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소년, 자유투 2,057개로 세상을 바꾸다
HIV와 싸우는 긍정적 전염, ‘희망의 링’


“네가 좋아하는 게 뭐니?” 한 소년과 수많은 고아들의 인생을 바꾼 최고의 질문

2004년, 미국에 사는 아홉 살 소년 오스틴은 아프리카의 에이즈 고아들의 처지를 전하는 월드비전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돕기 위해 무언가 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고작 아홉 살의 어린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계속하던 중 오스틴과 전화 통화를 하던 월드비전 직원이 물었다.
“오스틴, 좋아하는 게 뭐니?”
“운동을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농구요.”
“그럼 농구로 세상을 바꿔 보는 게 어떨까?”
이 한 통의 전화가, 17개국에서 수만 명이 동참하여 십억 이상의 돈을 모금하고 잠비아에 학교와 진료소를 건립한 <희망의 링(Hoop of Hope)> 운동의 시작이었다.
 처음 시작은 아주 작았다. 오스틴은 세계 에이즈의 날인 12월 1일에 학교 체육관에서 기부 모임을 열고, 자유투 한 개를 던질 때마다 1달러씩 기부를 받기로 했다. 홈페이지를 열고 친척과 아는 사람들에게 메일로 기부를 부탁했다. 2004년 12월 1일, 오스틴은 팔에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2,057개의 자유투를 던졌고 이렇게 모은 돈으로 8명의 고아에게 후원을 했다. 

이 이야기는 지역 방송국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다음 해 세계 에이즈의 날에는 애리조나뿐만 아니라 애틀랜타, 워싱턴, 캘리포니아 등 여섯 개 지역에서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오스틴과 함께 자유투를 던졌다. 그날 하루 모금한 금액은 3만 8천달러에 달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동참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났다. 70대 노인이나 자폐증에 걸린 소년, 심지어 18개월 어린아이까지 유아용 농구대로 참여했다. 기부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작년 한 해 동안에만 60만 달러(한화 약 75억) 이상을 모금했다. 기부금은 고아들에 대한 직접 후원을 비롯하여 고아들을 위한 학교, 지역 주민들이 바로 에이즈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진료소 건립 등에 쓰였으며, 두 번째 진료소가 2010년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오스틴 구트와인(우측)


절망의 전염 HIV, 희망의 전염 "Hoop of Hope"

지구상에는 많은 전염성 질병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것은 에이즈라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몸의 면역체계가 질병과 싸우는 능력을 잃기 때문에 흔하고 가벼운 질병이나 감염에도 목숨을 잃기 쉽다.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전염성이 아주 강하며 성관계나 혈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 에이즈에 걸릴 임산부가 낳은 아이는 에이즈가 전염될 확률이 15~30퍼센트나 되며, 완벽한 치료약은 아직 없다.

에이즈는 당사자의 삶을 파괴할 뿐 아니라, 그 전염성 때문에 순식간에 주변까지 황폐화시킨다. 가난 때문에 진단과 예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아프리카에서는 한 사람이 에이즈에 걸리면 배우자도 바로 감염되고, 아이들은 순식간에 고아가 된다. 에이즈로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되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 나머지 에이즈 고아라는 신어가 사전에 등재될 정도이다. 2009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는 1,500만 명의 에이즈 고아들이 있으며, 이중 3/4에 가까운 1,200명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지금도 하루에 6,000명, 14초에 한 명꼴로 고아가 늘어나고 있다. 초등학교의 평균 학생 수가 600명이라고 했을 때 매일 열 군데의 초등학교가 에이즈 고아로 가득 차는 셈이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에이즈의 전염성도 막강하지만, 오스틴과 <희망의 링> 이야기는 서로 돕고 나누는 행위에도 강한 전염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스틴과 그 가족에게는 큰 돈도 스마트한 전략도 없었다. 차고에 만든 사무실과 노트북 몇 대가 전부인 평범한 가족과 아이들에 불과했다. 4분짜리 홍보 동영상을 본 아홉 살 어린이 한 명의 움직임이 세계적인 구호 단체의 설립까지 이어졌다.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이 가진 전염성의 힘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2007년 12월 19일 워싱턴의 한 스타벅스 드라이브인 매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한 손님이 자기 커피 값뿐 아니라 뒤에 있는 사람의 커피 값까지 계산했어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는 즉흥적인 행동이었지요. 뜻밖의 친절에 놀란 뒷사람은 자기 뒤에 있는 차의 커피 값을 계산했습니다. 한 사람의 즉흥적인 친절로 일어난 일이 1,112명까지 이어졌어요. 이처럼 세상을 바꾸는 일에는 전염성이 있는 것 같아요. 자기 커피만 받고 가버린 1,113번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할지도 모르겠지만 요점은 그게 아닙니다.

전염이란 보통 직접 혹은 간접적인 접촉을 통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가 전달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을 발견하고 열정을 찾아서 비전을 추구하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따라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일에는 전염성이 있습니다." -<나는 희망을 던진다> 중에서, 오스틴 구트와인.

오스틴과 오스틴에게 전염된 사람들은 지금도 희망의 바이러스를 세상에 퍼뜨리고 있다. 오스틴 구트와인이 직접 쓴 <나는 희망을 던진다(Take Your Best Shot, 뜨인돌)>에 자세한 이야기가 실려 있으며, <희망의 링> 공식 사이트
http://www.hoopsofhope.org/ 에서는 항상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나는 희망을 던진다

오스틴 구트와인 | 장택수 옮김

뜨인돌 2010.05.25


이진의 기자 (
life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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