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취업문을 어렵게 돌파한 신입사원들은 각자 포부와 야망을 품고 회사에 첫발을 내딛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잡무의 산 뿐이다. 복사, 커피타기는 기본이고 짐 나르기, 정수기 물 갈기, 은행 심부름, 우체국 심부름... 허드렛일은 전부 막내의 몫이다. ‘대학 나와서 이러고 있어야 하나’ 한숨이 나오지만 동기들도 다 같은 처지니 하소연 할 곳도 없다.
하지만 하찮게 보이는 잡무 담당이 오히려 일을 배우고 회사에 적응할 최고의 환경이라는 것을 알면, 잡무를 보는 눈이 예전과는 달라질 것이다. 같은 잡무 다르게 하는 세 가지 관점, 사례별로 알아본다.


잡무, 일을 배울 절호의 찬스다
-회사원 조씨는 입사해서 하루에 커피 심부름만 60잔, 복사만 5시간을 했다. 그는 "커피 심부름, 복사가 무슨 업무냐고 푸념했지만 신기한 건 그렇게 3개월이 지나니까 웬만한 일은 다 알게 됐다"며 "특별히 배우지 않은 일까지 알게 되었다"고 신입사원 시절을 회상했다. 커피 심부름을 하면서 상사들의 면면을 익혔고 잠깐씩 엿들었던 말들로 회사의 돌아가는 상황도 금세 알 수 있었다.
-유명 케이블 방송 업체에 입사한 이씨. 편성 업무를 맡고 있었지만 주요 업무 외에 영업사원들의 전표 처리까지 맡아서 해야 했다. 처음에는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이 회사에 들어왔나 하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전표처리 업무를 몇 달간 하면서 팀 내의 '돈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대학을 다니면서 나름 ‘스펙’을 쌓아놨을지는 모르지만 회사에서 신입사원은 그냥 초보일 뿐이다. 사람 이름부터 업무 하나하나까지 모두 새롭게 배워야 할 일뿐이다. 하지만 하나하나 붙들고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회사에는 없다. 이럴 때 새로운 환경과 업무를 익히기에는 잡무만큼 좋은 일거리가 없다. 물론 멍하니 하라는 일만 한다고 익혀지는 것은 아니다. 눈치껏 할 일을 찾아다니면서 어깨너머 공부를 해야 한다.

현장감각, 신입 시절에 키워라

-대형 마트에 취직한 권씨는 오피스 대신 현장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매장 점퍼 차림으로 출근하는 자신의 모습이 양복 입은 오피스맨들과 비교되어 괜한 자격지심에 의기소침하기도 했다.
그러나 1년 동안 매장에서 신입 시절을 보내다 보니 누구보다 대형 마트 유통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권씨는 현장을 겪지 않았다면 고객과의 소통법, 협력사원들의 관리 방법, 물류의 중요성 등을 쉽게 체득하지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사원으로 시작해 차근차근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까지 오른 성공한 기업인들도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이구택 포스코 전 회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포항제철에 입사한 후, 사원 시절을 공사 현장에서 보냈다. 콘크리트 작업장에서 밤을 새기 일쑤였고, 밤새 콘크리트를 실어 나르는 레미콘 기사들의 차에 동승해 그들이 졸지 않게 잠을 깨워주곤 했다. 그렇게 4년을 보내며 그는 책에서 배울 수 없었던 살아 있는 공부를 했고, 이것은 이후 회사생활 내내 큰 자산이 되었다.

장교로 군대 다녀온 사람들이 결코 알 수 없는 사병만의 속사정이 있듯이, 평사원 시절에만 접할 수 있는 경험과 분위기가 있는 법이다. 여러 거래처와 고객들이 직접 오가는 현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입사하자마자 현장에 떨어졌다면 오히려 행운으로 생각할 일이다. 흔히 ‘감각’이라고 부르는 능력은 실제 일 돌아가는 곳의 분위기와 사람들을 몰라서는 결코 키울 수 없다.

잡무야말로 돋보일 기회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한 임씨. 하지만 상사가 시킨 일은 복사하기였다. 두툼한 서류 뭉치를 안고 복사기 옆에 우두커니 서서 복사만 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복사기를 돌리며 멍하니 있던 어느 날 상사가 다가왔다.
"○○씨, 지금 복사하고 있는 거 말이야. 무슨 내용이야?"
"…"
상사가 허를 찔렀다. 임씨는 복사를 하면서 괜한 시간만 때운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관련 업무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 후 자신의 불찰을 자책하며 잡일 속에도 배울 게 있다며 되뇌었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국내 유명 회계법인에 입사한 이씨. 꿈에 그리던 회계사가 되었지만 막상 처음 한 일은 조서 박스 정리, 보고서 검사 등 단순 업무 일색이었다. 이런 상황에 처음에는 울컥했다. 하지만 그는 불평불만을 터트리는 대신 사소한 일이라도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단순히 박스 정리만 할 게 아니라 보고서 내용을 꼼꼼히 살폈고, 시험 준비를 하면서 배웠던 내용이 실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기억해 두었다. 결국 그의 태도는 선배들의 눈에 띄었고 이씨는 동기들 중 제일 비중 있는 일을 맡을 수 있었다.

잡무는 누가 하나 똑같은 일이라고? No! 절대 그렇지 않다. 일상적인 업무일수록 잘못하면 바로 표가 나고, 빠르고 꼼꼼하게 처리하면 많은 사람의 눈에 띄게 된다.

딴에는 실무에서 실력을 보이고 싶겠지만, 결국에는 신입사원, 능력은 다들 고만고만하기 마련이다. 오히려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는 잡무야말로 자신을 어필할 기회다. 뭐니뭐니해도 신입사원의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잡무는 신입사원에게 숙명과도 같다. 잡무를 받고 푸념만 하기보다는 이 일을 경험과 배움의 기회로 삼을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 득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잡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순간 스스로 잡부가 될 뿐이다. 긍정적인 사고로 매사에 의욕적으로 임한다면 일의 경중을 떠나 나중에는 모두 자기 재산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하여 뉴스인북 편집단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신입사원필살기

박희진 외 머니투데이 산업부

메디치미디어 2010.04.05


이진의 기자 (
life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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