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l육아]리얼솔직 갓난아기 인터뷰

Knowhow 2010.07.23 06:57 Posted by NewsInBook


리얼솔직 갓난아기 인터뷰- 아기와 함께 건강한 여름나기



내리쬐는 태양, 열대야, 습한 장마, 바캉스, 이유를 모른 채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 안 그래도 안절부절인 초보엄마들은 여름이면 더욱더 쩔쩔맨다. 이럴 때 아기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뭐가 싫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아기들이 쏙쏙 이야기해 주면 좋을 텐데 말이다. 더위와 사투를 벌이면서 아이의 건강과 안전, 정서적 안정감까지 책임져야 하는 엄마들을 위해, 열길 물 속보다 알기 어려운 우리 아기 속마음을 가상인터뷰를 통해 들여다보았다.


 

Q. 먼저 인터뷰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신상정보를 공개해달라.

A. 난 6개월 전에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내가 눈을 뜬 곳은 산후조리원이었다. 늘 요란하게 발소리를 내며 걸어 다니고, 종종 화가 난 듯 문을 쾅 닫는 바람에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산부인과 간호사 누나, 아기의 탄생을 축하한다며 찾아와 나를 품에 안고 매너 없이 기침을 해대는 사람들. 부지런하고 심성도 착하지만, 청결관념이 부족해 모두를 질겁하게 만드는 산후조리원 도우미 아줌마, 내가 울면 왜 그러는지 몰라 쩔쩔매며 동동거리는 초보맘 우리 엄마 사이에 있었다.


Q. 주변에 어른밖에 없을 텐데,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A. 어른이란 자기 편한 대로 해버리는 종족이다. 유아에게는 발언권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서슴없이 아기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짓을 한다. 그 한 가지 예가 '기저귀커버'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 자세히 얘기하겠다) 잘 모르는 어른들 땜에 가끔 속이 타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젖이 맛있어서 배가 불룩하도록 힘차게 먹고 밤에도 잘 자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따금 혼자 웃음이 나서 싱긋 웃기도 한다. ^^

 

여름에는 여름에 맞게 보살펴 주세요!


Q. 여름에 가장 힘들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부터 이야기해 달라.

A. 위에 이야기한 기저귀커버가 가장 문제다. 요즈음은 겉은 천이지만 속지를 비닐로 만들고 위아래를 모두 단추로 단단히 채워서 절대로 오줌이 새지 않는다는, 이른바 특수 기저귀커버도 나왔다. 이거야말로 광고에 아무런 거짓도 없어서 정말 한 방울도 안 샌다. 겉으로 새지 않는다는 건 다른 한편 안으로 차곡차곡 고인다는 뜻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견디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더운 계절에 이런 끔찍한 물건을 아랫도리에 단단히 채워 놓으면 어떤 기분이 들지, 어른 여러분, 특히 기저귀 커버 제조회사 사장님 부부께서는 직접 한번 경험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무덥고 습한 아파트에서 이런 걸 온종일 채워 놓으면 정말 견딜 수 없다.


Q. 아, 그렇게 괴로워할 줄은 몰랐다. 분유 먹는 건 어떤가?

A. 밤에는 좀 낫지만 무더운 한낮에는 분유를 전혀 먹고 싶지 않다. 날씨가 더워지자 엄마는 분유병에 세균이 발생할까봐 더욱 열심히 펄펄 끓여서 소독을 했다. 분유를 마른 숟가락으로 얼른 떠서 냄비에 넣고 뜨거운 불을 부어 섞고는 잠깐동안 가스 불에 올려 한 차례 끓인 다음에 주었다. 비타민이 파괴된다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어서 나중에 종합비타민을 첨가한다(이것도 분유의 맛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기온이 높으니 이렇게 준비한 분유는 한참이나 식지 않는다. 체온으로 온도를 맞춘 분유라는 게 날씨가 더울 때는 짜증이 날 정도로 뜨겁다.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나는 몹시 목이 마르다. 과즙도 평소보다 더 마시고 싶다. 좀 더 먹여 주면 좋을 텐데, 배탈이 날까 봐 그러는지 양을 늘려 주지 않는다. 내 분유도 좀 시원하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Q. 여름은 아무래도 바캉스 시즌이다. 휴가 때 주의할 점을 이야기해 달라.

A. 얼마 전에 엄마, 아빠와 같이 기차를 타고 휴가를 갔다 왔다.

어른들은 이 세상에 자기들 외에도 아기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기차에서도 물을 구할 수 없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역 또한 별반 나을 게 없어서 음료수는 팔지만 끓인 물은 팔지 않는다. 열차 한 칸쯤 아기들의 전용칸을 만들어 그곳에 끓인 물을 준비해 분유를 탈 수 있게 해주고 아기들을 재울 수 있는 바구니 같은 것도 비치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긴 여행이 아기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어른들은 알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엄마와 욕실에 갔다. 탕 물에 들어가 집의 수도꼭지를 만지듯이 무심코 두 개의 수도꼭지 중 하나에 손을 댔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를 만진 것이다. 나는 아앙 울면서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그만 쓰러져 잠이 들어 버렸다.


그런데 한밤중이 되어 눈이 떠졌다. 낮에 기차 안에서 들었던 것과 똑같이 손뼉을 치며 고래고래 내지르는 노랫소리가 복도에서 들려오고 거기에 맞춰 춤을 추는 진동으로 이층이 온통 흔들흔들했던 것이다.


Q. 대단한 여행이었겠다. 다녀온 후에는 괜찮았는가?

A. 여행을 다녀온 뒤로 나는 밤이면 왠지 불안했다. 그저께 밤에도 잠이 들자마자 그 바닷가 여관에서 온 집을 뒤흔들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와 여자가 불그레한 얼굴을 하고서 춤을 추며 다가와 내 얼굴을 밟으려고 했다. 너무 무서워서 큰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더니 나 혼자 침대에 눕혀져 있다. 그래도 아직 누군가 덤벼들 것 같아 계속 울었다. ㅠ.ㅠ



말 못하는 갓난아기라고 해서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더운 여름날, 조금만 아기의 눈빛에, 몸짓에, 얼굴 표정에, 옹알거림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져 보자. 아기님은 좀 더 건강한 여름을 나실 수 있을 것이고, 그 여름이 지나고 나면 한참 자란 아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출처로 하여 뉴스인북 편집단에서 작성하였습니다.>

나는 갓난아기

마쓰다 미치오 | 양윤옥 옮김

뜨인돌출판사 2010.06.28

민혜영 기자 (mumu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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