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에 없이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다. 사회가 너무 복잡해져서 사람들은 매 초 딜레마를 만나야 하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은 당장 하루 앞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때로는 가장 단순한 옳고 그름마저 사라져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닥쳐온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멈출 수 없다. 유네스코의 미래전망 분과와 철학 및 인문과학 분과는 1997년부터 줄곧 ‘21세기의 대화’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 토론에는 전 세계의 과학자, 지성인, 작가, 정책결정권자들이 참여하여 미래를 전망하고 사회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귀중한 논점을 제시한다. 

사회학자, 소설가, 수필가, 기자, 방송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프랑스의 여류 저술가 드니즈 봉바르디에가, 우리 삶을 조각조각 해체하고 속박하는 현대의 시간 활용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간의 속박과 영혼의 질병
드니즈 봉바르디에

오늘날, 누가 아직도 시간을 존중해야 한다고 믿을까? 글쓴이 나 자신은 현대적 시간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텔레비전 기자인 관계로, 나는 시간을 조각조각 나누고, 시간을 조롱하고, 끊임없이 시간에 맞서 싸워야 하는 직종에 종사한다. 다른 한편, 작가로서 나는 시간에, 이 거의 우회해갈 수 없는 글쓰기의 시간에 복종해야만 한다. 고백컨대 시간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며, 사로잡는다. 이러한 시간에 관한 불경이 영혼에 야기하는 질병을 분석하는 임무는 정신과 의사와 정신분석가에게 맡기겠다. 나는 단지 이와 같은 시간과의 끊임없는 경주가 나에게 불러일으키는 몇 가지 생각을 따라갈 것이다.



드니즈 봉바르디에. 저술가.


오늘날의 사회와 시간

오늘날의 사람들은 하나 이상의 시계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 시계들 중의 일부는 땅 위에서뿐만 아니라 물속에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방수 처리가 되어 있다. 그렇지만 사실 물에서는 시간이 멈춘다. 이제 집 안의 모든 방 안에서, 모든 공공장소에서 시계를 발견할 수 있다. 단 카지노는 예외인데, 왜냐하면 사람들은 보통 도박꾼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생 전체를 따기 위해(또는 잃기 위해) 건다!

우리는 또한 휴대전화 중독과 같은 새로운 정신적 질병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그런데 휴대전화가 기다린다는 관념을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사생활이라는 관념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모두가 "나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처럼 사회가 모든 인간의 활동을 단축시키도록 강요하는 방식에 대해 성찰해보아야 한다. 예를 들면, 의학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기관들을 좀 더 내구력 있는 인공적인 기관들로 대체하려고 들 뿐만 아니라(이에 대해 우리 모두 매우 만족스러워한다). 어떻게 하면 외상의 치유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우리의 보건 체계에서, 시간은 바로 돈이다! 요즘의 그 대단하다는 외과 수술들을 받으면, 여러분은 아침에 악성종양을 제거하고 나서 정오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환자가 병원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체계적인 방식으로 줄어든다.

이와 비슷하게 퀘벡에서는 빈소에서 망자들을 공개하는 기간이 전통적으로 3일이었으나 하루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죽은 사람들이 곧바로 매장하거나 화장해달라고 유언으로 요구하는 일도 있다. 고인과 가까웠던 이와 같은 통과의례는 더 이상 존중되지 않는다.

시계의 관습적인 시간은 그것이 풍요 사회의 시간이냐 제3세계의 시간이냐에 따라 높은 가격이 매겨지거나 아니면 싸구려로 취급된다. 우리와 같은 서구 사회에서 시간이란 자원은 아마도 경제 시스템에서 가장 값비싼 재산일 것이다. 주식시장은 기술을 통해 가능해진 즉각성 덕분에 불타오른다. 눈 깜빡하는 순간이 100만 달러의 소득으로 혹은 손해로 변해버린다. 수익성을 계산해보면, 시간이란 항목은 최고의 중요성을 갖는다. 하나의 재화를 이루는 각각의 요소에는 시간 지수가 있다.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 소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 낡은 것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 그리고 곧이어 제거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같이 말이다. 따라서 미래의 고인이 유언을 통해 자기가 죽은 뒤 친지들이 애도하는 데 들일 시간을 〔미리〕 확정해놓는 행위는, 살아 있는 사람의 시간에 대한 이와 같은 상업적 접근을 통해 정당화된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 혐오스러운 계산에서 사건들, 마음의 상태들, 행복과 불행의 단편들 등 우리의 삶에서의 몇몇 측면을 예외로 할 수 있는 특권이 우리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빠르게 살아가기

다른 한편, 여가 활동을 짜는 과정에서 더 이상 고독에는 어떤 시간도 남겨두지 않는다. 북미 지역에서는 모든 것이 분단위로 구성된다. 그런데 여가란 정의상 자신의 시계를 쳐다보지 않는 것, 그리고 시간의 압박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나는 25년 이상 TV에서 일해왔다. TV는 시간의 적이다. 가득 채워져 있는 것 같지 않은 시간, 또는 우리를 지루하게 만드는 시간에 대한 성마름이 아니라면 무엇이 채널 돌리기란 말인가? 언젠가 우리는 채널 돌리기가 지식의 전달, 아이들의 집중력, 타인과의 관계 구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몇몇 철학자는 이미 시작하고 있는 일이다. 채널 돌리기는 분명 젊은 사람들이 수업 시간 동안 수업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과 관련이 있다. TV 앞에서 채널을 돌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가 자신의 선생님을 '채널 돌리듯'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순식간에 공격적으로 변한다는 것은 그럴듯한 이야기이다!

창조적인 고독의 시간, 또는 잃어버린 시간과 자유 사이에 어떤 본질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유일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는, 독특한 정신적 추진력으로 시간의 이 상업적 모델을 떨쳐내고, '선함과 좋음을 관조'하는 데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성인군자 시대에 흔히들 말했었던 것처럼 말이다.

조금씩 조금씩 인간으로부터 그 자신을 앗아가는 이 고통 없는 인원 모집에 맞서, 인간이 거의 저항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하는 것 아닌가? 사랑의 관계가 꾀하는 바는 일종의 조화로운 완벽함으로의 희귀이다. 행복이 당신을 엄습해올 때, 당신은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 그렇다면 다른 감정들처럼 사랑도 앞으로는 그에 도달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다 해놓았을 몇몇 사람만의 희귀한 특권이 되지 않을까? 예전에 성인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우리는 사랑의 관계가 점점 짧아지는 경향을 띤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미에서는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한다. 각자의 삶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 새겨진 이 정서적 삶의 파열들은, 그것들이 진행되면 될수록, 각자가 가질 수 있는 자기 확신을 조각조각 가져가버리는 경향이 있다.

시인은 말한다. "오 시간이여, 너의 비행을 멈추고 그대, 자비로운 시간들이여, 당신의 흐름을 멈추시오." 지나간 과거의Passé 시인 라마르틴을 우리는 정말로 넘어선 것일까dépassé? 어쩌면 우리의 관례적인 인사말인 "어떻게 지내세요?"가 "시간 있어요?"라는, 끔찍하면서도 슬프게도 그토록 자주 쓰이는 이 다른 문구로 바뀌는 것을 모면하기 위해, 우리는 더더욱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드니즈 봉바르디에Denise Bombardier>
의사소통에 관한 사회학 박사이며, 수필가이자 소설가이다. 라디오-캐나다Radio-Canada의 기자인 그녀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TV 방송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가 저술한 많은 책은 성공을 거두었다. 주요 저서로는 Une enfance à l'eau bénite(1985), La Déroute des sexes(1993), 특히 최근의 Ouf(2002)가 있다. 또한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인 클로드 생-로랑Claude Saint-Laurent과 함께 Le Mal de l'âme. Essai sur le mal de vivre au temps présent(1988)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주)문학과지성사와의 협의를 거쳐 아래 책에서 발췌 작성하였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

제롬 뱅데 | 이선희|주재형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8.06.30

이진의 기자 (life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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