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l문화/예술] 박지성, 배후가 있다!!!

문화 2010.07.23 05:00 Posted by NewsInBook

2010년 6월,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56년 만에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대표팀의 주장인 박지성 선수가 있었다. 박지성 선수의 장점을 말하자면, 남다른 돌파력과 골 결정력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산소 탱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끝없는 체력이 첫번째로 꼽힐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박 선수도 어릴 적에는 허약하기 이를 데 없었다고 한다. 허약한 꼬맹이가 국가대표 산소 탱크가 되기까지는 본인의 피땀 어린 노력과 가족의 정성, 그리고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 이야기 한 꼭지를, 박 선수의 아버지 박성종 씨가 들려준다. 


박지성 아버지가 밝히는 '산소탱크'의 비밀
지성이가 막 축구를 시작할 즈음, 나는 수원에서 우연히 고향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오랜만에 본 그의 아들은 몰라보게 커 있었다. 어린 시절 지성이보다 더 마르고 작았던 친구 아들이 어느새 훌쩍 키가 큰데다 체격도 아주 단단해 보였다. 

지성이는 태어날 때부터 유난히 몸이 약했다. 집에서 잘 놀다가도 갑자기 경기를 일으켜 수차례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도대체 아들에게 뭘 먹였기에 저렇게 키가 크고 야무진 체격을 갖게 된 것인지 너무 궁금했다. 알고 보니 그 비밀은 '개구리'에 있었다. 시골에서 살 때 친구는 몸이 약한 아들에게 종종 개구리를 잡아서 끓여 먹이곤 했다. 몇 년 동안 빠트리지 않고 개구리를 해 먹이는 걸 옆에서 지켜봤고, 지성이에게도 먹여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나는 '에이 어떻게?'하며 생각조차 안 했던 것이다.

그런데 친구 아들을 본 순간, 지성이의 허약한 체질이 떠올랐고 운동을 시키려면 몸을 키우는 게 급선무란 사실을 절감했다. 게다가 당시 어느 잡지에서 씨름 선수들이 체중을 불리려고 개구리를 먹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개구리가 특효약이라는 확신은 더욱 강해졌다. 결국 그 일 이후 나와 개구리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개구리를 잡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주위에서 개구리가 많이 있는 곳을 알려주긴 했지만 막상 찾아갔을 땐 개구리 울음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돌아오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하루는 고 정주영 회장이 만들어 놓은 천수만 간척지에 개구리 울음소리가 가득하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친구 10명과 함께 천수만으로 향했는데 손에 잡힌 건 고작 6마리뿐이었다.
급기야 지성이 할머니마저 개구리 잡기에 동참하셨다. 시골로 가야 개구리가 많다고 믿으신 어머니는 나와 함께 고향인 전남 고흥으로 향했다. 친척분한테 들은 얘기로는 논 옆의 수로에 중간중간 흙들이 쌓여 있는 곳을 들여다보면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들이 수십 마리씩 모여 있다는 것이었다.
친척 아저씨의 정확한 정보 덕분에 우린 1백여 마리가 넘는 개구리들을 '생포'할 수 있었다. 깊은 잠에 취한 개구리들은 우리가 준비해 간 쌀 포대 안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묵직한 쌀 포대를 들고 다시 수원행 기차에 오른 어머니와 나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안도감에 피로가 몰려왔고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잠시 후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났고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번쩍 눈을 뜨게 되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객실 안이 난장판이었다. 여기저기 개구리들이 펄쩍펄쩍 뛰어다녔고, 사람들은 개구리를 보고 소리 지르며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듯한 표정이었다.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던 개구리들은 객차 안의 뜨거운 히터 바람에 무거운 눈꺼풀을 뜨게 되었고, 급기야는 덥고 답답한 쌀 포대에서 탈출하여 객차 안을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고 있었다.
'개굴개굴' '엄마얏!' '꺄악!' '에구머니!'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이 너무 당황스럽고 황당해서 무슨 일부터 먼저 해야 좋을지 암담하기만 했다. 일단 개구리들을 잡아야 수습이 될 것 같았다. 좌석 밑, 창틀, 통로 등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객실 안을 마구 뛰어다니는 개구리들을 생포하기 위해 나도 개구리와 같이 뛰어다녔다.
때마침 그 객실을 지나가려던 역무원이 엄청난 광경을 목격하곤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사람들의 비명 소리에 정신을 차린 듯 결국엔 나와 같이 개구리 잡기에 동참했다.
어머니는 역무원은 안중에도 없는 듯 손자의 '보약거리'들이 도망다니는 걸 보고 냅다 소리를 지르시며 "그거 손대지 말아욧! 우리 꺼란 말여!"하고 행여 다른 사람들이 개구리를 잡아갈까 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셨다.
한바탕 난리를 치르며 모든 개구리들을 잡아서 자루에 집어넣자 객실은 비로소 이전의 평온함을 되찾게 되었다. 그런데 역무원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동물은 객실 내로 반입할 수 없다며 당장 개구리를 가지고 내리라고 명령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다음 역에서 우린 내려야 했고, 몇 시간을 기다렸다가 다시 기차에 올라탔다. 이번엔 객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찬바람이 밀려드는 객실 밖에서 우리의 소중한 개구리들과 함께 동고동락해야 했다.
만약 그때 객차 안에 있던 승객들 중에서 누군가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당시 개구리를 잡으려고 뛰어다니던 할머니와 아저씨가 박지성 할머니와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슬며시 미소를 지을 것만 같다.
개구리는 잡기도 힘들었지만 그걸 먹기란 정말 고역이었다. 온 집 안이 개구리를 삶을 때마다 무언가 썩는 듯한 냄새로 진동했다. 그래도 지성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그 고약한 냄새를 꾹 참으며 개구리 즙을 먹곤 했는데 먹을 때마다 매번 투정부리기 일쑤였다. 아무리 키가 크고 체력이 좋아진다고 해도 개구리 즙에서 나는 냄새를 감당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집 근처의 건강원에서 잡은 개구리들을 깨끗하게 가공해 냄새나지 않게 즙을 만들어주는 방법을 이용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먹인 개구리 즙은 지성이가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이어지다가 그 후론 더 이상 먹이지 않았다. 2000년 이후 개구리를 잡지 못하게 하는 법이 생겼기 때문이다.(편집자 주-현재 개구리 등 양서류를 포함한 야생동물을 허가 없이 포획했을 때에는 '야생동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똘망똘망한 눈빛을 빛내는 경기도 수원 세류초등학교 6학년 박지성 선수.
                     축구선수로서는 왜소한 체격이었던 박지성은 대학때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이 어린이는 9년 후 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이 되고  
                                        꿈의 구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산소탱크'란 이름으로 불리우며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랑이 된다.
 

우여곡절, 파란만장한 개구리 잡기 스토리지만 그때의 고생 덕분에 지성이의 체격이 이전과는 몰라볼 정도로 단단하고 커졌다고 믿는다. 왔는지 궁금히 여기곤 하는데, 나는 90% 이상이 타인에 의해 유명을 달리한 개구리 덕분이었다고 확신하다.
만약 아이의 허약한 체력을 수수방관했다면, 축구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지 않았다면, 지성이는 지금 지극히 평범한 사회인으로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지성이가 운동이 아닌 공부를 택했다면 그 당시 난리법석을 피우며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운동을 하는 데 체력은 절대적이다. 지금은 개구리 즙 말고도 다양한 종류의 보약도 많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시대지만 지성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라 개구리 즙은 아이한테 최고의 보약이었다.
그 당시 가진 것은 없고, 지성이가 좋아하는 운동은 시켜야겠고,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몸으로 부딪히는 일뿐이었다. 지금은 개구리보다 훨씬 좋은 보약을 쉽게 구해서 먹는 시대이기 때문에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개구리를 잡으러 다녔던 당시의 간절함은 조금 덜 할지도 모른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 세상에서 돈으로 해결 안 되는 게 몇 가지 있다면 그중 하나가 부모의 관심과 정성이 아닐까. 아이에게 쏟는 관심과 사랑만큼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성이가 속이 뒤틀릴 정도로 냄새가 고약한 개구리 즙을 먹으면서도 거부하지 않았던 것은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게 개구리를 잡아왔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우리 부부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보약은 개구리 즙뿐이었다.

"(키가 작아서) 중학교에 못 가면 어쩌나 걱정이다. 이 일을 풀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밥을 많이 먹는 것밖에 없다. 엄마가 주신 것은 꼭 골고루 먹어, 덩치가 커지고 키도 커져서 축구를 더욱더 잘할 것이다. 중학교는 물론 고등학교, 대학교, 국가 대표까지 갈 것이다."(1992년12월 15일, 박지성의 초등학교 5학년 일기 중에서)

올드 트래포드에서 지성이가 '산소 탱크'란 별명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다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개구리 사건이 떠올라 입가에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지금은 개구리 즙보다 훨씬 비싼 보약을 해줄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그래도 개구리 즙에 담긴 우리 부부의 정성은 어떤 비싼 보약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이 기사는 (주)서울문화사와 협의를 거쳐 아래 책에서 발췌 작성하였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가슴으로 꾼 꿈이 행복한 미래를 만든다

박성종

서울문화사 2010.06.07

정다운 기자 (dawn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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