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목적사업을 감안해 최소한 10억원 이상의 기본자산이 필요했었죠. 맥주 사업이라면 이 돈을 벌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독일식 고급 프리미엄 맥주는 블루오션이라고 여겨졌거든요."


하지만 당시 한 사람의 직장인에 불과했던 백 이사에게는 맥주 사업을 시작할 자금도 부족했다. 그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것이 이 부분이다. 그는 지인 59명에게서 5,000만원씩 총 28억원을 투자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옥토버훼스트 지분을 재단의 기본자산으로 내놓았다. 그 후 옥토버훼스트는 종로, 신촌, 마포, 서초동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현재 푸르메재단은 옥토버훼스트를 최대주주로 정기적인 배당을 받으면서 다양한 의료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의 동참과 지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단순히 기부자들에게 손만 벌리는 자선기관이 아니라 자립적이고 지속가능한 기부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한 명의 희망이 다른 사람의 희망을 낳는다.- 아모레퍼시픽 희망가게


'건강한 여성들이 많아질수록 아모레퍼시픽도 발전할 수 있다' 아모레 퍼시픽의 사회공헌 활동은 이러한 기업철학에서부터 나온다. 이 말은 그들의 자선사업이 단순한 선의나 의무감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 전략과도 맞닿아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은 여성암 환자들의 외모 가꾸기를 도와 자신감과 재활의지를 북돋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유방암 예방사업의 일환으로 마라톤 대회를 열어 참가비 전액을 한국유방건강재단에 전달하는 사업이다. 또 우리나라 여성 과학자상으로는 가장 상금 규모가 큰 '아모레퍼시픽 여성과학자상'은 현재 4회에 걸쳐 수상자를 배출하고 그들의 연구를 지원해왔다.


아모레퍼시픽의 자선사업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동은 희망가게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 부모 여성가장에게 최대 2000만원까지 소액대출하여 자신의 힘으로 희망가게를 창업할 수 있도록 돕고, 그 희망가게에서 얻은 수익금의 일부를 이자 (연 2%)로 받아 다시 대출자금으로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희망가게는 사업 시작 4년 만인 2007년에 선순환 궤도에 올랐다. 아름다운 재단에 따르면, 그동안 창업지원을 받은 23개 가게들이 매달 조금씩 반환해 모아진 자금으로 24호점이 개점한 데 이어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부산에서 25호점이 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50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해피빈이 기부문화를 바꾼다. -네이버 해피빈

 

'기부를 하라는 단체를 어떻게 믿고 기부를 하느냐?'

네이버(NHN)사회공헌실의 권혁일 실장은 '왜 기부를 안 하느냐'고 주변에 물으면 이렇게 반문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네이버에서는 자신이 기부한 돈이 어떤 단체에 어떻게 쓰이고, 또 그로 인한 성과가 얼마나 되는지를 쉽고 편하게 피드백 받을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것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피빈 서비스'이다.


해피빈 서비스는 2005년 국내 최초로 기부를 모토로 한 포털서비스로 출범했다. 그 후 지금까지 86개 기업 파트너와 500만명의 네티즌이 기부에 동참했고, 기부금은 190억 원이 넘었다. 이렇게 빠르게 해피빈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쉽고 편하며 사용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기부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 "해피빈을 통해 이용자들은 온라인에서 클릭 한 번으로 쉽고 편리하게 다양한 기부활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제 화폐 대신에 온라인 기부 아이템 '해피빈콩'을 기부하는 시스템으로, 이용자들이 실제 기부액의 크고 작음보다 기부 활동 그 자체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른 온라인 기부 프로그램과 달리 해피빈 서비스가 계속 지속되며 확장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네이버가 자신들과 같은 포털서비스만이 가능한 사회공헌 모델을 만들고, 그것이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줄 수 있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그것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하여 뉴스인북 편집단에서 작성하였습니다. >

박애 자본주의

매튜 비숍|마이클 그린 | 안진환 옮김

사월의책 2010.07.10

민혜영 기자 (mumu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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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프랭클린의 유일한 오산, 200년짜리 투자실패
 

당신이 천만원을 기부하려고 마음먹는다면, 돈을 기금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바로 필요한 사람들한테 나누어 줄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천만원을 소년 소녀 가장 돕기에 사용한다면 많은 사람들을 일시에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이자를 받거나 주식 투자를 해서 돈의 가치를 불린다면 더 많은 액수의 기부를 할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일까? 벤저민 프랭클린과  줄리어스 로젠월드의 예를 비교해 보자. 


실패로 돌아간 '투자 기부 프로젝트'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의 위대한 지성으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정치가, 외교관, 저술가, 과학자, 언론인 등 수많은 영역에서 눈부신 업적을 남겼고, 그의 어록은 한 마디 한 마디가 금언으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그가 사용한 노트법까지도 '프랭클린 다이어리'와 같은 친숙한 형태로 오늘날까지도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있으니, 이만한 팔방미인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인간인지라, 실수를 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실패가 드러난 것은 그가 죽고 200년이 흐른 뒤였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특이한 형태의 기부를 했다. 그의 자산 9000달러를 4500달러씩 나누어서 투자를 했다가, 200년이 지난 후 그 이익금을 각각 보스턴과 필라델피아 시민의 미래를 위해 사용하라는 유언을 남긴 것이다. 요즘도 기부를 하라고 하면 '돕고 싶긴 한데, 지금은 넉넉지 않으니 있는 돈을 불려서 나중에 더 많이 기부하겠다'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벤저민 프랭클린이 이런 발상의 선구자였던 셈이다. 

그러면 그의 '투자를 통한 장기적 기부 계획'은 실제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200년이 지나면 그가 남긴 선물이 각각 900만 달러 가치에 이를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1990년, 투자 기간이 만기되었을 때 보스턴 시민들이 받게 된 금액은 500만 달러였으며, 필라델피아의 경우에는 겨우 225만 달러에 불과했다. 기대수익에 600만 달러나 못 미치는 액수다. 만약 요즘같은 시절에 펀드 매니저가 이런 투자를 했다면 틀림없이 감봉이나 해고 위협에 시달렸을 것이다. 프랭클린도 그동안 그의 자산을 관리한 사람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투덜거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사 그가 원했던 목표가 성취되었더라도, 과연 오늘날 좋은 일에 사용하는 900만 달러로 얻은 혜택이 그가 1790년에 4500달러로 할 수 있었던 일들을 능가할까?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고려하더라도 1790년에는 똑같은 4500달러로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먼 미래의 큰 돈보다 당장의 작은 돈이 더 효율적이다

"장기적 기증은 즉각적인 필요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을 감소시킨다.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해 힘쓰기에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필요는 너무나도 긴급하고 또 간단하다." 미국 시어스백화점의 사장이며, 줄리어스 로젠월드 기금의 설립자이기도 한 줄리어스 로젠월드의 말이다. 20세기 초반, 그의 재단은 미국 남부에 거주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로젠월드가 시어스를 통해 벌어들인 자산의 상당 부분을 지출했다. 로젠월드는 좋은 일에 사용되는 돈은 영구적으로 구속되기보다 가능한 한 빨리 써야 한다고 주장했고, 따라서 로젠월드 기금은 그가 사망한 지 16년만에 그가 남긴 기부금을 한푼도 남김없이 나눠주었다. 

주식투자는 장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그렇게 모두들 말하는데도, 사람들은 번번이 단타매매에 올인하다가 손해를 본다. 그런 사람들이 유독 나눔과 기부는 장기적으로 하려고 하니 이상한 일이다. 지금 나누는 것과 나중에 나누는 것, 어느쪽이 더 효율적인지 답은 이미 나와있다. '하고 싶긴 한데, 나중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나중에 당신이 빌 게이츠같은 부자가 된다고 해도, 지금 당신이 작은 돈으로 도울 수 있는 인연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사랑도 그렇고, 이별도 그렇고, 세상의 중요한 일이 거의 모두 그렇듯이,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에서 작성하였습니다.>

박애 자본주의

매튜 비숍|마이클 그린 | 안진환 옮김

사월의책 2010.07.10

민혜영 기자 (mumu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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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우l육아]리얼솔직 갓난아기 인터뷰

Knowhow 2010.07.23 06:57 Posted by NewsInBook


리얼솔직 갓난아기 인터뷰- 아기와 함께 건강한 여름나기



내리쬐는 태양, 열대야, 습한 장마, 바캉스, 이유를 모른 채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 안 그래도 안절부절인 초보엄마들은 여름이면 더욱더 쩔쩔맨다. 이럴 때 아기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뭐가 싫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아기들이 쏙쏙 이야기해 주면 좋을 텐데 말이다. 더위와 사투를 벌이면서 아이의 건강과 안전, 정서적 안정감까지 책임져야 하는 엄마들을 위해, 열길 물 속보다 알기 어려운 우리 아기 속마음을 가상인터뷰를 통해 들여다보았다.


 

Q. 먼저 인터뷰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신상정보를 공개해달라.

A. 난 6개월 전에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내가 눈을 뜬 곳은 산후조리원이었다. 늘 요란하게 발소리를 내며 걸어 다니고, 종종 화가 난 듯 문을 쾅 닫는 바람에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산부인과 간호사 누나, 아기의 탄생을 축하한다며 찾아와 나를 품에 안고 매너 없이 기침을 해대는 사람들. 부지런하고 심성도 착하지만, 청결관념이 부족해 모두를 질겁하게 만드는 산후조리원 도우미 아줌마, 내가 울면 왜 그러는지 몰라 쩔쩔매며 동동거리는 초보맘 우리 엄마 사이에 있었다.


Q. 주변에 어른밖에 없을 텐데,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A. 어른이란 자기 편한 대로 해버리는 종족이다. 유아에게는 발언권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서슴없이 아기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짓을 한다. 그 한 가지 예가 '기저귀커버'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 자세히 얘기하겠다) 잘 모르는 어른들 땜에 가끔 속이 타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젖이 맛있어서 배가 불룩하도록 힘차게 먹고 밤에도 잘 자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따금 혼자 웃음이 나서 싱긋 웃기도 한다. ^^

 

여름에는 여름에 맞게 보살펴 주세요!


Q. 여름에 가장 힘들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부터 이야기해 달라.

A. 위에 이야기한 기저귀커버가 가장 문제다. 요즈음은 겉은 천이지만 속지를 비닐로 만들고 위아래를 모두 단추로 단단히 채워서 절대로 오줌이 새지 않는다는, 이른바 특수 기저귀커버도 나왔다. 이거야말로 광고에 아무런 거짓도 없어서 정말 한 방울도 안 샌다. 겉으로 새지 않는다는 건 다른 한편 안으로 차곡차곡 고인다는 뜻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견디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더운 계절에 이런 끔찍한 물건을 아랫도리에 단단히 채워 놓으면 어떤 기분이 들지, 어른 여러분, 특히 기저귀 커버 제조회사 사장님 부부께서는 직접 한번 경험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무덥고 습한 아파트에서 이런 걸 온종일 채워 놓으면 정말 견딜 수 없다.


Q. 아, 그렇게 괴로워할 줄은 몰랐다. 분유 먹는 건 어떤가?

A. 밤에는 좀 낫지만 무더운 한낮에는 분유를 전혀 먹고 싶지 않다. 날씨가 더워지자 엄마는 분유병에 세균이 발생할까봐 더욱 열심히 펄펄 끓여서 소독을 했다. 분유를 마른 숟가락으로 얼른 떠서 냄비에 넣고 뜨거운 불을 부어 섞고는 잠깐동안 가스 불에 올려 한 차례 끓인 다음에 주었다. 비타민이 파괴된다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어서 나중에 종합비타민을 첨가한다(이것도 분유의 맛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기온이 높으니 이렇게 준비한 분유는 한참이나 식지 않는다. 체온으로 온도를 맞춘 분유라는 게 날씨가 더울 때는 짜증이 날 정도로 뜨겁다.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나는 몹시 목이 마르다. 과즙도 평소보다 더 마시고 싶다. 좀 더 먹여 주면 좋을 텐데, 배탈이 날까 봐 그러는지 양을 늘려 주지 않는다. 내 분유도 좀 시원하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Q. 여름은 아무래도 바캉스 시즌이다. 휴가 때 주의할 점을 이야기해 달라.

A. 얼마 전에 엄마, 아빠와 같이 기차를 타고 휴가를 갔다 왔다.

어른들은 이 세상에 자기들 외에도 아기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기차에서도 물을 구할 수 없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역 또한 별반 나을 게 없어서 음료수는 팔지만 끓인 물은 팔지 않는다. 열차 한 칸쯤 아기들의 전용칸을 만들어 그곳에 끓인 물을 준비해 분유를 탈 수 있게 해주고 아기들을 재울 수 있는 바구니 같은 것도 비치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긴 여행이 아기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어른들은 알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엄마와 욕실에 갔다. 탕 물에 들어가 집의 수도꼭지를 만지듯이 무심코 두 개의 수도꼭지 중 하나에 손을 댔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를 만진 것이다. 나는 아앙 울면서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그만 쓰러져 잠이 들어 버렸다.


그런데 한밤중이 되어 눈이 떠졌다. 낮에 기차 안에서 들었던 것과 똑같이 손뼉을 치며 고래고래 내지르는 노랫소리가 복도에서 들려오고 거기에 맞춰 춤을 추는 진동으로 이층이 온통 흔들흔들했던 것이다.


Q. 대단한 여행이었겠다. 다녀온 후에는 괜찮았는가?

A. 여행을 다녀온 뒤로 나는 밤이면 왠지 불안했다. 그저께 밤에도 잠이 들자마자 그 바닷가 여관에서 온 집을 뒤흔들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와 여자가 불그레한 얼굴을 하고서 춤을 추며 다가와 내 얼굴을 밟으려고 했다. 너무 무서워서 큰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더니 나 혼자 침대에 눕혀져 있다. 그래도 아직 누군가 덤벼들 것 같아 계속 울었다. ㅠ.ㅠ



말 못하는 갓난아기라고 해서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더운 여름날, 조금만 아기의 눈빛에, 몸짓에, 얼굴 표정에, 옹알거림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져 보자. 아기님은 좀 더 건강한 여름을 나실 수 있을 것이고, 그 여름이 지나고 나면 한참 자란 아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하여 뉴스인북 편집단에서 작성하였습니다.>

나는 갓난아기

마쓰다 미치오 | 양윤옥 옮김

뜨인돌출판사 2010.06.28

민혜영 기자 (mumu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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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책상 앞에 앉히는 공부방 꾸미기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집중을 못 하네?'
 ' 병원에 데려가 보면 어떨까? 혹시 ADHD 증후군 아니야?'
 ' 집중력에 좋은 음식이 있다고 하던데...'
 
오늘도 부모들은 아이의 집중력을 놓고 고민이 많다. 아이가 산만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지만, 책상 앞에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거나, 앉아만 있을 뿐 금세 딴청을 시작하는 아이를 보고 걱정하지 않을 부모는 없다. 더구나 산만한 아이일수록 TV나 게임, 컴퓨터, 휴대폰 같은 것에 쉽게 빠져들곤 해서 부모의 걱정은 배가 된다.
 
하지만 책상 앞에 앉히고 윽박지르거나 야단을 친다고 집중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아이와 씨름해온 부모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집중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도 자신의 산만함에 답답해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부모가 지나치게 개입하기보다, 적당한 환경을 조성해 주고 아이 스스로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아이가 '내 공간'이라고 여기는 아이 방이 어떤 상태냐가 매우 중요하다.
 
주의집중력이 부족하고 산만한 아이일수록 방 규모는 작고 단순하게 해주는 쪽이 좋고, 가구나 집기 또한 아담할수록 좋다. 지나치게 밝은 곳보다는 적당히 어두운 곳이 좋고 찬 곳보다는 따뜻한 곳이 좋으며, 시끄러운 곳보다는 조용한 곳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 ‘집중력을 키워주고, 차분한 아이’로 키우는 비결이다. 그러나 아이방을 온갖 장난감이나 인형, 화려한 장식품이나 소지품들로 가득 채워놓으면 이 같은 조치는 아무 소용이 없다.  
 
다음의 수칙에 주의해서 아이 방을 꾸며보면, 아이의 집중력을 되돌릴 수 있다.

 

<산만한 아이를 위해 꾸며본 방 구조> 

산만한 아이를 위한 인테리어 수칙

ᆞ책상이나 책장과 같은 가구는 메이플색이나 연두색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ᆞ천장 조명등은 형광등보다 백열등이나 삼파장 램프를 사용한다.
ᆞ벽지는 무늬 없는 연한 갈색이나 밝은 녹색 벽지를 바르고, 바닥재는 삼나무 색으로 깔아준다.
ᆞ침대 커버나 이불은 연녹색 혹은 연한 청색, 짙은 회색을, 커튼은 밝은 회색이나 흰색의 2중 커튼을 사용한다.
ᆞ장난감이나 그 밖의 놀이기구는 방 안에 적을수록 좋다.

   <산만한 아이를 위한 인테리어 수칙의 예시: 가구와 커튼>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아이 방을 되도록 정돈되고 깔끔한 상태로 유지하되, 부모가 치워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정리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정돈한 상태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일단 아이가 정리한 방을 또 부모가 손대거나 하나하나 잔소리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 경우, 아이는 정리하는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나는 어차피 정리를 못 해'라며 포기하거나 정리정돈을 싫어하게 된다. 아이가 방을 쉽게 정돈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도 방에 가구와 물건이 많지 않은 쪽이 좋다.
 
인테리어와 함께, 부모 자신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아이에게 부모만한 환경은 없다. 본인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아이에겐 방에서 공부하라고 요구한다거나, 아이가 자기 방에서 뭘 하는지 10분마다 체크해서 오히려 아이의 집중을 흩트려 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모의 잔소리가 아이들에게 스스로 몰입할 기회를 빼앗고, 오히려 아이가 산만해지는 원인제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산만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부모가 아이를 기계 고치듯 뜯어고칠 수는 없다. 아이가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그리고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서 지켜보는 것이 '집중을 방해하는 부모'를 벗어나 '집중을 도와주는 부모'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잘되는 아이는 뭐가 다른 걸까

이성준

예문 2007.05.30

 조애리 기자 (joaeri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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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는 '쉐프', 와인에는 '소물리에' 그렇다면 향수에는? 

<향수를 뿌리고 있는 모습>

 
샤넬 No. 5, 불가리 블루, 디올의 쁘아종 등은 사용해보지 않았더라도 다들 한 번쯤 들어 봤을 만한 향수들이다. 한때는 특별한 사치품 취급을 받았던 향수지만, 이제는 보편적인 물건이 되었다. 최근에는 특별한 모임이나 중요한 자리에 갈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자신만의 향을 내기 위해 향수를 뿌리는 사람도 많이 늘어났다. 그런데 향수는 누가 어떻게 만들까?공장에서 찍어내듯 나오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향수를 만드는 사람을 조향사라고 부른다. 조향은 예리한 감각과 섬세한 창의성이 요구되는 매우 까다로운 기술이며, 특정 향들을 섞어 완벽한 조합을 이루어내는 과정이다. 조향사는 원료가 되는 향을 파악하고 그것을 섞어 새로운 향을 만드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간혹이다. 대부분의 향수는 30가지에서 몇백 가지의 원료가 합쳐진 것이다. 수백 가지에 이르는 향을 익히고 구분하는 데에는 보통 몇 년이 걸린다.

프랑스의 그라스(Grasse)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조향사 양성기관들이 몰려있다. 최근까지도 견습 조향사들이 이 업계의 일을 배우는 데에는 10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훈련 기간이 3년으로 단축되었고 많은 기관이 문을 닫았다. 가장 유명한 기관 가운데 하나인 지보당 루르(Givaudan Rour) 연구소 역시 그라스에 위치하고 있다.


 

 
                                                                  <그라스에 위치한 지보당 루르>
 


훈련생들이 거쳐야 할 첫 번째 단계는 광범위한 조향 용어들을 암기하는 것이다.
이는 조향사들이 연상의 과정을 통해 평생에 걸쳐 연마하고 완성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파출리(patchouli) 향을 맡으면 호숫가의 젖은 나뭇잎을 떠올리고 파인 에센스와 해변에서 보내는 휴일의 이미지를 결합시키는 식이다. 훈련생들은 각자 연상 노트를 가지고 연습을 거듭한다.
 
향수 연구소에서 학생들은 조향의 기본 원칙과 화학적 작용에 대해 배운다.
일단 공식을 익히면 실제 훈련을 위해 제조 과정에 투입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조향 계획안을 작성해본다. 가장 까다로운 테스트는 기존의 향수를 똑같이 만들어보는 것이다. 졸업 시험은 주어진 향을 맡고 그 향을 재현해내는 것이며, 결과물을 받은 수석 조향사가 원래의 향과 학생의 작품을 구분하지 못하면 그 학생은 주니어 조향사가 되는 자격을 얻게 된다.
 
조향사들은 여러 향이 합쳐지면서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향을 가라앉히거나 뚜렷하게 만드는 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또한 한 가지 향이 다른 향을 억누르지 못하도록 모든 향의 강도를 고르게 만드는 법은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탑 노트[향수를 뿌린 직후부터 알콜이 날아간 10분 전후의 향], 미들 노트[30분~1시간후의 안정된 상태의 향], 베이스 노트[2~3시간 후부터 향이 전부 사라지기까지의 향]을 얻어내는 법을 배우고, 그것이 잘 지속되도록 최종적으로 향을 고정시키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향수가 탄생하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이와 더불어 조향사는 숙련된 화학자여야 한다. 고도로 훈련된 후각을 가진 조향사들은 자신의 작품, 즉 향 혼합물에 압지를 담갔다 꺼내어 말리면서 그 작품을 테스트 한다. 그러나 후각 신경이 금세 무뎌지기 때문에 이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최적의 향이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기간은 무려 3년에 이르기도 한다

 


                                                <프랑수아 코티의 레망 / 겔랑의 샹따롬 / 까롱의 엥피니> 

 
프랑수아 코티의 레망(L'aimant by Coty)은 연구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만들어졌고, 겔랑의 샹따롬(Chant d’Arômes)과 까롱의 엥피니(infini by Caron)는 각각 7년, 15년의 제작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우연한 사건을 통해 향수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샬리마(Shalimar)'는 자크 겔랑이 바닐라 에센스를 우연히 '지키(Jicky)'라는 화장수 안에 쏟아서 만들어졌다. 지키는 자연원료와 합성원료를 결합시킨 최초의 향이기도 했다.
 

<겔랑의 샬리마>


사람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향수. 긴 연구 끝에 혹은, 우연에 의해 만들어 지기도 한다. 그러나 향수를 제작하기 위해, 수많은 조향사들은 끊임없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지상의 향수 천상의 향기

셀리아 리틀턴 | 도희진 옮김

뮤진트리 2009.11.17


조애리 기자(
joaeri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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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l문화/예술] 박지성, 배후가 있다!!!

문화 2010.07.23 05:00 Posted by NewsInBook

2010년 6월,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56년 만에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대표팀의 주장인 박지성 선수가 있었다. 박지성 선수의 장점을 말하자면, 남다른 돌파력과 골 결정력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산소 탱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끝없는 체력이 첫번째로 꼽힐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박 선수도 어릴 적에는 허약하기 이를 데 없었다고 한다. 허약한 꼬맹이가 국가대표 산소 탱크가 되기까지는 본인의 피땀 어린 노력과 가족의 정성, 그리고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 이야기 한 꼭지를, 박 선수의 아버지 박성종 씨가 들려준다. 


박지성 아버지가 밝히는 '산소탱크'의 비밀
지성이가 막 축구를 시작할 즈음, 나는 수원에서 우연히 고향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오랜만에 본 그의 아들은 몰라보게 커 있었다. 어린 시절 지성이보다 더 마르고 작았던 친구 아들이 어느새 훌쩍 키가 큰데다 체격도 아주 단단해 보였다. 

지성이는 태어날 때부터 유난히 몸이 약했다. 집에서 잘 놀다가도 갑자기 경기를 일으켜 수차례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도대체 아들에게 뭘 먹였기에 저렇게 키가 크고 야무진 체격을 갖게 된 것인지 너무 궁금했다. 알고 보니 그 비밀은 '개구리'에 있었다. 시골에서 살 때 친구는 몸이 약한 아들에게 종종 개구리를 잡아서 끓여 먹이곤 했다. 몇 년 동안 빠트리지 않고 개구리를 해 먹이는 걸 옆에서 지켜봤고, 지성이에게도 먹여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나는 '에이 어떻게?'하며 생각조차 안 했던 것이다.

그런데 친구 아들을 본 순간, 지성이의 허약한 체질이 떠올랐고 운동을 시키려면 몸을 키우는 게 급선무란 사실을 절감했다. 게다가 당시 어느 잡지에서 씨름 선수들이 체중을 불리려고 개구리를 먹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개구리가 특효약이라는 확신은 더욱 강해졌다. 결국 그 일 이후 나와 개구리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개구리를 잡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주위에서 개구리가 많이 있는 곳을 알려주긴 했지만 막상 찾아갔을 땐 개구리 울음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돌아오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하루는 고 정주영 회장이 만들어 놓은 천수만 간척지에 개구리 울음소리가 가득하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친구 10명과 함께 천수만으로 향했는데 손에 잡힌 건 고작 6마리뿐이었다.
급기야 지성이 할머니마저 개구리 잡기에 동참하셨다. 시골로 가야 개구리가 많다고 믿으신 어머니는 나와 함께 고향인 전남 고흥으로 향했다. 친척분한테 들은 얘기로는 논 옆의 수로에 중간중간 흙들이 쌓여 있는 곳을 들여다보면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들이 수십 마리씩 모여 있다는 것이었다.
친척 아저씨의 정확한 정보 덕분에 우린 1백여 마리가 넘는 개구리들을 '생포'할 수 있었다. 깊은 잠에 취한 개구리들은 우리가 준비해 간 쌀 포대 안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묵직한 쌀 포대를 들고 다시 수원행 기차에 오른 어머니와 나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안도감에 피로가 몰려왔고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잠시 후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났고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번쩍 눈을 뜨게 되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객실 안이 난장판이었다. 여기저기 개구리들이 펄쩍펄쩍 뛰어다녔고, 사람들은 개구리를 보고 소리 지르며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듯한 표정이었다.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던 개구리들은 객차 안의 뜨거운 히터 바람에 무거운 눈꺼풀을 뜨게 되었고, 급기야는 덥고 답답한 쌀 포대에서 탈출하여 객차 안을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고 있었다.
'개굴개굴' '엄마얏!' '꺄악!' '에구머니!'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이 너무 당황스럽고 황당해서 무슨 일부터 먼저 해야 좋을지 암담하기만 했다. 일단 개구리들을 잡아야 수습이 될 것 같았다. 좌석 밑, 창틀, 통로 등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객실 안을 마구 뛰어다니는 개구리들을 생포하기 위해 나도 개구리와 같이 뛰어다녔다.
때마침 그 객실을 지나가려던 역무원이 엄청난 광경을 목격하곤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사람들의 비명 소리에 정신을 차린 듯 결국엔 나와 같이 개구리 잡기에 동참했다.
어머니는 역무원은 안중에도 없는 듯 손자의 '보약거리'들이 도망다니는 걸 보고 냅다 소리를 지르시며 "그거 손대지 말아욧! 우리 꺼란 말여!"하고 행여 다른 사람들이 개구리를 잡아갈까 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셨다.
한바탕 난리를 치르며 모든 개구리들을 잡아서 자루에 집어넣자 객실은 비로소 이전의 평온함을 되찾게 되었다. 그런데 역무원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동물은 객실 내로 반입할 수 없다며 당장 개구리를 가지고 내리라고 명령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다음 역에서 우린 내려야 했고, 몇 시간을 기다렸다가 다시 기차에 올라탔다. 이번엔 객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찬바람이 밀려드는 객실 밖에서 우리의 소중한 개구리들과 함께 동고동락해야 했다.
만약 그때 객차 안에 있던 승객들 중에서 누군가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당시 개구리를 잡으려고 뛰어다니던 할머니와 아저씨가 박지성 할머니와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슬며시 미소를 지을 것만 같다.
개구리는 잡기도 힘들었지만 그걸 먹기란 정말 고역이었다. 온 집 안이 개구리를 삶을 때마다 무언가 썩는 듯한 냄새로 진동했다. 그래도 지성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그 고약한 냄새를 꾹 참으며 개구리 즙을 먹곤 했는데 먹을 때마다 매번 투정부리기 일쑤였다. 아무리 키가 크고 체력이 좋아진다고 해도 개구리 즙에서 나는 냄새를 감당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집 근처의 건강원에서 잡은 개구리들을 깨끗하게 가공해 냄새나지 않게 즙을 만들어주는 방법을 이용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먹인 개구리 즙은 지성이가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이어지다가 그 후론 더 이상 먹이지 않았다. 2000년 이후 개구리를 잡지 못하게 하는 법이 생겼기 때문이다.(편집자 주-현재 개구리 등 양서류를 포함한 야생동물을 허가 없이 포획했을 때에는 '야생동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똘망똘망한 눈빛을 빛내는 경기도 수원 세류초등학교 6학년 박지성 선수.
                     축구선수로서는 왜소한 체격이었던 박지성은 대학때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이 어린이는 9년 후 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이 되고  
                                        꿈의 구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산소탱크'란 이름으로 불리우며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랑이 된다.
 

우여곡절, 파란만장한 개구리 잡기 스토리지만 그때의 고생 덕분에 지성이의 체격이 이전과는 몰라볼 정도로 단단하고 커졌다고 믿는다. 왔는지 궁금히 여기곤 하는데, 나는 90% 이상이 타인에 의해 유명을 달리한 개구리 덕분이었다고 확신하다.
만약 아이의 허약한 체력을 수수방관했다면, 축구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지 않았다면, 지성이는 지금 지극히 평범한 사회인으로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지성이가 운동이 아닌 공부를 택했다면 그 당시 난리법석을 피우며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운동을 하는 데 체력은 절대적이다. 지금은 개구리 즙 말고도 다양한 종류의 보약도 많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시대지만 지성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라 개구리 즙은 아이한테 최고의 보약이었다.
그 당시 가진 것은 없고, 지성이가 좋아하는 운동은 시켜야겠고,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몸으로 부딪히는 일뿐이었다. 지금은 개구리보다 훨씬 좋은 보약을 쉽게 구해서 먹는 시대이기 때문에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개구리를 잡으러 다녔던 당시의 간절함은 조금 덜 할지도 모른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 세상에서 돈으로 해결 안 되는 게 몇 가지 있다면 그중 하나가 부모의 관심과 정성이 아닐까. 아이에게 쏟는 관심과 사랑만큼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성이가 속이 뒤틀릴 정도로 냄새가 고약한 개구리 즙을 먹으면서도 거부하지 않았던 것은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게 개구리를 잡아왔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우리 부부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보약은 개구리 즙뿐이었다.

"(키가 작아서) 중학교에 못 가면 어쩌나 걱정이다. 이 일을 풀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밥을 많이 먹는 것밖에 없다. 엄마가 주신 것은 꼭 골고루 먹어, 덩치가 커지고 키도 커져서 축구를 더욱더 잘할 것이다. 중학교는 물론 고등학교, 대학교, 국가 대표까지 갈 것이다."(1992년12월 15일, 박지성의 초등학교 5학년 일기 중에서)

올드 트래포드에서 지성이가 '산소 탱크'란 별명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다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개구리 사건이 떠올라 입가에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지금은 개구리 즙보다 훨씬 비싼 보약을 해줄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그래도 개구리 즙에 담긴 우리 부부의 정성은 어떤 비싼 보약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이 기사는 (주)서울문화사와 협의를 거쳐 아래 책에서 발췌 작성하였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가슴으로 꾼 꿈이 행복한 미래를 만든다

박성종

서울문화사 2010.06.07

정다운 기자 (dawn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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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의 기술, 거절의 전략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남에게 무언가 부탁을 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가 하면, 싫든 좋든 남의 부탁을 거절해야 할 상황도 온다. 하지만 이 당연하다면 당연한 부탁과 거절을 유독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숫기가 없고 남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결국 제 때 부탁하지 못해서 오히려 전체 업무를 그르치고 나쁜 평가를 얻게 되거나, 감당도 못할 일을 떠맡았다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도리어 안 좋은 소리를 듣기도 한다. 

부탁과 거절, 대인관계의 문제다

흔히 ‘거절을 못 하는 성격’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이것은 성격보다는 인간관계, 그리고 나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로서 남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 자립심과 자존감을 지니고 살 수도 있어야 한다. 부탁과 거절이 필요한 상황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남과 나 자신에 대한 인식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부탁하는 법을 배워라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전부 알 수도 없을뿐더러 혼자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도 없다.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물어보거나 부탁해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부탁을 하는 것은 나를 낮추는 일도 아니며, 나의 약점을 내보이고 우스워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부탁은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신뢰를 보냄으로써 새로운 관계를 맺을 좋은 기회가 된다. 도움을 준 사람은 다음에 나를 의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탁을 한다는 것은 거절당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부탁은 명령이나 협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탁을 거절당했을 때 거절당한 이유와 거절당할 때 자신이 느낀 기분을 분리해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부탁이 거절당한 것이지 내가 거부당한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거절했다고 해서, 상대가 나를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연결지어 생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왜 나는 부탁하기를 어려워할까?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방해가 되거나 부담을 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우습게 보이거나 오해를 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부탁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아서 해 줄 거라는 믿음이나 기대.
―혼자서 알아서 해결하겠다는 태도.

어떻게 부탁해야 할까?
부탁은 분명하고 명확하게 하라.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할수록 원하는 것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문제가 되는 상황을 설명하고 부탁할 것을 말한다. 상대방의 대답을 귀 기울여 듣고, 만약 그 사람이 거절하면 그럼에도 거듭 부탁하는 이유를 설명하라. 부탁을 들어주면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상대방에게 맡기고 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부탁, 이렇게는 하지 마라
―투정과 부탁을 혼동한다.
―다른 사람이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다가오기를 기대하며 혼자서 낑낑대는 모습을 보이거나 한숨을 내쉰다.
―상대방이 알아서 자신의 부탁을 이해해 주기를 기대하며 어려운 점들을 털어놓는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부탁을 정당화한다.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공격적인 태도로 부탁한다.

거절하는 법을 배워라
사람들은 상대방을 실망시키거나 그 사람이 한 부탁을 들어주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상대방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상처를 입힐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혹은 상대방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 부탁한 사람을 거절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일 뿐이다.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이라면 설사 부탁을 거절당한 사람이 실망했다고 해도 관계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상대방이 불만을 품을 권리가 있듯, 당신에게도 싫다고 말할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의 부탁을 들어줄 수는 없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서로 상대의 처지와 가능성을 존중하는 관계가 균형 잡힌 관계다. 싫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상대방의 욕망 바깥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상대와 다른 나만의 견해를 가지고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기분을 언짢게 하지 않고 거절할 방법은 없을까? 거절하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기분에 공감하는 자세는 필수이다.


왜 나는 거절하기를 어려워할까?
―상대방의 기분을 언짢게 하거나 마음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갈등이 생기거나 관계가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상대방의 마음에 들고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욕망.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

어떻게 거절해야 할까?
상대방의 부탁을 정확히 이해해라. 상대방의 부탁을 다시 한 번 정리해 주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한다. 거절을 할 때는 분명하게 대답해야 한다. 반드시 그 이유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 만약 상대방이 계속 고집을 피우면 반복해서 거절 의사를 밝혀라. 상대방의 말에 일리가 있다면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좋다. 그래도 상대가 공격적인 태도로 고집을 부리면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고집 그만 부렸으면 좋겠어." "이제 그만해. 안 된다고 얘기했잖아." "내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거절, 이렇게는 하지 마라
―부탁을 들어주기로 해 놓고서 나중에 마음을 바꾸는 것.
―처음에 하기로 한 것과 다르게 하거나 투덜거리는 것.
―분명하게 거절하지 않고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는 것.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하여 뉴스인북 편집단에서 작성하였습니다.>

고독의 심리학

제라드 마크롱 | 정기헌 옮김

뮤진트리 2010.06.29

이진의 기자 (life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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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도는 커피 마시지 말라고? 커피와 부의 역사
커피 상인은 17c에도 부동산 부자.. 교역으로 막대한 부 쥐어

시내를 걷다 보면, 전철역 앞이나 사거리 같은 노른자위 땅마다 어김없이 스타벅스, 커피빈 등의 커피전문점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얼마나 돈을 많이 벌기에 저런 위치에서 장사를 할까 싶기도 하다. 오늘날 커피산업의 규모는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스타벅스와 같은 다국적 대기업은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막대한 부를 긁어모으고 있다.

그런데 사실, 커피 사업자들이 부자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300년 전 과거에도,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유럽 등지에서 커피 교역을 하는 커피 사업자들은 제일가는 부동산 부자였다.

커피의 어원은 아랍어 ‘카화’

커피의 원산지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지만, 세계로 전파된 것은 아라비아를 통해서다. 유럽이 한창 중세의 미몽에 빠져 있던 13세기, 아덴 만을 사이에 두고 에티오피아로 건너편에 자리 잡은 예멘 항구 아덴은 이미 커피 집산지였다. 예멘은 인도양과 홍해,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를 잇는 교역의 십자로다. 예멘에 전해지면서 커피나무 열매는 '분(Bun)', 음료인 커피는 '카화(Qahwah)'라고 불리게 된다. '카화'가 커피의 어원이다. 무슬림에게는 음주가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에티오피아에서 커피가 건너오자 음료로 곧 환영을 받았다. 카이로의 수피들은 커피의 각성 효과에 주목하고 철야 기도 때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북상하여, 1554년에는 오스만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에 세계 최초의 커피 하우스가 출현한다. 이 시대에 이집트에서 커피에 설탕을 넣어 마시는 습관이 시작되었고, 커피는 오스만 제국을 거쳐 프랑스로 전해졌다.

커피는 유럽에서 한때 일부 기독교도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무슬림 음료'라며, 판매 금지 조치를 해달라는 청원이 로마 교황청에 접수된 것. 교황 클레망 8세는 이에 대해 1600년 기독교도들이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집트 최고 부동산 소유자는 커피상인

오랫동안 이집트 국부의 근원이었던 인도에서 오는 향신료 독점 무역이 대항해 시대를 맞아 무너지고, 커피는 17세기 이를 대체하는 교역품이 되었다. 커피는 피륙과 함께 이집트의 당시 양대 무역 물품이었고, 이에 종사하는 상인의 수는 17,18세기에 500~600명이었다. 이들 상인은 이집트 경제를 좌지우지했다. 1679년에서 1700년 사이에 카이로의 등기부에 오른 168건의 부동산 중에서 커피 상인 80명의 부동산이 전체 부동산 가액의 64%를 차지할 정도였다. 18세기 초반 최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도 커피 상인이었다. 커피 상인 카심 알 샤라이비(Qasim al-Sharailby)의 보유 부동산은 시세가 884만 9660파라였다. 카심 알 샤라이비는 커피 상인연합회 수장이었는데, 1734년 죽었을 때 그의 재산 규모는 강력한 장군들의 재산과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였다고 프랑스의 이집트 학자 앙드레 레이몽은 말했다. 카심의 장례식에는 모든 고위직 마믈룩(권력을 가진 복속민. 무사계급과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이 조문을 했다고 하니, 대상인의 높은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당대 최고 권력자 우스만 캇크후다(Uthman Katkhuda al-Qazdaghli)는 애도를 위해 장지까지 걸어서 장례 행렬을 따라가기도 했다.

커피 상인 중에는 외국인도 많았다. 1776~1798년에 섬유와 커피 무역에 종사하는 무역상은 142명이었고, 이 중 44%인 63명이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전체 부의 44%를 쥐고 있었다. 이집트의 개방성에, 오스만 제국에 편입되면서 카이로의 무역 집산지 기능이 강화된 탓이었다.


궁전 같은 집 짓고 황제처럼 호화로운 생활

나폴레옹이 카이로를 점령하고, 1798년 12월 수에즈에 갔을 때 카이로 상인들이 일부 수행했는데, 상인들은 최소 8명의 하인을 데리고 왔다. 하인 한 명은 주인의 물담배 파이프를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커피를 끓였으며, 세 번째 하인은 천막을 책임지는 식이었다. 한 상인은 나폴레옹 장군의 수행원이 단출함에 놀라 "하잘것없는 무역상인 나도 11명의 하인이 도와주는데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나 할 수 있는 사람이 단 세 명의 시중을 받고 있다니"라고 말했다.

17세기 후반의 커피 무역 붐은 카이로의 건축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일부 상인이 지은 집은 작은 궁전과 같아, 19세기 초 통치자 무함마드 알리는 이들의 집을 외빈 숙소로 사용하기도 했다. 무역 붐에 따라 대상 숙소도 속속 새로 들어섰다. 6개의 대상 숙소가 1699~1702년에 세워진다. 18세기 가장 두드러진 커피 상인이었던 무함마드 알 다다 알 샤라이비는 칸 알 함자위 시장 인근에 대상 숙소를 지었다. 큰 문을 열고 들어가면 1층에는 14개의 점포가 있었고, 그 위로 3층까지는 숙소였다. 대상 숙소는 대개 4층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데, 1층에는 상점이 있고, 그 위에는 숙소가 있다. 가말리야 거리에 있는 대상 숙소 '바자르 위칼라'에는 1인용 독방부터, 3개의 방을 3개 층에 걸쳐 함께 쓰는 스위트룸도 있었다.

지금도 카이로의 베인 알 카스린 거리에는 18세기의 커피 상인 무스타파 가아파르(Ga' far)의 웅장한 저택이 그대로 남아 관광객들에게 당시의 호사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향신료, 그리고 커피. 예나 지금이나 막대한 부를 가져오는 사업이 생필품이 아닌 기호품, 사치품 사업이었다는 사실은 현재의 우리에게 막연하게나마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함두릴라 알카히라

최준석

메디치미디어 2009.05.10


이진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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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동 납치성폭행범 김수철이 범행 전 음란동영상 52편을 봤다는 보도가 나왔다. 많은 매체들이 일제히 이를 헤드라인으로 다루며 큰 관심을 보였으며, 이를 범행과 연결하는 해석도 많았다. 연쇄살인이나 성폭행범을 다룬 TV·영화 등은, 이와 같은 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대안을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동시에 범죄 수법을 가르치고 모방범죄를 부른다는 비판도 있다. 폭력적인 매체와의 접촉은 정말 폭력으로 이어질까? 이 해묵은 논쟁은 수없는 공방을 거치고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직 사건기자이자 형사사법학자인 한남대학교 이창무 교수의 견해를 소개한다.

 


영화나 TV가 범죄를 유발할까?

이창무(한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국내에서 지난 1996년에 개봉한 영화 <히트(Heat)>는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를 비롯한 할리우드 유명스타들이 대거 출연하여 꽤 많은 관객을 불러 모았단 작품으로, 요즘도 가끔 케이블TV를 통해 재방영되곤 한다. 그런데 <히트>는 영화에서만 히트한 것이 아니라 다른 쪽에서도 히트한 작품이다.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한빛은행 중랑교지점 은행강도 사건은 영화 <히트>가 교과서 역할을 했다.

이 은행을 털었던 4인조 은행강도들은 영화 <히트>를 여러 차례 보며 치밀한 범행계획을 세웠다. 한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쓰듯이 범행 계획서까지 작성했다. 그리고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범행에 사용할 자동차와 번호판을 훔치고, 군부대에서 소총과 실탄을 탈취하고, 은행 주변을 여러 번 사전 답사하고 나서 실제 범행에 들어갔다.


범죄 영화나 드라마를 본뜬 모방범죄들

2007년에 인천에서 일어난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은 유독 치를 떨게 만든 범죄로 기억하는데, 당시 숨진 초등학생의 아버지는 그해 상영된 영화 <그놈 목소리>를 언급하면서 "우리 아이가 사악한 모방 범죄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말했다. 경찰조사에서 유괴범은 영화를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지만, TV·신문 등의 각종 매체들에 실린 영화 소개나 동일 사건을 심층 보도한 TV 시사고발 프로그램 등을 통해 당시 유괴사건의 내용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꼭 <그놈 목소리>가 아니더라도, 공중전화를 이용한다든가 약속장소를 수차례 바꾸든가 하는 수법이 모방된 것을 보면, 언론이건 영화건 간에 미디어가 범죄수법의 교사 역할을 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20명 넘게 사람을 죽인 연쇄살인범 유영철도 영화 <공공의 적>에 나온 경찰신분증을 보고 신분증을 위조하고, 또 어떻게 하면 경찰 수사망에 걸리지 않을지를 연구했다고 실토한 바 있다.
영화나 TV를 본 뒤에 실제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이 외에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영화 <친구>가 8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았을 당시, 이를 본뜬 모방범죄가 속출했다. 심지어 학교 교실에서 같은 반 친구를 칼로 찔러 죽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이 상영된 뒤에는 실제로 주유소를 터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또 이미 10여 년 전의 사건이기는 하지만, 1994년에 아버지를 죽인 박한상도 귀국 비행기에서 영화 <드레스드 투 킬>을 보고 토막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CSI>, <크리미널 마인드>, <프리즌 브레이크>를 비롯한 여러 범죄수사드라마들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데, 이들 드라마는 특히 전문적이고 철저한 고증과 치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를 무기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일반 관람객이나 시청자들이 이 같은 범죄 영화·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얻는 반면, 범죄와 싸워야 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숙제를 떠안고 있다.
"범행 현장에 가면 흔적을 찾을 수가 없어요. 지문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런저런 범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니까요." 오랜 범죄수사 경력을 자랑하는 어느 베테랑 형사의 말이다. "최근에 <CSI> 열풍으로 과학수사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그 후유증이 정말 심각해요. 새로운 범죄수법은 물론이고 경찰의 수사기법까지 너무 자세하게 소개하니까 말이죠."
얼마 전에 붙잡힌 연쇄살인범 강호순 역시 몸싸움 과정에서 피해자의 손톱에 자신의 살점이나 머리카락이 낄 수 있다고 판단하여 피해자의 손톱을 모두 자르는가 하면, 경찰이 인터넷 검색내용을 조사하자 자신의 컴퓨터를 새로 포맷하기도 했다. 사건을 맡은 경기경찰청 폭력계장은 "마치 미국의 범죄수사드라마 <CSI>나 인터넷을 통해 범죄행동요령을 학습한 것처럼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중앙일보』2009년 1월 28일자 보도)


모방범죄를 일으키는 네 가지 요인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범죄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터미네이터>와 <에일리언>를 감독한 제임스 캐머런은 "설사 모든 사람들이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영화만 본다 해도 쇠톱으로 사람의 머리를 자르는 범죄는 발생할 것"이라고 항변한 바 있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처럼 잔잔한 감동을 주면서 폭력과 전혀 상관없는 영화만 만든다고 살인이 없어지겠느냐는 이야기다.

그러나 모방범죄는 영화나 TV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미국의 학자 조지 컴스탁(George Comstock)은 범죄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모방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네 가지 요인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 효험성이다. 모방범죄가 생길 가능성은 영화나 TV에서 살인이나 범죄행위가 결국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느냐에 달려 있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경찰이 출동하고 그렇게 난리법석을 떨었는데도, 결국 노마크, 딴따라 등의 범인들은 챙길 것 다 챙기고 스포츠카까지 타고서 유유히 사라진다. 오랜 기간 국민 위에 군림해 온 경찰이 온갖 망신을 다 당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 내지 고소함을 안겨주었을 수도 있지만, 처벌의 모습이 없는 영화나 드라마는 모방범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매우 크다.
둘째 요인은 정당성이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의 범죄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따라 모방범죄의 발생 가능성이 결정된다. '그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 '나라도 그렇게 했겠다', '잘 죽였어' 하는 생각이 들면서 범인의 행동이 마음속으로 정당화되면 모방범죄의 가능성이 커진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범인들은 하나같이 왜곡된 사회구조의 피해자들이다. '이유 있는 반항'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영화 <레옹>에서 레옹은 살인청부업자다. 부모 잃은 소녀 마틸다를 위해 경찰을 비롯하여 숱한 사람을 죽인다. 돈도 안 받고, 그래서 관객들은 레옹에게 더욱 끌린다. 프랑스 영화 <루지탕>에서 알랭 드롱 역시 은행을 털어 자신과 같은 집시들을 돕는다. 의적인 셈이다. 의리 있고 잘 생기고 멋있으니 따라 하고픈 생각이 드는 것이다.
셋째, 관련성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의 장면이 현실과 잘 맞아떨어질수록 모방범죄의 가능성은 커진다. 또 영화나 드라마 속의 주인공과 자신의 입장이 비슷할수록 쉽게 모방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영화 <히트>에서 로버트 드니로는 이제 은행강도 생활을 접고 정착하려 했다. 마지막 한탕만 멋지게 하고서 뉴질랜드로 날아갈 계획이었다. 한빛은행 중랑교지점 은행강도들도 한탕을 노렸다. 로버트 드니로 일당이 준비한 것처럼 치밀하게 계획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그들은 은행으로 달려갔다. 총을 든 채 말이다.
마지막으로, 영화나 TV를 보는 관객의 민감성이다. 충동적인 성격의 관객일수록 모방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똑같은 영화나 관객일수록 모방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똑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는 그 안에 쏙 빠져들었다가도, 끝나고 나서 밝은 곳으로 나오면 다시 냉정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다. 그러나 마치 폭약 심지에 불을 붙여주기만 기다리는 것 같은 태도로 영화나 TV를 보는 사람들도 있다. 교도소에 들어가도 이런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TV방송이 시작되면서 범죄율이 급증했다

범죄 영화나 드라마가 범죄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범죄를 저지를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갑자기 범죄를 저지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있었는데, 범죄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서 이런 방법이나 기법을 사용하면 잡히지 않고 범행에 성공하겠구나 하는 믿음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범죄 영화나 드라마가 범죄의 동기요인으로 직접 작용한다기보다는 주로 범죄기법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범죄 영화나 TV드라마가 범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미디어와 범죄의 상관성을 줄곧 연구해온 레이 슈레트(Ray Surette) 같은 학자는 영화나 TV가 어떤 형태로든 범죄에 확실히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설령 완벽한 증거를 제시할 수는 없을지라도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범죄 영화를 접하는 곳도 주로 TV라는 점에서, TV의 영향력은 더욱 중요하다. TV가 범죄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많이 연구되어왔는데, 그 가운데 특히 재미있는 것으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캐나다, 미국을 비교 검토한 브랜드 센터월(Brandon Centerwall)의 연구를 들 수 있다. 남아공은 백인 지배하에 일찍이 서구화된 나라다. 그러나 놀랍게도 1975년 이전에는 그곳에 TV방송이 없었다. 흑백 인종갈등으로 인해 수십 년간 TV 도입을 제도적으로 막아왔기 때문이다. 1937년에 영국 BBC방송이 세계 최초로 TV방송을 시작한 이래 거의 40여 년간, 남아공에서는 TV를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센터월은 미국과 캐나다가 남아공보다 수십 년 빠르게 TV방송을 시작한 점에 착안하여, 미국과 캐나다, 남아공의 범죄율을 비교했다. 이때 남아공의 흑인이 미국이나 캐나다의 흑인들과 상당히 다른 조건에 놓여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비교대상은 오로지 세 나라의 백인들로 한정했고, 통계는 가장 정확한 범죄통계로 인정받는 살인율에 국한했다.

1945년에서 1974년 사이에 미국의 살인율은 93%, 캐나다의 살인율은 92%가 늘었다. 반면 TV가 없었던 남아공에서는 살인 범죄율이 오히려 7%로 줄었다. 이 기간의 경제성장은 세 나라 모두 비슷했다. 캐나다가 124%의 경제성장률을 보였고, 미국이 75%, 남아공은 86%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또한 살인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연령분포, 도시화, 술 소비량, 사형제도 여부, 총기휴대 합법화 여부 등의 모든 요소를 검토했지만, 세 나라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 유일한 큰 차이는 TV가 있고 없고의 차이였다.
센터월은 보다 정확한 연구를 위해 미국의 지역별 살인율을 조사했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은 TV방송을 시작한 시기가 지역에 따라 달랐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TV방송을 먼저 시작한 지역의 살인율이 TV방송을 아직 하지 않고 있던 지역의 살인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센터월은 인종별 살인율의 변화 추이도 살펴보았다. 당시 미국 백인들은 흑인을 포함한 소수인종들보다 평균 5년 정도 TV 구입이 빨랐다. 미국에서 백인의 살인율은 1958년을 기점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흑인을 비롯한 소수인종의 살인율 증가는 4년 뒤에 나타났다. TV가 특히 아동기에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범죄율의 급격한 증가는 10여 년 정도의 지체효과를 지니게 된다. 미국이 상업 TV방송을 1950년에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거의 비슷한 시기에 범죄율이 급증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TV는 분명 범죄를 촉진한다.

어린이들이 폭력성 강한 TV프로그램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면 폭력에 대한 저항심리가 약화되어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미국 뉴욕주립정신의학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소아기에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길수록 범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75년에 뉴욕 주의 어린이 707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TV시청 시간이 1시간 미만인 어린이들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전반까지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지른 비율이 9.1%였지만, 시청 시간이 1~3시간인 어린이들이 나중에 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28%, 3시간 이상은 39.9%로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의 소아과 전문의 로버트 세지(Robert Sege) 박사는 TV의 위험성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TV는 행동을 모방하고 배우는 어린이들이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

물론 TV방송이 범죄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TV방송이 없던 100년, 500년 전에도 범죄는 분명 존재했다. 이처럼 범죄와 TV의 완벽한 인과관계를 주장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지만, TV가 범죄의 촉진제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범죄 동기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는 TV방송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하지만, 범죄 동기가 충분한 사람들에게는 범죄를 실행에 옮기도록 만드는 유혹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범죄 관련 내용이 TV를 통해 방영될 때 많은 사람들은 별생각 없이 보고 지나가지만, 일부는 '저렇게 하면 돈을 벌 수 있겠구나'라든가, '저러면 잡히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런 순간의 생각은 신념같이 굳어지고 결국 범행으로 이어진다.


대기오염을 이유로 모든 공장의 문을 닫을 수는 없는 것처럼, 범죄를 이유로 TV방송을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설치하여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듯이, TV방송도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내용을 최대한 걸러내야 한다. 지금도 물론 시청자 감시 프로그램 등이 존재하지만, 시청률이 곧 신(神)인 현실에서는 아직 공허한 몸짓에 불과하다.


<이 기사는 (주)메디치미디어와의 협의를 거쳐 아래 책에서 발췌 작성하였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패러독스 범죄학

이창무

메디치미디어 2009.06.23

이진의 기자 (life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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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5일, 삼성전기 여직원 이모(36세)씨는 성희롱 피해에 대해 회사 삼성전자 및 가해자 전 부서장 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민사합의 1부는 박모씨와 삼성전자에 각각 200만원씩 배상하게 하고, 삼성전자에는 별도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이모씨가 약 2년간 지속적으로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한 이모씨는 2005년 6월 이 사실을 회사 측에 공식적으로 알렸으나, 이씨는 오히려 부서 내의 집단 따돌림과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 이같은 정황을 보아 법원은 가해 당사자 박씨보다는 회사의 책임을 더 중하게 판단한 것이다.
 
이씨만 이런 일을 겪는 것은 아니다. 성희롱은 개개인의 윤리 문제보다는 우리 직장 문화의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 여성들이 겪는 성희롱의 80%이상이 직장 상사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이트인 사람인(http://www.saramin.co.kr/zf_user/)이 여성 직장인 7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성희롱을 가한 상대(복수응답)으로는 51.2%가 ‘직속상사’를 꼽았다. 이어’CEO 등 임원급(35.4%)’, ‘동료(16.5%)’, ‘기타(9.4%)’, ‘거래처 직원(7.9%)’ 의 순이었다.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에서 실시한 직장 내 성희롱 조사 통계>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에서 실시한 직장 내 성희롱 조사 통계>

 

성희롱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갔다’고 답한 경우가 51.2%에 달했다. 다음으로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22.8%)’, ‘동료에게 알려 공동으로 대응했다(6.3%)’,’가해자보다 상급자에게 보고했다(5.5%)’, ‘개인적으로 만나서 사과를 요구했다(0.8%)’ 등의 의견이 있었다.
 
대응 없이 그냥 넘어간 응답자 195명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에서 실시한 직장 내 성희롱 조사 통계> 

대답 중 ‘대응을 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가 33.8%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내가 잘 피하면 되기 때문에(18.5%)’, ‘업무상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서(12.3%)’, ‘다들 참고 있어서(7.7%)’, ‘ 상대가 나이가 많은 연장자라서(7.7%)’라고 대답했다.
 
즉 직장 내에서는 상하관계가 뚜렷하고 인사권 등을 통해 상사가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약자에 대한 성희롱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직장 내 성희롱은 권력의 문제이다. 그만큼 약자의 입장에서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보수적인 직장 문화가 달라지거나, 사내 고충처리상담센터 등 성희롱 피해자가 안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 한 '당당하게 거부하라' 같은 요구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신입사원필살기

박희진 외 머니투데이 산업부

메디치미디어 2010.04.05

조애리 기자 (joaeri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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