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전의 대법원의 내부 모습> 

“수백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보람상조그룹 최 모(52) 회장에 대해 검찰이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2010년 7월 22일자 부산일보 기사다. 이 기사를 보고 최 모 회장이 징역 10년형에 처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구형[求刑]은 말 그대로 풀이하면 “형을 요구한다”는 뜻이다. 형사재판에서는 검사가 판사에게 형을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구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형사재판 절차를 알아야 한다. 형사재판에서 먼저 검사는 수사를 통해 피의자를 기소한다. 기소란 법원에서 재판을 구하는 것으로 검사의 고유권한이다. 법원은 공소사실을 토대로 실제로 피고인이 죄가 있는지를 재판한다. 기소된 이후에는 검사와 피고인은 양쪽 당사자가 되고 모든 판단은 법원이 내리게 된다. 판결 1~2주전 재판장은 법정에서 검사와 피고인에게 마지막 진술을 할 기회를 준다. 이때 검사는 판사에게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식으로 의견을 밝히는데 이것이 바로 구형이다. 

구형은 피고인이 받아야 할 적당한 형이 어떤 건지 검사가 의견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판사는 구형을 참고할 뿐 그에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이에 반해 판사가 판결을 선고하면서 실제 내리는 형을 ‘선고형’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검사의 구형은 판사의 선고형보다 형량이 세다. 예를 들어 검사가 징역 5년을 구형했다면, 판사는 그보다 낮은 징역 2년을 선고하거나 집행유예를 붙이는 식이다. 검사는 피고인의 죄를 밝혀야 하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심판자인 판사보다는 형이 셀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구형 > 선고형’의 공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2010년 광주고등법원은 미성년자를 수 차례 성폭행 해 출산까지 하게 한 40대 파렴치범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한 징역 12년보다 3년이 늘었다. 법원은 검찰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피고인이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대로 검찰의 구형과는 달리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있다. 검찰은 2009년 초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기소했다. 검찰은 미네르바가 “정부의 환율정책 수행을 방해하고 우리나라 대외적인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등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인터넷으로 공연히 허위 통신을 하였다”고 보고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서울지방지법은 “미네르바가 고의로 허위사실을 게시했다고 보기 힘들며 그의 글이 공익성을 위반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위의 두 사건은 검찰과 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항상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검사의 구형이 의견에 불과한 반면, 판사의 선고형은 실제 형량을 뜻한다. 즉, 현재 보람상조그룹 최 모(52)회장은 아직 ‘선고형’을 받지 않았다. 실제 징역을 될 지 안될지는 마지막 판결 이후에 정해질 것이다.


<이 기사는 아래책을 출처로 뉴스인북 편집단에서 작성하였습니다.>

생활법률 상식사전

김용국

위즈덤하우스 2010.01.22


조애리 기자 (joaeri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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