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필연, 그러나 방법은 있다
미국의 포춘지는 매해 세계 500대 기업을 선정하여 발표하지만, 채 5년도 지나지 않아 이중 3분의 1이 리스트에서 빠져나간다고 한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100대 기업에 올랐던 회사들의 평균 수명은 30년 정도에 불과하다. 시장에 영원한 승자는 없고, 경제 상황은 항상 급변한다. 만년 일등기업, 위기 없는 기업은 있을 수 없다. 위기에서 무너지는 기업과 위기를 겪고도 살아남는 기업이 있을 뿐이다. 

위기의 삼성토탈을 구한 TPM의 힘
삼성토탈은 현재 세계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우량 기업이지만, IMF 당시만 해도 빅딜 대상 1순위 어려운 처지였다. 회사 전체가 경영혁신에 나섰지만 막막한 상황이었다. 이 때 구체적 실천수단으로 역할한 것이 TPM이었다.

TPM은 Total Productive maintenance, 전사(全社)적 생산보전을 뜻한다. 사원 전원이 주도적으로 현장에서의 설비고장, 재해, 제품불량과 같은 생산성 저해 요인을 제거하고 구성원과 설비의 체질을 혁신하기 위한 조직활동이다. 1920년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을 때만 해도, TPM은 전문 유지관리요원들에 의한 설비보전 활동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현장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이 참여하는 종합적인 설비 관리 운동으로 확대된 것이다. 
 

TPM, 현장 직원이 스스로 모색하는 생산성제고
처음 삼성토탈에서 TPM을 도입했을 때는 현장 직원들의 반발이 컸다.
“멀쩡한 볼트, 너트를 모두 풀어내 녹을 닦으라고 하는데 이것이 과연 안정운전에 도움이 되겠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죠.”
처음 TPM에 참여했던 직원들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업무만 가중시킨다고 기름으로 찌든 콘크리트 바닥을 닦으면서 짜증을 내는 직원도 많았다. 간부들이 솔선수범해 보고, 해외 벤치마킹을 위해 수 백의 직원을 연수 보냈지만 상황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점차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TPM을 시도하기 전, 공장의 폐수처리장은 엄청난 소음과 냄새를 발생시키는 최악의 환경이었다. 결국 직원 한 명이 난청 판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직원들 중에 폐수처리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디 물어 볼 곳도 없었다. 방법은 스스로 공부해서 알아내는 것뿐이었다.
직원들은 TPM의 기본 철학에 따라 스스로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필요한 책을 뒤지고 외부 폐수처리장을 직접 쫓아다니며 지식을 습득하고 개선 방안을 강구했다. 이 같은 직원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결국 폐수처리장의 소음과 냄새가 사라지게 되었다. 이 결과에 가장 기뻐하고 감탄한 것은 그 작업에 참여한 직원들 스스로였다. 

그 이후로 직원들의 TPM에 대한 시각은 크게 달라졌다. 각자의 노력을 통해 설비들이 새로워지고 고질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직원들의 보람과 만족감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적당히 근무하고 월급만 받으면 다라고 생각했던 직원들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TPM이 결국 회사와 나를 함께 위하는 것이라는 중요한 원칙도 깨달았다.
TPM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단순 운전만 담당하던 직원들이 점검과 정비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서 설비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작업의 능률도 함께 올라갔다. 개개인의 능력이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직원들 사이의 단합도 강해졌다. 맡은 작업뿐 아니라 공정 전체, 나아가 회사 운영에 대해서까지 참여의식과 책임감이 늘어나, 식사비 절감을 위해 잔반 남기지 않기 운동까지 전개될 정도였다. 

위기 상황이라서 비로소 가능했던 혁신의 역설
현재 삼성토탈의 공장 운전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삼성종합화학에게 세계적 화학기업인 토탈이 합작 사업을 제의해온 것도 삼성이 보유한 뛰어난 공장뿐만 아니라 그 공장을 운영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직원들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직원들은 특별하게 선발한 사람들이 아니다. IMF 당시 부실기업 소리를 듣던 삼성종합화학의 직원들이 혁신하고 변화하여 능력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런 놀라운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빅딜 대상으로 거론될 만큼 악화되었던 회사 상황 덕택이었다. 당장이라도 직장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TPM이라는 커다란 변화와 새로운 책임을 받아들이게 한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라는 말이 있다.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존망의 위기에서 살아남은 기업에는 그만큼 강하고 성공적인 기업문화가 배양된다. 부실기업 1순위에서 세계적 화학기업으로 뛰어오른 삼성토탈의 발자취에서 그 견본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이 기사는 아래 책을 원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이 작성하였습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삼정KPMG|정택진|송병무|윤권현

글로연 2010.05.06

이진의 기자 (lifeinbo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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