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남편과 아내가 살고 있었다. 오랫동안 아이를 원하던 이 부부는 드디어 아이를 갖게 되었다. 어느 날 아내는 마녀의 집 정원에 탐스럽게 자란 상추(라푼첼)를 보고 너무 먹고 싶어졌다. 이 사실을 안 남편은 마녀의 정원에서 상추를 뽑아다 아내에게 주었다. 아내는 상추 샐러드를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 며칠 후 아내는 또다시 상추가 먹고 싶어 괴로워했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보다못해 다시 한 번 마녀의 정원으로 상추를 뽑으러 갔다가 그만 마녀에게 들키고 말았다....

▲ 동화는 호러에서 시작되었다. 

위 이야기는 1812년 12월 25일 첫 선을 보인 독일 그림형제의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민담》12번째 이야기의 시작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등장한 그림 형제의 이 책은 전 세계 독자들이 어린 시절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책들 중 하나이다. 직접적이면서도 포괄적인 책의 표제에서 볼 수 있듯 그림 형제도 민담의 전달과 수용은 가정에서 우선되어야 하며, 그 대상은 어린이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어떤 경우라도 고대의 민족적 자산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야콥 그림(Jacab Ludwig Karl Grimm)의 신념은 편집의 중요 원칙이기도 했다. 그러나 1812년 출간된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민담》은 너무 재미가 없었으며 잔인하고 폭력적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이 책의 출판을 고대하던 이들로부터도 호응을 받지 못했다. 그 결과 원문을 훼손한다는 야콥 그림의 우려에도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교육적 요구에 따라 빌헬름 그림(Wilhelm Karl Grimm)의 주도하에 7차례 증편과 개편이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1815년의 2집부터는 민담에 알맞은 어법과 통속적이면서도 해학적인 문구 등 대중의 언어와 행동을 수용하는 민담양식들이 점점 구체화되었다. 1857년 최종적으로 빌헬름 그림의 아들 헤르만 그림(Herman Grimm)에 의해 200편의 민담과 열 편의 어린이 성담이 수록된 지금의 최종본이 출간되었다.

▲ 그림형제의 12번째 이야기: <라푼첼>

옛날에 한 남편과 아내가 살고 있었다. 오랫동안 아이를 원하던 이 부부는 드디어 아이를 갖게 되었다. 어느 날 아내는 마녀의 집 정원에 탐스럽게 자란 상추(라푼첼)를 보고 너무 먹고 싶어졌다. 이 사실을 안 남편은 마녀의 정원에서 상추를 뽑아다 아내에게 주었다. 아내는 상추 샐러드를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
며칠 후 아내는 또다시 상추가 먹고 싶어 괴로워했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보다못해 다시 한 번 마녀의 정원으로 상추를 뽑으러 갔다가 그만 마녀에게 들키고 말았다. 미녀는 처음에는 무섭게 화를 냈으나, 남편의 사정 이야기를 듣고 상추를 가져가는 대신 아이를 낳으면 자신에게 보내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드디어 아이가 태어나자 마녀는 아이에게 '라푼첼'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데리고 가버렸다.
라푼첼은 아주 길고 예쁜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로 자라났다. 그러나 라푼첼이 열두 살이 되자 마녀는 소녀를 숲 속의 문도 계단도 없이 꼭대기에 조그만 창문 하나만 있는 높은 탑 안에 가두어버렸다. 그리고 탑으로 올라갈 때면 밑에서 "라푼첼, 라푼첼 너의 머리카락을 내려다오."라고 외친 후 라푼첼의 머리카락을 타고 탑으로 올라갔다.
그러던 어느 날 숲 속을 지나던 한 왕자가 라푼첼의 노랫소리에 이끌려 탑 아래까지 왔다가, 마녀가 라푼첼의 머리카락을 타고 탑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마녀가 돌아가자 왕자도 "라푼첼, 라푼첼. 너의 머리카락을 내려다오."라고 외치자 라푼첼의 머리카락이 내려왔다. 왕자는 라푼첼의 황금 머리카락을 타고 탑 위로 올라갔다. 처음에 라푼첼은 낯선 남자를 보고 깜짝 놀랐으나 두 사람은 금세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라푼첼은 왕자를 따라 탑에서 내려가기로 약속하고 왕자에게 탑에 올 때마다 자신이 타고 내려갈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 비단실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사다리가 다 만들어지기도 전에 라푼첼은 마녀가 왕자보다 더 무겁다고 무심결에 말하는 바람에 왕자의 존재가 발각되고 말았다. 화가 난 마녀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고 그녀를 황량한 땅으로 쫓아버렸다.
그 사실을 모른 채 마녀가 걸어놓은 라푼첼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탑 위로 올라온 왕자는 라푼첼 대신 마녀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다시는 라푼첼을 볼 수 없을 거라는 표독한 마녀의 말을 듣고 절망한 나머지 탑에서 뛰어내려 가시에 눈이 찔려 그만 장님이 되고 말았다. 왕자는 풀과 나무뿌리로 연명하며 라푼첼을 잃은 슬픔에 잠겨 황량한 벌판을 방황하며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이끌려 간 곳에서 왕자의 아들과 딸 쌍둥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라푼첼을 만나게 되었다. 라푼첼과 왕자는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았으며, 기쁨과 슬픔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라푼첼의 눈물이 왕자의 두 눈에 떨어지자 왕자는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왕자는 기쁜 마음으로 라푼첼과 쌍둥이를 데리고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살았다.

▲ <라푼첼> 속 모티프 알아보기

<라푼첼>은 1812년 야콥 그림에 의해 처음으로 그림 동화에 수록되었다. 처음에는 왕자가 일인칭 주인공으로 서술되어 있었으나, 야콥 그림은 이야기를 민담에 어울리는 구조로 개작했다. 특히 <라푼첼>의 특징적인 문구인 "라푼첼, 내가 올라갈 수 있도록 너의 머리카락을 내려줘."의 서술문을 "라푼첼, 라푼첼. 너의 머리카락을 내려다오."의 노래로 바꾸고, 이 민담의 발생 시기로 추정되는 10세기나 11세기에 어울리는 리듬을 수용해 구전 민담으로서의 특성을 강화시켰다.
또한, 독일어로 '상추'를 의미하는 '라푼첼(Rapunzel)'은 ‘상추를 먹으면 임신이 된다'는 민간의 속설을 연상시키는 소재로 수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설적이라는 초판본의 지적을 받아들여 <라푼첼>의 경우에도 어린이를 고려한 언어와 문체상의 통일을 기하기 위한 수정이 이루어졌다. 1812년 판본에서 라푼첼은 "왕자와 즐겁게 지내던 어느 날, 이상하게 자신의 옷이 껴서 더 이상 입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빌헬름 그림은 1819년 판본부터 전후 문맥상 아무런 논리적 설명 없이 라푼첼의 임신 사실을 드러내는 이런 직접적인 어구 대신 "왕자와 라푼첼이 아내와 남편처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표현으로 수정했다. 또 두 사람의 비밀도 라푼첼 스스로 "고텔 부인, 당신은 젊은 왕보다 더 끌어올리기가 어렵군요."라고 말함으로써 라푼첼의 순진함을 나타냄과 동시에 사건의 진행을 유도하는 문장으로 수정했다.

여성의 머리카락은 여성성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특히 금발과 관련된 이미지는 최고의 여성성으로서 그림 동화의 여자 주인공들을 인증하는 표시로 폭넓게 수용되었다. '라푼첼'의 머리카락은 그림 동화에 등장하는 모든 황금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여자 주인공들을 한데 묶는 황금색 끈이라고 할 수 있다.

외견상으로 라푼첼을 괴롭히는 사람은 마녀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아이를 포기한 사람은 아버지이다. 오히려 어린 라푼첼을 아름답게 키운 인물은 마녀였다. 그림 동화의 많은 이야기에 마녀가 등장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 마녀가 주인공을 죽이거나 갈 길을 방해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주인공을 돕거나 목표를 향해 곧바로 나가도록 돕는 역할을 하곤 한다.

 

<이 기사는 뮤진트리와 협의를 거쳐 아래 책에서 발췌 작성하였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그림형제 독일민담

이혜정

뮤진트리 2010.01.21


정다운 기자 (
dawn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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